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5. 13. 원고에게 한 장해등급 재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생년월일> 생)는 1993. 5. 11.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목재가 머리 위로 떨어져 목재에 박혀 있던 못이 머리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두부관통상, 뇌실질내출혈 진단을 받고 1993. 5. 11.부터 1996. 2. 29.까지 요양한 뒤 1996. 3. 8. 장해등급 제3급 제3호(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일생 동안 노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람) 결정을 받았다(이하 '최초 장해등급 결정'이라 한다).
피고는 원고가 장해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원고를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원고가 독립보행이 가능하였고 단지 우측 상지(팔)에 위약감(weakness)·이상감각이 있는 상태에 불과하여 원고의 장해등급이 제3급 제3호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초 장해등급 결정을 취소하는 한편, 당시 원고의 신체 일부에 심한 신경증상이 남은 상태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장해등급을 제12급 제15호로 결정한 뒤 2024. 5. 13.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최초 장해등급 결정이 당시 원고를 직접 진단한 의사의 판단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점, 피고가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의 주치의 진단서·자문의 소견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피고의 자문의들도 위 진단서·소견서를 제외한 진료기록만을 검토한 점, 원고가 외상성 뇌전증으로 인하여 잦은 발작 증상을 보여 28년간 어떠한 노무에도 종사할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장해상태가 제3급에 해당한다는 최초 장해등급 결정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최초 장해등급 결정의 취소는 장해보상연금 지급 결정에 대한 원고의 신뢰를 침해하고 원고의 생계 및 생존을 중대하게 위협하므로, 그 취소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취소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 중 최초 장해등급 결정 취소 부분의 위법 여부
관련 법리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두39611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갑 제3호증의 1, 을 제1 내지 5, 8, 10,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1996. 1. 18. <주소> 지상 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는데, 이 사건 주택의 건축물대장(을제13호증)에는 원고가 공사시공자(현장관리인)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원고에 대한 고용보험 일용근로내역(을 제10호증)에는 원고가 2004. 7.부터 2018. 7.까지 여러 공사현장에서 수차례에 걸쳐 일용근로를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15. 3. 3.경 운전면허 적성검사 제1종 보통 신청서를 작성하여 도로교통공단에 제출하였는데, 해당 서류에는 원고가 간질로 치료 받은 사실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16. 7. 20. SM6 자동차에 관하여 등록을 마쳤다. 원고는 2020. 7. 16.경 해당 차량에 관한 자동차 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주행거리는 52,475㎞였다.
피고 측이 작성한 조사결과보고서(을 제8호증)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F병원에서 특별진찰을 받은 결과 2024. 3. 21.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하지 않은 상세불명의 뇌전증', '외상성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해당 병원의 2024. 3. 21.자 진료기록에는 '1994년부터 경련 발작이 발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의 오른손가락이 위약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장해등급 제3급 제3호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신경계통의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일생 동안 노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더러, 최초 장해등급 결정을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원고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므로, 이 사건 처분 중 최초 장해등급 결정을 취소한 부분은 적법하다.
신고인이 원고가 1995년경 현장관리·업무지시·목수 업무 수행을 통해 직접 이 사건 주택을 신축하였다고 진술한 점, 실제로 이 사건 주택의 건축물대장에 원고가 공사시공자(현장관리인)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와 근접한 1995년경 적어도 공사 현장을 관리하는 정도의 노동능력은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밖에도 원고가 오른쪽 팔의 위약감 등으로 인해 일생 동안 노무에 종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이 다수 존재한다. 즉, 원고는 2004. 7.부터 2018. 7.까지 공사 현장에서 일용근로를 하였고, 2016. 7. 20.부터 2020. 7. 16.경까지 50,000㎞ 이상의 거리를 운전하였으며(원고는 발작 증상으로 인해 운전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이는 혼자서 자동차 운행이 가능하다는 원고 스스로의 진술과 배치되어 믿을 수 없다), 피고와의 면담조사에서도 오른손이 아닌 왼손 등의 장애를 호소하였을 뿐더러 오른손을 이용하여 문답서에 서명하였다.
