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1. 4.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B㈜는 서울 강남구 C 지상 건물 신축공사를 담당한 시공사인데, 그 현장소장인 D은 수도계량기 이설공사 관련 업무를 의뢰하기 위하여 E(대표자 F)에게 현장방문을 요청하였고, E의 직원인 G은 이전에도 E의 공사작업을 일용직으로 수행한 바 있는 작업자인 원고를 대동하여 위 공사현장을 방문하였다.
G과 원고는 2023. 5. 22. 위 공사현장에서 확인한 후 B㈜의 현장소장에게 수도 계량기 이설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고, 이후 원고가 공사현장 입구쪽을 살펴보기 위해 이동하던 중 H빔에 미끄러져 왼쪽 다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원고는 이로 인해 '좌하지 근육 내 피부열상, 좌하지 근육 내 혈종발생, 좌하지 전방 피부과사로 인한 상처부위 노출'의 부상을 입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부상"이라고 한다)
원고는 2023. 8. 1. 사업장명은 "B주식회사", 사업주명은 B㈜의 대표이사인 "H"을 기재하고 B㈜의 연락처와 주소를 기재하여 이 사건 부상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원고와 E 사이의 근로계약서(갑 제2호증)를 제출받고 B㈜와 E 사이의 계약관계 등을 확인한 다음, 2023. 9. 14. '원고가 해당 현장에서 이 사건 부상을 입게 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일용근로계약을 했다고 주장하는 E와 B㈜ 사이에 도급계약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원고는 B㈜ 또는 다른 하도급업체와 일당 형식으로 근로계약한 사실이 없고 일용노무비를 지급받은 내역도 없으며 4대 사회보험을 신고·납부한 사실도 없는 점, 사전에 취업장소, 근무시간 등이 정해진 바 없어 이 사건 사고 당일 업무에 종사할 예정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가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23. 12. 21. 피고에게 다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이번에는 사업장명은 "E", 사업주명은 "F"라고 기재하고 E의 연락처와 주소를 기재하여 이 사건 부상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4. 1. 4. 위 2023. 9. 14.자 요양불승인처분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7호증, 을 제1, 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E의 근로자로서 그 업무지시를 받아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업무를 수행하러 간 것이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와 B㈜과의 관련성만을 심사한 다음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판단
이 사건 요양급여신청의 취지
원고가 2023. 12. 22. 제출한 요양급여신청서에 사업장명은 "E", 사업주명은 그 대표자인 "F"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이상, 이 사건 신청은 원고가 E의 근로자로서 이 사건 사고 발생 신축공사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도중 이 사건 부상을 입었다는 취지의 신청으로 보아야 한다(피고는 원고의 2023. 8. 1.자 신청서에 사업장명이 "B 주식회사"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부분을 지적하나,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2023. 12. 21.자 요양급여신청에 대한 처분이므로, 피고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E의 근로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위의 각 증거들, 갑 제4, 8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거나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2023. 5. 22. E의 근로자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다가 이 사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
원고는 E와의 사이에 2023. 5. 22.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당 250,000원에 근무하기로 하는 일당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E 역시 '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원고를 며칠씩 일용직으로 고용하여 현장작업을 한 사실이 있었고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원고를 고용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원고의 업무일지에 따르면 원고는 2023년 이전부터 2024년까지 걸쳐 여러 차례 E 직원인 G의 의뢰에 따라 E의 배관작업을 일용직으로 수행한 사실이 있고, 그에 따른 임금과 식비 등 각종 비용을 지급받은 사실이 있다.
E는 이 사건 사고 당일 B㈜로부터 수도계량기 이전 작업을 하도급받을지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에게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여 현장확인작업을 수행하도록 지시하였다. 원고가 2023. 5. 22. E의 직원인 G과 함께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와서 현장소장의 설명을 들은 다음 현장입구 쪽으로 이동한 것은 E의 직원으로서 근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후 E가 B㈜로부터 수도계량기 이전 작업을 하도급받지 못하여 원고가 실제 위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E로부터 일당250,000원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관계에서의 작업수행이나 임금수령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고 원고가 사업주인 E의 지휘·감독을 받아 현장에 출석하여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근로관계가 소급적으로 소멸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고가 'I'이라는 상호로 2023. 3. 8. 업종 도매 및 소매업{부업종: 건설업(배관설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일용직 근로자로서 이 사건 사고현장을 비롯한 다수의 현장에서 E 또는 다른 업체의 근로자로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판단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소결
피고는 원고가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를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원고가 E의 근로자로서 E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이상,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호성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