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9. 25. 원고에게 한 장해급여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1983. 1. 1.부터 1990. 11. 12까지 약 7년 10개월 동안 C 주식회사 D광업소에서 굴진 및 수갱 업무를, 1998. 11. 1.부터 2000. 5. 6.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E 주식회사에서 가시설 및 용접 업무를, 2004. 1. 3.부터 2021. 10. 15.까지 약 17년 동안 여러 공사현장에서 가시설 및 용접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2021. 10. 20.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받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 2021. 11. 10. 피고에게 장해급여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2. 3. 25. '종합적으로 소음노출기준에는 합당하나, 양측 만성 중이염 (우측 어려서부터 반복적인 중이염 치료, 좌측 불꽃 손상 및 중이염 수술 후 상태)에 의한 난청으로 업무관련성이 낮다.'라는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소견에 기초하여 원고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심사 및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 및 위 위원회는 원고의 중이염 치료이력뿐만 아니라노인성 난청의 가능성도 추가로 언급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2024. 9. 13. 이 사건 상병으로 다시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4. 9. 25. 앞선 처분 이후 근무이력 등의 변동 없이 동일한 사건으로 장해급여를 재청구한 경우라는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장기간 소음 노출 작업을 수행하였고,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만성중이염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인정사실
갑 제4, 6, 7,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소음작업장 근무이력
원고의 중이염 등 진료이력
2011. 10. 13. G이비인후과
양측 이 충만, 좌 이통, 양측 고막 천공, 좌 이루
2014. 3. 20. H병원 진료 기록지
1년 전부터 시작된 좌측 귀의 청력저하와 이명, 우측 귀 부어오름 증상, 우측 귀중이염(어릴 때), 좌측 귀의 물리적 손상(작업 시 불꽃이 들어감), 양측 고막천공
2017. 1. 23. I병원 진료 기록지
양측 이루-4개월, 양측 중이염 치료함
2017. 6. 5. J병원 측두골 CT : 양측 만성 중이염 소견
2017. 7. 25. K이비인후과 진료 기록지
양측 고막천공, 이루 중이염 치료함
2017. 11. 6. ~ 2017. 11. 10.
좌측 귀 유양동 절제술
2019. 11. 4. K이비인후과 진료 기록지
우측 이통, 이루, 우측 고막천공 중이염 치료함
2021. 12. 16. L병원 진료 기록지
7년 전 용접 작업하다 좌측 귀에 불똥 들어가서 중이염 생겨 수술받음, 이후 난청 진행되어 보청기 착용
의학적 소견
장애진단시 검사결과(2015. 9. 8. I병원)
순음청력검사 결과 우측 68dB, 좌측 78dB
주치의 소견(2021. 10. 20. M이비인후과의원)
순음청력검사 결과 우측 78dB, 좌측 80dB
특별진찰 결과(2021. 12. 18. L병원)
우측 고막 비후 및 흑색 음영이 있어서 측두골 CT 촬영했으며, 우측 중이는 정상임을 확인함. 좌측 고막은 특이 소견 없었으나, 측두골 CT상 과거 유양동절제술 받은 상태이며, 현재 치유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특이 소견은 없음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이 있으며, 연령, 병력과 청력검사 소견을 고려할 때 소음성 난청과 일부 노화 난청이 원인일 것으로 판단함
과거 좌측 귀에 용접 불꽃이 튀어 만성 중이염에 대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나, 양측 청력 대칭적으로 감각신경성 난청 형태이므로, 과거의 중이염 및 수술이 현재의 청력 상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함. 소음성 난청과 일부 노화 난청이 원인일 것으로 판단함
기도 · 골도차 없음,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더 큰 난청을 보임
판단
관련 규정과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등 참조).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7호 차목(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고 한다)은 소음성 난청에 관하여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으로, 1)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 2) 순음청력검사결과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며,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의 요건을 충족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규정하면서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머리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1, 13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N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업무수행 중 노출된 소음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규정의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요건을 넉넉히 충족하고 있다. 무려 26년 이상(그중 약 7년 10개월은 108.6dB이라는 현저히 높은 수준의 소음에 노출되었다)에 이르는 원고의 소음 노출력은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판단된다.
