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1. 15. 선고 2024구단54471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12. 4.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는 1989. 10. 10.부터 C 화성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엔진 부서 소속으로 엔진 검사 등 업무를 수행하였던 사람이다. 원고의 담당 업무 및 부서는 다음과 같다.

나.

원고는 2019. 12. 26. D병원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 이상 소견을 보여 2020. 1. 2. E병원을 내원하였는데, 골수 조직 검사 결과 만성 골수 백혈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밝혀졌다.

다.

원고는 2021. 7. 28.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3. 12. 4. '원고가 30년간 엔진 점검 작업을 수행하면서 가솔린에 포함된 벤젠에 노출될 수 있지만, 엔진의 온도, 연소 후 연기 등에서의 벤젠 노출 수준이 높지 않아 그 양이 미미할 것 으로 추정되고, 2008년 이후 11년 11개월 동안은 관리자로 근무하였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더욱 감소하였을 것으로 판단되며, 2013년 4월 유압식 장비료 변경된 이후에는 더 이상 가솔린에 노출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8호증, 을 제1 내지 6, 8, 9,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5, 10, 1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문서 제출명령 결과, 이 법원의 F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피고의 의뢰에 따라 이루어진 직업환경연구원의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결과,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를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의 직업적, 환경적 위험인자로는 방사선, 포름알데히드, 토륨, 흡연, 벤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1989. 10.부터 1992. 6.까지, 2008. 2.부터 현재까지 가솔린 엔진 검사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그에 포함된 '벤젠'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는 처분 사유에서도 명시되어 있다. 다만, 2008. 2. 이후의 취급은 관리자로서의 간헐적인 취급이었고, 2013.경부터는 엔진 검사 방식의 변화로 인해 벤젠 노출빈도나 수준은 더욱 낮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해당 기간 동안 이루어진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도 위와 같은 추정에 부합한다. 그러나 그 이전의 기간 동안 원고의 벤젠 노출 수준은 결코 적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원고가 가솔린 엔진 검사 업무에 처음 종사하였을 1990년대에는 작업자가 사업장 내 설치된 별도의 부스 내부에서 그곳에 설치된 차량에 엔진을 연결한 뒤 이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성능 검사가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엔진의 조립 부위를 육안으로 점검한 뒤 착화하여 누유 등을 점검하였으며, 이때 사용된 가솔린, 엔진오일, 부동액등은 호스로 연결하여 직접 주입하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같은 당시의 작업 방식과 그에 관한 원고의 진술, 즉 "착화 시 역겹고 과다한 냄새가 났다. 머플러를 임시로 부착, 탈거하다보니 매연에 과다 노출되었다. 검사 중 고압으로 인해 연료 호스가 자주 빠져 연료를 뒤집어 쓰는 일이 많았다. 작업 종료 후 오염된 바닥과 주변을 쏠벤트나휘발유를 사용하여 청소하였다."는 것을 아울러 보면, 당시 원고의 벤젠 노출 정도는 2008년 이후의 그것보다 상당히 높았다고 추정해도 무리가 없다.

2)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인 F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G은 국내 벤젠 노출에 대한 관리 기준이 2003년까지 10ppm이었고, 그 후 점차적으로 강화되어 2018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0.5ppm까지 낮춰졌다고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관리 기준의 변화를 토대로 추정할 수 있는 직업환경적 유해인자에 관한 과거의 인식 수준을 고려할 때 벤젠 노출은 현재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감정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2013년 10월 발표한 '벤젠의 과거노출추정' 연구를 근거로 1981년부터 1999년까지의 석유화학제품의 벤젠 최대 함량은 24%였다며, 이는 2003년 이후 최대 함유량이 0.96%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24배정도 높았다고 밝혔고, 해외 연구에서 벤젠 함유량이 0.07%에 불과한 화합물로 금속의 표면을 닦을 경우 노출되는 벤젠 농도가 0.27ppm로 확인되었다며, 1989년부터 1992년까지의 원고의 연간 벤젠 노출 정도를 12.56~13.57ppm으로 추정하였다. 감정의가 내세운 근거들과 이를 통한 추론 방식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고, 그의 역학에 관한 풍부한 전문 지식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충분히 존중할 수 있다.

나.

감정의가 추정한 원고의 연간 벤젠 노출 정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서 이 사건 상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으로 예시하고 있는 누적 노출량인 0.5ppm을 현저히 초과하고 있다. 반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특별한 가족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다년간의 건강진단 결과를 종합하더라도 이 사건 상병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였다고 볼만한 질병은 발견되지 않는다. 원고의 건강상태 중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고혈압이 유일한데, 그것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관련성은 드러난 바가 없다. 나아가 피고가 제출한 이 사건 사업장의 직업성 암 발병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 소속 근로자들에게서 이 사건 상병뿐만 아니라 그와 유사한 림프조혈기계 암이 적 지 않은 빈도로 발병하였음까지 확인된다. 그렇다면 원고의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보는 것이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경험칙이나 사회통념에 따른 합리적인 추론에도 부합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판사 윤상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