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생 남성,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3. 8. 29. D(주) E에 입사하여 2025. 10. 14.까지 재직하면서, 가구제작, 현도, 목의장, 용접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망인은 55세이던 2011. 12. 5. F병원에서 '다발골수종'(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21. 12. 2.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2. 4. 4. "신청인은 만 55세(2011. 12. 5. 진단일 기준) 남성으로서, 약 28년가량 조선소 목의장 작업에 종사(2007년부터 2015년까지 월 1~2회 빈도로 스프레이 도장 작업을 병행함)하였던 것으로 확인되지만, 작업 중 주로 노출될 수 있는 목분진은 혈액암 발암물질은 아니라고 판단되는 점, 일부 수행한 스프레이 도장 과정에서 벤젠 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2007년부터 발병 전까지 약 4년 정도, 월 1~2회 정도 이루어진 작업으로서 작업의 빈도나 노출 수준을 고려하였을 때 주된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요양급여 불승인 통보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망인은 진단 후 2012. 5. 4. 및 2016. 2. 2. 두 차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였으나, 재발하여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받던 중 2024. 6. 3. 사망하였고,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9,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1977년부터 1983년까지 G 등의 사업장에서 가구제작 및 실내인테리어 작업을 하다가 1983년부터 2015년까지 D(주) E에서 현도/목의장, 용접공으로 근무하였는데, 가구제작 및 설치 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접흄, 목분진,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되었고,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약 8년 7개월간 월 1~2회 스프레이 도장 작업을 하면서 고농도의 벤젠에도 장기간 노출되었으며, 그로 인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각 증거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J병원장, I협회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노출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형질세포의 악성증식에 의해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골수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혈소판, 백혈구 등 다양한 종류의 혈액세포로 분화한다. 그중 백혈구는 세균과 같은 감염원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학적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이다. 형질세포는 이러한 백혈구의 한 종류로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해 싸우는 단백질인 항체를 생산한다. 어떠한 이유로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및 증식되어 암세포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골수종세포라고 부르며, 이러한 골수종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이 다발성 골수종이다.
이 법원의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한 감정의들의 소견의 요지는 아래 표의 기재와 같다.
J병원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
I협회 감정의(혈액종양내과)
<1>
망인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기간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수준의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기용제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화학물질 노출이 유력한 스프레이 도장 작업의 경우 2007년부터 발병 전까지 약 4년 정도, 월 1~2회 이루어진 작업으로서 작업의 빈도나 노출 수준을 고려하면, 그 노출량이 미미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나아가 재해조사서상 기술된 작업환경, 즉 '가구 도장 작업시 유기용제 사용을 하나 도장작업 전용 박스형 집진시설에서 작업하여 직접적인 노출은 최소화한 상태이며, 방독마스크 착용하고 작업하여 유기용제가 호흡기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페인트 도장 작업시 방독마스크, 보호장갑, 보안경, 보호의를, 가구 제작시 방진마스크, 보호장갑, 보안경, 보호의를 각 지급한다'는것인바, 이를 고려하더라도, 유해요인의 노출수준이나 누적노출량이 높다고 보이지 않는 점, 실제 D(주) E 목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장결과에 의하더라도 유해인자는 검출되지 않거나 노출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미량만이 검출되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망인이 장기간·복합적·누적적으로 유해요인에 노출되어왔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시행령 [별표3]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과 관련하여 10. 직업성 암에 '하. 0.5피피엠 이상농도의 벤젠에 노출된 후 10년 이상 경과하여 발생한 다발성골수종. 다만, 노출기간이 10년 미만이라도 누적노출량이 10피피엠 · 년 이상이거나 과거에 노출되었던 기록이 불분명하여 현재의 노출농도를 기준으로 10년 이상 누적노출량이 0.5피피엠 · 년 이상이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망인이 근무과정에서 위 인정기준에 상응하는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고, 한편 도장 작업의 시간과 시기등을 고려하여 보면, 벤젠의 노출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추가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전문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피고의 조치에 뚜렷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 법원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가 '오랜기간 가구제작 등의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등 발암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개인적 위험 등 특이사항이 없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의학적 소견을 밝힌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감정의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노출가능성이 있다는 점 외에 과거의 노출수준을 알 수 없거나 누적노출량이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도 일반적·추정적 사정, 즉 어린 나이인 70~90년대 발암성 물질(벤젠 등)에 대한 제조/사용 등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은 시기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나 과거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노출 수준이 현재의 수준보다 상당히 높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한 것으로 이는 추상적 의학적 가능성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오히려 이 법원의 혈액종양내과 감정의는 산업보건학적으로 특정 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과 질병 발생과 관련될 정도로 유의한 노출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망인의 경우 작업 내용 등을 고려할 때, 고농도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점, 근본적으로 벤젠 또는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과 다발골수종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 특히 벤젠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같은 일부 혈액암과의 연관성이 알려져 있으나 다발골수종과의 관련성이 제한적이며, 포름알데히드는 주로 상기도 종양과 관련된 물질인데, 만약포름알데이드가 체내에 광범위하게 흡수되어 골수에서 악성 종양을 유발할 정도로 장기간 고농도 노출되었다면, 그 이전 또는 동시에 노출 부위인 비강·비인두에서의 종양 발생위험이 먼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물학적 경로에 부합하는데, 이 사건에서 이러한 상기도 종양의 발생이 확인되지 않으며, 이는 골수 종양을 유발할 정도의 노출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는 점 등을 토대로, 망인의 경우 직업적 요인과 이 사건 상병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위 감정의가 제출한 소견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 현재까지 알려진 의학지식을 토대로 제출한 전문적 견해로서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고, 그 신뢰성이나 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으며, 달리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인자의 노출과 다발성 골수종 발병 사이의 충분한 연관성을 확인할 만한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앞서 본 이 법원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의 소견이 위와 같은 이 법원의 혈액종양내과 감정의의 소견이나 이에 부합하는 피고 측 자문의들의 의견보다 우월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환
각주1) 망인의 진술내용에 의하면, 망인은 13세 때인 1969년에 서울 K동 소재 고가구 제조업체인 G에 들어가 약 3년간 대패질과 심부름을 하였고, 1972년부터 2년간 서울 L동 소재 고가구 제조업체인 M에서도 동일한 일을 하다가 1974년 서울 N동에서 실내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면서 가구를 만들거나 인테리어 설치 작업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2025. 2. 25.자 진료기록감정에 대한 피고 의견 및 보충질의서에 첨부된 업무상역학조사회신서 제5면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