원고는 외상성 뇌전증으로 인해 노무에 종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2024. 3. 21. F병원에서 뇌전증 진단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뿐, 원고가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거나 발작 증상을 보였다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F병원의 2024. 3. 21.자 진료기록에 '1994년부터 경련 발작이 발생'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원고의 진술로 보일뿐이고, 원고가 제출한 CCTV 영상(갑 제5호증의 1 내지 4)이 최초 장해등급 결정 무렵 촬영된 것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 오히려 원고가 2015. 3. 3.경 작성한 운전면허적성검사 제1종 보통 신청서에는 원고가 간질로 치료 받은 사실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의 역시 원고의 오른손가락이 위약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장해등급 제3급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해의 발생 여부 및 그 정도에 관한 적정한 판단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보험급여 지급을 방지함으로써 보험재정의 내실을 도모하여야 할 필요성이 큰 점, 원고가 최초 장해등급 결정에 기초하여 2023. 11. 16.까지 휴업급여·요양급여·장해연금·간병료로 합계 954,746,650원을 지급 받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원고에게 허위·부당청구에 관한 귀책사유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최초 장해등급 결정을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그 취소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처분 중 원고의 장해등급을 제12급으로 결정한 부분의 위법 여부
관련 법리
일정한 행정처분으로 국민이 일정한 이익과 권리를 취득하였는데 종전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음을 전제로 직권으로 이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 그 하자나 취소해야 할 필요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기존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처분을 한 행정청에 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두922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가 행정청인 피고를 상대로 수익적 행정행위의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가 이를 거부하는 처분을 한 경우 수익적 행정행위의 요건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지만, 행정청인 피고가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불이익한 처분을 한 경우에는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피고에게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처분과 같이 기존에 부여한 장해등급보다 낮은 장해등급으로 조정함으로써 종전보다 더 불이익한 처분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처분의 경우에는 피고가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인정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8,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G병원의 원고에 대한 의무기록에는 '오른쪽 손가락 위약(Rt finger weakness)'(진료일 1993. 5. 12.), '1993. 5. 12.부터 오른쪽 손 위약(Rt hand weakness)'(진료일 1994. 5.)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H의료원의 원고에 대한 1996. 1. 19.자 의무기록에는 '오른쪽 상지 불완전 마비(Rt upper monoparesis)'라고 기재되어 있고, H의료원 의사는 1996. 1. 19. 원고가 다음과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장애등급을 제2급 제1호로 판정하였다.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의 원고에 대한 주치의 진단서·자문의 소견서는 보존기간 도과 등의 이유로 피고 조사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는 일부 남아있는 진료기록, 장애진단서 등을 토대로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의 원고의 장해상태를 판단하였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위 인정사실, 을 제1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장해상태가 국부에 완고한 신경증상이 남은 정도(신체 일부에 심한 신경증상이 남은 정도)에 불과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원고의 장해등급을 제12급으로 결정한 부분은 위법하다.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시행되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1항,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1997. 3. 27. 대통령령 제153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별표 2]는 다음 표 기재와 같이 장해의 정도, 노무가 제한되는 정도 등에 따라 신경계통에 관한 장해등급을 구분하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오른쪽 팔(우측 상지)에 위약감·이상감각이 있는 상태였음은 인정하되,<각주1> 그로 인해 노무에 종사하는 것이 제한되지는 않았다고 보아 원고의 장해상태가 제12급(국부에 완고한 신경증상이 남은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원고의 장해등급을 제12급으로 결정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기 위해서는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원고가 오른쪽 팔의 위약감·이상감각에도 불구하고 노무에 종사하는 것이 제한되지 않았다는 점을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원고에 대한 의무기록을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시부터 1996년까지 사이에 오른쪽 손가락(또는 손, 팔)의 위약감을 꾸준히 호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신고인도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손가락 하나가 강직되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고 진술하였으며, 1996. 1. 19. 원고를 진단한 H의료원 의사는 원고에게 우상지마비(장애정도: 우상지 기능없음)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장애등급을 제2급 제1호로 판정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원고의 장해 부위가 노무에 종사하는 데 필요한 오른쪽 손가락(또는 손, 팔)임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당시 노무에 종사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고 보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본 대로 원고가 1995년경 이 사건 주택 신축 공사를 수행하였고, 2004. 7.부터 2018. 7.까지 공사 현장에서 일용근로를 하였으며, 혼자서 운전을 하고 오른손으로 문답서에 서명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① 공사 현장에서 원고가 수행한 구체적 업무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 ② 노동능력에 일부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운전 및 서명을 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정만으로 원고가 노무에 종사하는 데 제한이 없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피고 서울지역본부 통합심사회의에서 신경외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원고가 신체 일부에 심한 신경증상이 남은 사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는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판정의 근거가 된 주치의 진단서, 자문의 소견서 등의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남아 있는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한 의견일뿐더러, 원고의 노동능력 제한 정도에 관한 심사가 충실히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자료도 없으므로, 위 전문의들의 의견만으로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원고가 노무에 종사하는 데 제한이 없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달리 오른쪽 팔에 위약감·이상감각이 있는 정도로는 노무에 종사하는 데 제한이 없다고 볼 명확한 의학적 소견도 찾아 볼 수 없다(이 법원은 피고에게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원고의 장해 정도가 제12급에 해당하였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진료기록 감정촉탁 신청 등의 증거 신청을 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피고는 별다른 증거 신청을 하지 않았다).
소결(취소의 범위)
이 사건 처분 중 최초 장해등급 결정을 취소한 부분은 적법하나, 장해등급을 제12급으로 결정한 부분은 위법하다. 다만 이 사건 처분이 최초 장해등급 결정을 취소함과 동시에 이를 대신할 장해등급을 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점, 만약 장해등급을 제12급으로 결정한 부분만을 취소할 경우 원고에 대한 장해등급이 결정되지 않아 법적보호의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에 가분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하기로 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지용
[별지]
각주1) 피고는 최초 장해등급 결정 당시 원고에게 위약감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2025. 4. 14.자 준비서면), 처분서(갑 제4호증)에 '1996. 3. 8. 장해등급 결정 당시 원고의 장해상태가 우측 상지의 위약감, 이상감각이 확인되는 상태여서 (…) 그 당시 시점으로 장해 12등급으로 재결정하였음'이라고 명확히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원고의 오른쪽 팔에 위약감·이상감각이 있다는 전제에 서 있음은 분명하다.
사건정보
사건
2024구단68326 장해등급 재결정 처분 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림 담당변호사 정다솜
피고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C
소송수행자 D
변론종결
2025. 6. 25.
판결선고
2025. 8. 20.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