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3. 2. 22. 09:20경 제천시 B 소재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자재창고에서 카고크레인((차량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크레인'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건설자재인 흄관을 운반하는 작업(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을 마무리하던 중 위 크레인의 오일누수를 점검하다가 위 크레인 구동축에 오른팔이 걸리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해 우측견관절 압궤손상 및 좌측 액와부 압궤손상 등의 상병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업무상 재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23. 3. 28. '원고는 이 사건 크레인 기사로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 내지 산재보험법 소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사고 역시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업무가 아닌 스스로 크레인 오일누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위 회사의 구체적인 지시·감독 하에 흄관 운반 작업을 하던 중 위 회사 소속 작업반장의 지시로 이 사건 크레인의 오일누수를 점검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위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제6 내지 9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회사가 요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 회사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크레인은 D 주식회사 소유이고, 원고는 위 D란 상호로 2013. 11. 14.부터 사업자등록을 하고 위 크레인을 이용한 화물 운송 등을 수행한 자이다.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도 카고크레인이 필요한 작업이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 원고에게 이를 요청하였고, 그 횟수는 1년에 많게는 10번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인 2023. 2. 14.경에도 이미 한 차례 위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업무는 이 사건 회사 소유의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것으로, 위 회사가 원고에게 위 업무를 요청한 것은 원고가 이 사건 크레인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위 회사 사이에 '원고'가 위 크레인을 이용해 위 업무를 수행할 것을 계약의 조건으로 삼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는 제3자를 고용하여 위 크레인을 이용해 위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와 운송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위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갑 제7호증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와 원고 사이에 '근로계약기간: 2023. 2. 22., 업무 내용: 흄관 인양 작업, 근로시간: 08:00~18:00, 임금: 일급 70만 원(인건비 25만 원 + 장비 45만 원)'이라고 기재된 표준근로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근로계약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인 2023. 3. 29.경 원고의 아들이 이 사건 회사 사무실로 찾아와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위 회사에서 회계 및 공무를 담당하던 직원(직급 대리)이 위 회사의 대표이사 등에게 별다른 보고 없이 임의로 작성하여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사건 회사의 사업주는 이 사건 요양급여 신청 등과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원고의 아들이 이미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들고 회사 사무실로 찾아와 아버지(원고)가 일한 것과 관련하여 도장을 찍어달라고 하기에, 계약서 내용을 전부 확인하지 않은 채 도의적인 생각으로 도장 날인을 하게 된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위와 같이 위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경위에다가 원고가 이 사건 회사의 요구로 업무를 수행한 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사건 사고 발생일과 관련하여서만 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근로계약서 자체가 적법한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해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에 해당한다거나 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흄관을 1/2로 절단하여 E에 매각하라는 등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고 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사건 회사의 사업주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업무를 요청하면서 흄관을 인양해야 하는 작업 위치를 확인해주고, 차량 적재량에 맞게 흄관을 싣고 운반하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업무시간은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작업내용만 이야기하였다'라고 회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이 사건 회사 측으로부터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보이고, 이는 위 회사가 자신 소유의 건설자재 운반 및 처리 등을 목적으로 업무를 요청한 이상 위 업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조치에 해당할 뿐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와 위 회사 사이에 종속·지배적인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회사가 원고에게 크레인 운행 자체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것을 보이지는 않는바, 위 업무 수행을 위한 크레인 운행 관련 부분은 크레인 소유자이자 개인사업자인 원고가 자율적으로 정하였으며, 원고가 위 회사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일급으로 35만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회사의 사업주는 이 사건 요양급여신청과 관련한 조사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업무와 그 이전인 2023. 2. 14.자 업무를 포함하여 합계 121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원고 측에서 2023. 2. 22.자 크레인 대여료 품목으로 385,000원을 기재한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서를 작성하였다'라고 회신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이 사건 회사 사이에 원고가 주장하는 일급으로의 기본급 내지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가 자신의 명의로 개인사업자등록을 한 이후 이 사건 업무를 포함해 이 사건 회사로부터 근로소득을 받았음을 전제로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으로 이 사건 회사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다기보다 일의 완성을 조건으로 그 보수를 수령하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 위 회사의 작업반장으로부터 오일누수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수행하였으므로, 최소한 오일누수를 점검할 당시에는 위 작업반장이 속한 위 회사의 소속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기록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회사의 작업반장의 지시로 이 사건 크레인의 오일누수를 점검하였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업무 도중 작업반장이 이 사건 크레인의 오일이 누수 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개인사업자로서 위 크레인을 가지고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함께 일하던 작업자가 크레인의 오일누수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크레인 자체의 문제 발생 및 작업 현장에서의 또 다른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지, 원고의 소유·지배하에 있는 크레인의 오일누수 점검이 오로지 이 사건 회사의 업무 수행만을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설령, 위 작업반장이 원고에게 오일누수 점검을 이야기했다하더라도 이는 '권유'에 해당한다고 보일 뿐,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이에 구속된 근로자에게 하는 '지시'에 해당한다거나 위 작업반장과 원고 사이에 '오일누수 점검'이라는 업무와 관련한 별도의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약 4개월 후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개정되면서 원고와 같은 카고크레인 운전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산재보험법을 적용받게 되었는바, 이와 같은 관련 법령의 개정 취지를 고려한다면 원고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2022. 6. 10. 법률 제18928호로 개정되면서 제91조의15<1>를 신설하여 특정 사업에의 전속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기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노무제공자'의 정의를 신설하여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산재보험법 시행령<2>은 2023. 6. 27. 대통령령 제33593호로, 같은 법 시행규칙<3>은 2023. 6. 30. 고용노동부령 제384호로 '특수용도형 화물자동차 중 굴절식 및 직진식 카고크레인류'를 '노무제공자'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각 신설하였다(위 각 신설조항은 2023. 7. 1.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개정된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을 계기로 마련된 것은 아니고 업무상 재해를 입은 특정 품목 운송 화물차주 및 유통배송기사 등이 산업재해보상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제도적 목적에서 신설된 것이다. 이는 종전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를 넓혀 산업재해의 보상 근거를 마련하자는 정책의 대두·변경에 따른 조치인 것이지, 개정 전의 구 법령에 위헌적 요소가 있어서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령의 개정이 기존 법령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상, 위와 같은 개정 취지에 비추어 원고에게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인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