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28,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3. 4. 8.부터 2023. 6. 2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노동기본권의 확보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는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사업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C법에 의하여 설립된 공법인이다.
피고는 2023. 1. 12. D사업의 보조․지원 대상 선정을 위해 「2023년도 D사업」 시행 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를 하였고, 2023. 3. 13. 원고를 공모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원고는 2023. 3. 22. 피고와 D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D사업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목적) 이 사건 계약은 피고와 원고가 안전보건활동을 통한 산업재해감소와 안전문화 선
원고는 2023. 3. 22.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총 지원금의 80%에 해당하는 328,000,000원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3. 8. 22. ‘원고가 고용노동부로부터 회계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회계가 불투명한 단체로 원고에게 지급될 공모사업 지원금이 산업재해 예방사업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확인 불가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사업 지원대상 결정을 취소하고, 2023. 8. 23. 이 사건 계약서 제9조 제5호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이하 위와 같은 내용의 통지를 ’이 사건 해제 등 통보‘라 한다)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 항변의 요지
이 사건 사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58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09조 제6호, D사업 운영규칙에 근거를 둔 공공사업으로 보조금 지급사업에 해당하고, 이 사건 계약은 위와 같은 보조금 지급의 시기․조건 등을 정한 부관에 불과하다. 즉, 이 사건 계약은 원고와 피고가 동등한 지위의 계약 당사자로서 체결한 것이 아니다. 결국, 원고로서는 항고소송을 통해 이 사건 해제 등 통보의 취소를 구해야 하므로, 이 사건 계약이 공법상 계약임을 전제로 그 이행으로써 보조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관계 규정 및 관련 법리
공법상 당사자소송이란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 그 밖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소송을 말한다(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
공법상 계약이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하여 체결하는 계약을 말한다(행정기본법 제27조 제1항 참조). 공법상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를 상대로 그 효력을 다투거나 그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므로 분쟁의 실질이 공법상 권리․의무의 존부․범위에 관한 다툼이 아니라 손해배상액의 구체적인 산정방법․금액에 국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9다277133 판결 등 참조).
행정청이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를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종료시켰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그 의사표시가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여 행하는 행정처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관계 법령이 상대방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의사표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법상 계약관계의 일방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행하는 의사표시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두41449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은 공법상 계약에 해당하고, 이 사건 해제 등 통보는 공법상 계약에 따라 행정청이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하는 의사표시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계약은 ’안전보건활동을 통한 산업재해 감소와 안전문화 선진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원고와 피고의 공동 목적(이 사건 계약서 제1조), 업무수행 및 지원(제2조), 계약기간(제3조), 계약의 변경에 관한 사항(제7조), 계약의 해제에 관한 사항(제9조), 신의, 성실 및 상호협조 의무(제11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계약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은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정한 행정목적(안전ㆍ보건의식의 고취 등)을 달성하기 위하여 원고와 피고가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체결한 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는 이 사건 해제 등 통보를 하면서, ‘이 사건 사업 지원 대상 결정 취소 및 이 사건 계약서 제9조 제5호에 따라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알린다’는 취지만 기재하였을 뿐,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어떠한 근거 규정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 해제 등 통보의 근거가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호임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158조 제2항 등에 의한 행정처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나 사정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해제 등 통보의 이유를 ‘고용노동부로부터 회계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회계가 불투명한 단체로 원고에게 지급될 공모사업 지원금이 산업재해 예방사업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확인 불가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원고의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 제158조 제2항은 회계의 불투명성을 보조ㆍ지원의 취소사유로 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해제 등 통보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피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계약을 보조금 지급처분과 관련된 부관(부담)이라고 보더라도, 부담의 내용은 협약의 형식으로 부가할 수 있고(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5다65500 판결 참조), 협약의 형식에 의한 부담도 공법상 계약의 성질을 갖는다고 할 수 있으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이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계약기간 내에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지원금 교부를 청구하였고 피고의 귀책으로 인해 계약기간이 종료하였으며, 여전히 이 사건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적법하게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즉, 원고는 고용노동부로부터 회계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도 이를 거부하였고, 회계가 불투명한 단체이므로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호에 따른 해제사유가 존재하고, 피고의 특정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서 제4조 제4항에서 정한 ‘집행 내용이 허위 또는 부당한 경우’에도 해당한다.
