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 11. 30.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컴퓨터 제품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원고 소속으로 제3업체에 파견되어 근무한 근로자이다.
원고는 D㈜(이하 ‘D’라 한다)와 ‘E 전산인프라 운영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D는 계열사로서 전산인프라 운영을 위탁한 E㈜(이하 ‘E’라 한다)의 전산시스템을 원고로 하여금 운영․관리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위 용역계약에 따라 참가인을 E에 파견하였다. 다. 원고는 참가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였으나, D 등과 용역계약 금액이 변경될 경우 참가인과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연봉 등을 변경하였다. 원고가 참가인과 마지막으로 체결한 2021. 2. 1.자 근로계약서에는 참가인의 연봉이 4,100만원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원고가 체결한 전산인프라 운영지원 용역계약이 해지될 경우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계약은 자동 해지된다’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D는 원고에게 2021. 11. 24.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참가인을 저경력 직원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2021. 12. 31. 기간 만료로 용역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22. 2. 6. D와의 용역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참가인을 해고하였지만, 참가인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통해 2022. 5. 30. 원고에 복직하였다.
원고는 2022. 5. 30. 참가인에게 복직 후 E가 아닌 F㈜에서 파견근무할 것과 연봉 3,600만원을 제안하였고, 참가인은 그 연봉 액수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참가인은 2022. 6. 2. 연봉이 기존 4,1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감액될 경우 퇴직금 액수에서 손실을 본다는 이유로 원고의 퇴직금제도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DC형)로 바꿀 것을 요구하며 아직 원고와의 근로조건 합의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퇴직금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어려우며 연봉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완화하고자 연봉 4,100만원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중간정산해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참가인이 연봉 4,100만원을 고수함에 따라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다.
원고는 2022. 7. 11.부터 참가인에게 자택에서 직무대기할 것을 명하면서 별다른 직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원고는 2022. 8. 24.부터 2022. 11. 23.까지 다른 회사들에게 참가인의 파견을 제안하였으나, 제안을 받은 회사들은 참가인이 숙련인력에 해당하여 비용이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파견 제안을 거절하였고, 결국 참가인은 계속 직무대기 상태에 있었다.
한편, 원고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2023. 3. 17. 아래 사유로 참가인을 징계해 고하였다.
참가인은 2023. 5. 31.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7. 24. ‘제1, 3, 5징계사유만이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며, 해고의 징계양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라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L). 원고가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23. 11. 30.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원고의 취업규칙과 D의 보안규정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갑 제1, 2, 9, 11∼14, 16, 23, 27, 28, 30, 33호증, 을가 제1, 8, 11, 17, 27호증, 을나 제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제1징계사유(고객사 영업비밀 반출․취득행위, 인정)
갑 제29, 32, 34호증, 증인 M의 서면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대표이사는 2023. 1. 18. 참가인에게 참가인을 다른 회사에 파견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수행한 업무가 어떤 내용인지 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 참가인은 같은 날 원고 대표이사에게 이메일로 E에서 수행한 업무내용을 보내면서 반출이 금지된 E의 네트워크 구성도, 문서보안, 네트워크관리, VPN, 접속IP, 관리자ID 등의 정보가 담긴 문서를 함께 보낸 사실, 원고 대표이사가 2023. 1. 30. 참가인에게 위 자료의 취득경로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고, 참가인은 2023. 1. 30. 및 2023. 2. 1. E에서 원고의 후임으로 근무하던 파견근로자 M으로부터 위 문서와 함께 네트워크 구성도 등을 재차 전송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 취업규칙 제30조 제12호는 ‘파견근무자는 해당 근무처의 직장질서를 준수하되, 동 규율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이 규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D 보안규정 제6.2.3조는 ‘전 임직원은 퇴직, 전출 또는 직무의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 소지하고 있는 모든 정보자산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네트워크 구성도 등의 정보는 반출이 금지된 것으로서 E로부터 전산인프라 운영을 위탁받은 D의 정보자산에 해당하고, 참가인이 파견이 종료되었는데도 위 정보를 반환하지 않고 후임 파견근로자로부터 재차 이를 취득한 행위는 비밀누설 의도와는 상관없이 D 보안규정을 위반함과 동시에 원고 취업규칙 제30조 제12호를 위반한 행위이다. 따라서 제1징계사유는 원고 취업규칙 제70조 제1항 제10호에서 규정한 ‘본 규칙에서 규정한 사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서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
제2징계사유(D와 E 사이의 운영 용역계약단가 누설행위, 부정)
을가 제1호증에 의하면, 참가인이 과거 2022. 2. 6.자 해고에 관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과정에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D와 E 사이의 연도별 운영 용역계약 단가를 증거자료로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나, 참가인이 노동위원회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는 자료로서 제출한 것을 ‘누설’로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갑 제17, 47호증만으로는 참가인이 D와 E 사이의 연도별 운영 용역계약 단가를 G, H에게 누설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결국 제2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
제3징계사유(시말서 작성 지시 거부행위, 부정)
