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2024. 2. 2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2022. 10. 26. C 주식회사 울산공장(이사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부품(도어, 트림)조립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이다.
원고는 2023. 3. 31.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좌측 편마비 등 발생하여 현재까지 치료 중이다.
원고는 2023. 5. 30.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4. 2. 27.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2024. 3. 18.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4. 6. 21. 위 청구를 기각한 뒤 2024. 7. 5. 위 재결서를 원고에게 송부하였고, 원고는 2024. 7. 11. 위 재결서를 송달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에 '촉탁직'으로 취직하여 처음으로 작업 속도가 강제되는 라인작업, 심한 소음, 야간근무가 포함된 교대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하면서, 신분상의 불안을 극복하느라 휴일근무까지 한 탓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악화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갑 제3, 4, 6, 7, 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의 근로관계, 담당업무 및 근무이력
원고의 업무시간
원고의 건강검진결과, 생활습관 등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384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이 법원의 I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I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상당한 정도의 육체적·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되었거나 적어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 49시간 04분, 발병 전 4주간평균 주당 업무시간은 46시간 59분, 발병 전 12주간 평균 주당 업무시간은 43시간 40분으로 산재보험법 등에서 정한 단기적 또는 만성적 과로 인정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그러나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 요소일 뿐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원고는 격주로 주간근무(06:45~15:30)와 야간근무(15:30~24:10)를 반복하는 교대근무를 하였다. 이와 같은 주야교대 근무는 통상의 정기적 주간근무보다 생활리듬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육체적 · 정신적 부담이 가중된다. 이처럼 원고의 근무형태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그 자체로도 질병을 촉발하거나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의 발병 및 악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법원의 감정촉탁의도 '(이 사건 상병 관련)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교대근무 확인됩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 2022년에는 최고 88.7dB,2023년에는 87.8dB의 소음이 측정되었고, 작업시간 내내 위 최고수준과 유사한 수준의 소음이 지속되었던 것이 확인된다. 고용노동부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환경도 신체적 부담을 초래하는 요인이었다고 추인된다.
원고는 부품조립 생산라인에서 전동드릴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부품을 조립 · 고정하는 트림조립 작업을 수행하였다. 라인작업의 특성상 원고는 정해진 작업속도를 맞춰야 했기에 지속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하여야 했고, 이로 인해 신체적 피로도가 누적되었다. 더욱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생산직 근무 경험이 없어, 동일한 작업강도에서도 신체적 · 정신적 부담을 더 크게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원고는 2022. 10. 26. 입사 당시에는 'D파트'에서 '도어조립'을 하였다가 불과 1달 만에 'E'에서 '트림조립'을 하는 것으로 업무가 변경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단기간 업무를 변동한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원고는 만 42세에 촉탁직 기간제로 입사하였다. 고용관계의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지위에서, 현장 업무에 신속히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긴장과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원칙적으로 주5일 근무를 하도록 되어있음에도, 입사 후 주6일을 근무한 주가 훨씬 많았다(이 사건 상병 발생 전 3주 연속주6일을 근무하였다). 앞서와 같이 교대근무, 라인작업, 소음이 지속되는 작업환경에서 불안정한 고용관계로 인해 주6일 근무를 반복하며 누적된 피로를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였을 볼 여지가 있다.
원고가 2022. 11. 23. 이 사건 사업장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된 건강검진에서 혈압 192/123㎜/Hg, 공복혈당 130mg/dℓ로 측정되었다. 이 법원의 감정촉탁의는 '위 혈압 수준은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위험상태에 해당한다.'고 지적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기 전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2020. 3. 6. 혈압 139/88㎜/Hg, 공복혈당 95mg/dℓ, 2016. 7. 22. 131/89㎜/Hg, 공복혈당 98mg/dℓ으로 측정된 바 있는데, 과거와 비교할 때 이 사건 사업장 입사 후의 검진결과는 현저히 악화된 수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이 법원 감정촉탁의는 "2022. 11.23.자 건강검진까지 건강상 특별한 event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업무내용과 방식, 근무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과 스트레스가 혈압과 혈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다."(2025. 10. 14.자 사실조회회신결과 3면)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비록 고혈압과 당뇨가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고, 개인적 위험요인이 이 사건 상병 발병 등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도(이 법원 감정촉탁의에 대한 2026. 1. 22.자 사실조회 회신결과 제3면),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을 주는 혈압 등이 기존 수치와 비교해 나타난 급격한 악화 양상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업무로 인한 부담이 이 사건 상병을 발병 내지 악화에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옥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