난청은 그 원인에 따라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 위 두 난청이 혼재된 혼합성 난청으로 구별된다. 전음성 난청은 외이나 중이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난청으로 외이도의 염증, 만성 중이염 등이 그 원인이 되고, 감각신경성 난청은 내이에 있는 달팽이관의 소리감지 기능의 이상, 소리에 의한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 또는 중추신경계의 이상 등으로 발생하며, 소음성, 유전성, 노인성, 내이 감염, 이독성 약물등 여러 요인들이 그 원인이 된다. 원고는 어릴 적부터 만성 중이염으로 반복적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2017년 11월경에는 좌측 귀 유양동 절제술을 받기도 하였는데, 만성중이염은 고막 천공, 중이강의 액체 저류, 이소골 침식 등에 의해 기도청력역치의 저하를 발생시키고, 중이의 염증으로 인한 독소가 달팽이관 내부로 들어가 유모세포의 손실을 일으켜 골도청력역치의 저하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의 만성 중이염이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소음의 영향을 배제할 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규정이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을 업무상 질병의 소극적 요건으로 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5항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취지의 규정이 아니다(이 법원 감정의의 소견 중 '현행 소음성 난청 장해 인정기준에서는 중이염 등 소음 이외의 명백한 귀 질환이 있는 경우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청력 손실을 별도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 소음성 난청을 독립된 업무상 장해로 인정하기는 제한적으로 사료된다.'라는 부분은 이와 다른 법해석에 기초하여 제시된 소견으로 취신하지 않는다). 원고는 만성 중이염이 발병한 상태에서 소음노출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왔고, 만성 중이염과 소음노출 작업 양자 모두 원고에게 난청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은데, 원고의 만성 중이염이 이 사건 상병에 미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2015년경 I병원 측두골 CT 영상에서 원고의 우측 귀에는 박동성 이루, 중등도 크기의 고막 천공, 유양동 함기화 감소, 연부 조직 밀도를 보이는 염증이, 좌측 귀에는딱지를 동반한 작은 크기의 고막 천공이 관찰되었는데, 2017년경 O병원 측두골 CT 영상에서는 원고의 우측 귀에 유양동 함기화 감소만이 관찰되었을 뿐 연부 조직의 염증은 사라진 것으로 관찰되었고, 좌측 귀는 유양동 절제술 시행 후 정상인 상태로 관찰되었다. 이와 같이 원고의 만성 중이염은 2015년 이후 호전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원고의 좌측 귀의 기도청력역치는 2017. 6. 5. 79dB, 2017. 11. 6. 80dB이었으나, 유양동 절제술을 받은 후인 2017. 12. 13.에는 74dB로 청력이 회복된 양상을 나타냈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이를 전음성 난청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특별 진찰에서의 임피던스 청력검사 결과 원고의 좌측 귀가 A형(중이 정상)으로 측정되기도하였다.
2021년 12월 L병원에서 실시된 특별진찰 결과에 의하면, '측두골 CT 영상에서 원고의 우측 중이가 정상으로 확인되었고 좌측 중이도 치유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연령, 병력과 청력검사 소견을 고려할 때 소음성 난청과 일부 노인성 난청이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양측 청력이 대칭적 형태의 감각 신경성 난청이므로, 과거의 중이염 및 수술이 현재의 청력 상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소견이 제시되었다.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을 당시 원고의 나이는 만 67세로, 노화에 의한 청력손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노화라는 원인도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있어 소음의 영향을 배제할 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소음 노출력이 장기간이고, 노출된 소음의 수준도 매우 높다. 소음노출의 기간 및 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노화라는 사유에만 기초하여 업무상 노출된 소음과 난청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원고가 소음노출 작업을 오랫동안 수행한 직후에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아 업무수행과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시간적 관련성 · 밀접성이 크다.
소음으로 인하여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병한 사람에게는 노인성 난청이 자연적인 경과보다 빠르고 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노인성 난청과 소음에 의한 영향 사이에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소음 노출이 이 사건 상병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원고의 현재 양측 귀의 청력손실은 원고의 중이염, 노화등의 개인적 소인뿐만 아니라 장기간의 소음 노출도 함께 영향을 미친 결과일 개연성이 있다.
소결론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