이 사건 사업의 사업기간은 만료하였다. 원고는 더 이상 공모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데, 보조금은 실비보전의 성격을 가지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계약서는 ’경비의 지급은 계약 체결 후 교부신청서 제출 시 지급할 수 있으며, 1차 교부금은 지원금의 80% 이내로 하고, 잔여액은 중간점검 결과에 따라 교부여부를 결정한다‘(제4조 제2항), ’피고는 제2항에 따른 교부신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에게 그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집행내용이 허위 또는 부당한 경우에는 그 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제4조 제4항)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계약조항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집행 내용이 허위 또는 부당한 경우가 아니면 교부신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경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된다.
원고는 2023. 3. 22.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후, 같은 날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2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1차 교부금의 지급을 신청하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4일 이내에 약정금으로 위 1차 교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특히 1차 교부금은 경비 집행 전 미리 지급하는 선금의 성격을 지니므로(이 사건 공고의 수정공고<1> 제9항 참조), ‘집행내용이 허위 또는 부당한 경우’를 상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금액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2항은 ‘1차 교부금은 전체 지원금의 80% 이내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수정공고 당시 ’1차 지원금은 국가계약법 등에서 정한 선금비율로 지급한다‘고 하였던 점, ② 국가계약법은 선금비율을 정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통해 1차 교부금, 즉 선금의 비율을 전체 지원금의 80% 이내로 정하였던 점, ③ 피고는 원고와 체결하였던 동종․유사계약에서 1차 교부금으로 통상 계약상 정해진 비율 전액을 지급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와 피고의 의사는 1차 교부금으로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2항에서 정한 금액 전액(지원금 총액의 80%)을 지급하기로 하는 의사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약정금으로 328,000,000원(=지원금 410,000,000원 × 80%)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등에 관한 판단
계약 해제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① 원고는 고용노동부로부터 회계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도 이를 거부하는 등 회계가 불투명한 단체이므로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호에 따른 해제사유가 존재하고, ②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4항(집행 내용이 허위 또는 부당한 경우)을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1호에 따른 해제사유도 존재한다. 피고는 해제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그러나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호는 ’피고가 인정하는 중대한 사유로 사업의 계속적인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계약의 해제사유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기 위해서는 ① 피고가 인정하는 중대한 사유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② 그 사유로 인해 이 사건 사업의 계속적인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호는 ’중대한 사유‘의 의미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 내지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거나 계약서의 기재와 달리 구속력 있는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등의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함을 고려하면(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 ’중대한 사유‘는 적어도 이 사건 사업의 목적, 업무수행 범위, 그 밖에 핵심적인 사항들과 관련 있는 사유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그 목적은 ’안전보건활동을 통한 산업재해 감소와 안전문화 선진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D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고(제1조), 원고의 업무범위는 이 사건 사업의 수행에 관한 실행계획서에 한정된다(제2조). 또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지원금은 4억 1,000만 원(제4조 제1항)에 불과하다. 한편, 원고의 회계장부는 이 사건 사업과 무관한 내역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특히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선급금을 지급하지도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회계장부 제출 여부는 이 사건 사업수행과 무관하다. 그렇다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 즉 ’원고가 고용노동부로부터 회계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도 이를 거부하였고, 피고의 시정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다’는 사정은 이 사건 사업의 목적, 업무수행 범위, 그 밖에 핵심적인 사항들과 무관하여 이 사건 계약이 정한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사업의 계속적인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는 수십 년 간 반복적으로 이 사건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였던바, 원고의 회계장부 미제출로 인해 원고의 사업 수행 능력이 갑자기 부족해졌다거나, 사업 수행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1호를 위반하여 계약내용을 위반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이 사건 계약 제13조는 ’원고는 피고 및 외부전문기관의 사업 평가 및 회계감사를 성실히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위 조항에서 정한 사업 평가 및 회계감사가 이 사건 사업과 무관한 원고의 회계자료에 대한 전방위적 평가 및 감사까지 포함한다고 할 수 없고, 고용노동부의 회계자료 제출요구를 ’피고 및 외부전문기관의 회계감사‘라고 볼 수도 없다. 더욱이 피고가 이 사건 해제 등 통보를 할 당시에는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호만을 해제사유로 명시하였을 뿐, 제9조 제1호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사업기간 종료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계약상의 사업기간이 종료되어 원고의 용역 제공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피고 역시 원고에게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원고의 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미 발생한 피고의 약정급 지급의무가 사업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소멸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상의 사업기간이 종료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다. 또한 피고의 귀책으로 인하여 사업수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가 사업기간이 경과한 것인데,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피고의 의무가 면책된다고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에게 이익을 주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약정금 328,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지원금 교부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3. 4. 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3. 6. 2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양상윤(재판장) 정한영 조약돌
각주1) 을 제1호증 참조. 이하 ‘이 사건 수정공고’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