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1. 22.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3. 12. 26. 사천시 B 소재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 공장에서 ‘D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시공하기 위하여 공조기 철거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에 매달린 중량물에 안면부를 가격당하여 ‘두개저의 폐쇄성 기타골절, 외상성 거미막하 출혈, 측두골의 폐쇄성 골절,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경막외 출혈’ 등의 부상을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4. 1. 22. 원고에게 ‘원고는 E에서 시공하는 이 사건 공사의 기존 공조기 철거, 폐기물 처리 및 신규 공조기 운반 부분을 도급받은 하도급 사업주에 해당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공조기·설비 설치업을 영위하면서 하도급업체로 공사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작업팀장’으로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단순히 노무를 제공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C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은 F의 지휘·감독 하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자의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등 참조). 또한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그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인정사실
원고는 2016. 12. 30. 주식회사 G(이하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을 설립하여 공조기·설비 설치업체를 운영하였다.
F(상호: E)은 2023. 12. 23. C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180,000,000원에 도급받았다. 한편, F은 2023. 11. 27. 주식회사 H(이하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와 사이에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H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코일박스를 공급받았는데, H 경남지사의 I에게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작업자 섭외를 요청하였다.
이 사건 공사는 기존 공조기 등 철거, 신규 공조기 등 현장 조립, 신규 공조기 등 설치 작업으로 나뉘는데, 원고는 I의 소개로 이 사건 공사 중 기존 공조기 철거 및 폐기, 신규 공조기 현장조립 부분을 하기로 하고, 2023. 11. 20.경 G 명의로 합계 11,8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의 견적서(갑 제5호증, 이하 ‘이 사건 견적서’라 한다)를 I에게 제출하였다.
F은 I을 통하여 이 사건 견적서를 전달받았다. 이외에 F과 원고 또는 G 사이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작성되거나 주고받은 계약서, 발주서 등 문서는 없다. 마) 원고는 2023. 12. 23.부터 J, K, L과 함께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였다. K은 원고의 처남이자 G 직원이고, J, L은 원고가 섭외한 작업자들이다.
원고, J, K, L은 F의 인솔 하에 ‘E’라고 소속을 밝힌 후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입하였고, F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상주하였다.
위 코일박스 외에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바람막이, 볼트, 브라켓, 마감재 등 자재 일체는 F의 계산으로 F이 조달하였다. 또한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 역시 F이 수배하여 크레인 기사와 작업 방향 등을 협의하였다.
이 사건 사고 후 F이 J, K, L을 지휘하여 2023. 12. 28.경 기존 공조기 철거 및 폐기, 신규 공조기 현장조립 작업을 마무리하였고, F은 위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한 통장 사본을 요청하여 이를 전송받았다. 다만, 원고의 산재보험 적용 여부가 문제되면서 F은 위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실제 지급하지는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5호증, 을 제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J의 증언, F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 17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F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가 G을 운영하는 사업주라고 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에도 독립된 사업주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는 2023. 10.경부터 2023. 11.경까지 ‘M 공조기 교체 등 부대설비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N으로부터 ‘노무비’를 지급받았으며, 당시 함께 작업한 근로자들로부터 임금 수령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기도 하였는바, G의 사업주로서 공사를 도급받아 자신의 책임 하에 수행하기도 하고, 공조기 관련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요하는 공사현장에서 ‘작업팀장’으로서 자신이 섭외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노무를 제공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섭외한 근로자 중 한 명인 J 역시 자신이 사업주로서 공조기 관련 공사를 진행하기도 함에도,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근로자로서 일당을 받기 위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였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K, J, L과 함께 절단, 철거, 무전 등 모든 작업을 수행하였는바, 이는 하도급 사업주보다는 작업팀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F은 H의 I에게 ‘공조기 철거 및 조립 인건비는 E에서 지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작업자 섭외를 요청하여 원고를 소개받았다. 또한 F은 볼트, 너트 등 각종 자재와 작업에 필요한 설비인 크레인까지 자신이 모두 제공하면서 원고에게 기존 공조기 철거 및 폐기, 신규 공조기 조립 작업만을 의뢰하였고, 작업 과정에서 현장에 상주하였다. 증인 J의 진술에 의하면, 현장에서 F이 도면(갑 제9호증)을 소지하고 작업을 지시하였으며, 특히 공조기 조립을 할 때는 통상적인 작업방식이 아니어서 F으로부터 도면을 제시받으면서 세부적인 작업 지시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노무도급의 수급인으로서 F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종속된 관계에서 F이 지정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이 사건 견적서에 자재비, 인건비, 기업이윤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독립된 사업주의 지위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작업팀장’으로 일한 위 M 공조기 공사와 관련하여 2023. 10. 9.경 G 명의로 ‘M 공조기 철거공사’에 관한 견적서를 ‘N회사 O 소장’에게 제출하였는데, 위 견적서는 이 사건 견적서와 형식 및 항목이 동일하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이 사건 견적서상 위 항목들은 형식적인 것으로서, 견적서는 작업팀의 대략적인 인건비에 대한 참고자료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는 자기의 책임 하에 공사를 도급받아 진행한 경우 도급업체와 사이에 공사계약서를 작성하고 발주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바(갑 제25 내지 35호증), I을 통하여 견적서만 전달한 이 사건의 경우와 구별된다.
원고가 독립된 사업자의 지위에서 F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하수급받아 자신의 책임 하에 수행한 것이었다면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이후 작업은 중단되거나 타절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은 원고가 부재한 상황에서 J, K, L을 지휘하여 2023. 12. 28.경 작업을 마무리하였고, 이후 위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하여 이들에게 통장 사본을 요청하기까지 하였다.
원고의 최초 요양급여청구서(을 제1호증)에는 ‘보험가입자(사업주)와의 관계’란에 ‘하수급 사업주’라고 체크되어 있었으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원고가 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