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4. 17. 선고 2024구합70807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은 의약품, 의료용품 유통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C(이하 'C'라 하고, B과 통틀어 '참가인들'이라 한다)는 화물운송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참가인들은 2016. 11. 1. C가 B의 의약품 등을 운송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물류 운송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매년 이를 갱신하여 왔다.

나.

원고는 2018. 6.경 C와의 사이에, 자신 소유의 차량을 C에 지입하고 화물운송사업 운용관리권을 인수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운송 위·수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 및 위 차량으로 C가 지정하는 장소로 화물을 운송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운송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하고, 이 사건 운송계약 및 이 사건 위탁계약과 통틀어 '이 사건 각 계약'이라 한다)'을 각 체결하고, 2018. 6. 30. 사업자등록을 한 후 주기적으로 이 사건 각 계약을 갱신하면서 그에 따른 화물운송을 하였다.

다.

B은 2023. 6. 14. C에게 '이 사건 운송계약의 재계약을 앞두고 부득이 위 계약 중 원고 관련 부분을 종료한다'는 통보를 하였고, C는 2023. 7. 11. 원고에게 '화주사 요청에 따라 2024년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계약기간 만료일인 2023. 10. 31. 이 사건 용역계약이 종료된다는 통보를 하였다.

라.

원고는 참가인들의 2023. 11. 1.자 계약해지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1. 19. 원고가 참가인들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E).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 4. 30.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D,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7호증, 을나 제1~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C와 형식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B에 전속되어 그 구체적인 지시와 통제에 따라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고 근태관리를 받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 있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다(원고는 노동위원회 구제절차 및 이 사건 재판 초기에는 자신이 '참가인들'의 근로자라고 주장하였다가, 2025. 3. 6.자 준비서면에서 비로소 B에 전속된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원고가 B의 배송기사로 계속 근로한 기간이 총 2년을 초과하여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되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1. 6. 9. 선고 2009두9062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8~33호증, 을나 제6~14호증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지입차주로서 C와 이 사건 각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용역비를 지급받았다고 볼 수 있을 뿐, 원고가 B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전제에 서 있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1)

원고와 B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 원고는 C와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자신 소유의 차량을 C에 지입하는 대신 화물운송사업의 운송관리권을 수탁받았고, 위 계약에 따라 고장·수리 및 주유, 제세공과금, 공제분담금, 보험료 등 차량관리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였으며(제6조 제1항),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와 지급받는 대가 등의 기본적인 내용은 원고와 C가 체결한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정해졌는데, 이 사건 용역계약이 C의 거래처, 즉 B이 요구하는 장소에 물품을 배송하는 것을 원고의 업무로 지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제8조 제2항), 이는 화물운송사업의 특성상 당연히 포함될 수밖에 없는 규정이다.

2)

원고는 매일 비교적 일정한 시간(배송지역별로 오전 5시 30분 전후, 6시 30분 전후, 7시 30분 전후로 나뉘었다)에 업무를 시작하였는데, 우선 전일 수행한 배송업무에 따른 배송일지와 거래명세서를 제출하였고, 배송할 약국별로 분류된 의약품을 박스에 포장한 다음, 거래명세서를 배송순서에 따라 편철하고 그에 맞추어 상차작업을 실시한 후 사전에 정해진 지역으로 배송을 시작하였다. 배송한 의약품 중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에는 출발 일시와 온도, 배송시간 등을 기재한 생물학적 제제 출하증명서를 작성하였고, 방문한 약국에서 반품의뢰서를 발부하면 해당 반품 건을 수거하거나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업무도 함께 수행하였으며, 통상적으로 오후 5~6시 정도에 배송업무를 마치고 복귀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곧바로 업무를 종료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대체로 정형적인 내용의 업무를 비슷하게 반복하여 수행하면서 배송업무를 수행할 일자, 배송할 물품, 지역 등의 선택에 관하여 별다른 자율성을 가지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화주의 요청에 따라 수행되는 배송업무의 본질에 기인한 것이므로, 대체적인 업무 내용을 B이 정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B의 근로자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배송지역이나 배송코스의 배정 및 변경 자체가 B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다수의 배송기사들을 통해 다양한 장소에 효율적으로 의약품을 보내야 하는 B의 업무상 당연한 측면이 있었다. 오히려 정해진 시간에 의약품을 지정된 장소로 배송한다는 점만 보장된다면, 구체적인 배송 경로의 선택, 운전시간과 휴게시간의 조절 등 화물운송의 방법 그 자체에 있어서는 B의 별다른 간섭 없이 원고가 상당히 자유롭게 재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3)

원고가 다른 배송기사들과 함께 B의 직원들이 포함된 단체 채팅방에 소속되어 수시로 위 직원들로부터 각종 공지나 지시, 교육 등을 받았고, 화물차량에는 GPS나 자동온도기록계 등을 부착하는 한편 차량 운행에 따른 배송일지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했으며, 의약품유통품질관리기준에 따른 교육·평가까지 받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화주의 관리영역을 벗어나 운송을 시작한 개별 배송기사들이 화물운송 업무를 예정대로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일 뿐이고, 특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 채 신속하게 배송이 완료되어야 하는 의약품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므로, 단지 위와 같은 사정만을 근거로 B이 원고의 업무수행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4)

원고는 B 고유의 취업규칙, 인사규정,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도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이 사실상 B과의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으로 작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수행하는 배송업무의 내용과 지급받는 대가, 손해배상 및 계약해지의 요건 등에 관하여만 정하고 있을 뿐인 이 사건 용역계약이 실질적인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각 계약이 정하고 있는 원고에 대한 계약해지 사유 역시 '배송업무의 원활한 수행 가부'와 직접 연관된 것으로서 통상적인 용역계약,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면, 복무규정 위반, 사내 질서 훼손 등의 제반 사유를 포괄하는 징계해고사유와는 그 내용을 상당히 달리한다.

5)

원고는 다른 사람이 C와의 관계에서 보유하던 화물운송사업권을 포괄적으로 양수하여 C와 이 사건 각 계약을 체결하고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고, 실제로 이 사건 위탁계약 제3조 제5항("개인직거래에 의해서 차량을 양도양수받은 후임자는 전임자의 계약 및 그 기간을 승계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제15조(관리권의 양도, 양수) 등은 이러한 사업권의 포괄양수도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제15조 제1항에서 관리권 양도에 C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충분한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이 계약관계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최소한의 수단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특히 이 사건 위탁계약 제6조 제2항은 원고가 운행상 필요한 경우에 대체 운전자를 고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B의 입장에서도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자체는 계약관계 유지를 위한 유의미한 고려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서 체결된 계약들 어디에도 원고가 정해진 배송업무의 수행 이후 추가로 다른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통상적인 업무종료 시간이 오후 5~6시경이었음을 고려하면 원고가 참가인들과 무관한 별도의 배송업무를 수행하여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애초에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B 사이에서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이 강하게 유지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패소한 원고가 모두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