갑 제16, 19, 22호증, 을가 제14호증에 의하면, 참가인은 2022. 5. 30.부터 제2징계사유에 관한 시말서 작성을 지시받았으나 이를 거절해온 사실, 원고가 제시한 시말서에는 ‘회사의 관련규정을 위반하여 이에 시말서를 제출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감수하며 차후 본건을 계기로 과오의 재발이 없을 것임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참가인이 제2징계사유에 관하여 일관되게 누설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다투고 있었던 상황에서, 제2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고 향후 이에 관한 징계 등을 감수하겠다는 시말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는 정당한 업무명령이라고 보기 어렵다. 참가인이 원고의 시말서 작성 지시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 취업규칙 제71조 제2항 제10호의 ‘상사의 정당한 업무명령에 불복종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제3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
제4징계사유(연봉협상 거부행위, 인정)
앞서 든 증거, 갑 제15, 21, 26호증, 을가 제12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은 연봉협상을 부당하게 거부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는 장기간 참가인을 다른 회사에 파견하지 못한 채 직무대기시킨 후 급여의 70%를 계속 지급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참가인의 부당한 연봉협상 거부는 원고 취업규칙 제71조 제1항 제11호에서 규정한 ‘기타 회사의 경영 질서유지를 위하여 사회통념상 징계에 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제4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
참가인은 원고가 D로부터 지급받는 용역계약 금액 중 50∼60% 상당을 연봉으로 지급받아 왔고, 매년 용역계약 금액이 점진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참가인의 연봉도 상승하였다. 또한 원고와 참가인 사이 근로계약서에는 ‘원고가 체결한 전산인프라 운영지원 용역계약이 해지될 경우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계약은 자동 해지된다’는 문구가 기재되었고, 실제로도 원고는 D가 용역계약을 종료하자 2022. 2. 6. 참가인을 해고하였다. 이처럼 참가인의 근로조건은 연봉기준표와 같은 원고의 내부기준과는 무관하게 D와의 용역계약의 내용에 따라 변동되었으므로, 원고로서는 D와의 용역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된 상황에서 새로운 근로조건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원고는 참가인에게 F㈜에서 파견근무를 할 것을 제안하며 연봉 3,600만원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F㈜가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용역계약 금액이 4,900만원에 불과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반면 원고가 2021년 D로부터 받은 용역계약 금액은 6,549만원이다). 참가인의 입장에서는 경력이 오래되었는데도 오히려 연봉이 삭감되기 때문에 다소 아쉬울 여지는 있겠으나, 참가인의 연봉이 용역계약 금액에 의해 결정되었던 점, 새로운 용역계약에 따라 참가인을 파견할 경우 연봉을 다시 정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연봉삭감 제안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인 역시 당초 원고의 위 제안을 수용하였으나 며칠 뒤 퇴직금 문제로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하였고, 2023. 3. 17. 징계해고를 당할 무렵까지 기존의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 4,100만원을 고수하였다. 반면에 원고는 참가인을 내근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했으나 전문성 결여와 담당 부서의 반대로 내근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2022. 8. 24.부터 2022. 11. 23.까지 다른 회사들에게 참가인의 파견을 제안하는 등 참가인의 근무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이 역시 모두 거절당했다.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보여준 원고와 참가인의 태도 차이를 고려하면, 참가인은 원고의 용역계약 현황, 비용구조 등을 무시한 채 기존의 연봉만을 고수하며 연봉협상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5징계사유(직장 내 괴롭힘 등, 인정)
갑 제46호증, 을가 제23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은 2018. 8.경 자신의 휴가 대체자인 I에게 담당 업무가 아니었던 모니터 150대 교체를 업무를 지시하였고, I이 이를 원고 관계자에게 보고하자 I에게 폭언을 한 사실, 참가인은 원고 직원들이 E에 지원을 나가서 참가인의 OA교체 작업을 도와주던 상황에서도 지시만 할 뿐 스스로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먼저 귀가했던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행위는 원고 취업규칙 제71조 제1항 제9호의 ‘직장 내 괴롭힘’ 및 성실의무 위반에 따른 제71조 제1항 제10호의 ‘본 규칙에서 규정한 사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제5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안에서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에 대한 징계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참가인의 연봉이 원고와 D 사이의 용역계약 금액에 따라 좌우되었으므로, 그 용역계약이 종료된 이상 참가인으로서도 새로운 용역계약에 맞춘 연봉협상에 성실히 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도 참가인은 해고 무렵까지 기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 4,100만원을 고수하였고, 원고가 연봉협상 결렬을 이유로 직무대기 발령을 하였는데도 그 직무대기 발령에 관한 쟁송을 제기하였을 뿐 연봉협상에 성실히 응하지도 않았다. 원고로서는 내근직 전환이 담당 부서의 강력한 반대 등으로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참가인의 연봉이 계속 유지될 경우 참가인을 다른 업체에 파견하기도 곤란한 실정이었다. 원고는 여러 차례 면담 등을 통해 참가인에게 이러한 사정을 호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참가인이 끝내 기존 연봉을 고수하였다는 점에서 제4징계사유만으로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는 이미 크게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1징계사유 역시 참가인이 파견 근무를 하였던 회사의 정보자산을 반환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자신의 경력을 증빙하는 용도로 사용한 점, 그에 따라 원고가 E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그 비위행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원고는 참가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소속 근로자들을 용역계약을 체결한 회사에 파견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는데, 참가인의 제1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는 원고가 파견을 통해 수행하는 업무 전반에 관한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제5징계사유의 경우에도 참가인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사내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