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20. 9. 3. 설립되어 상시 약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언론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보고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 B는 2022. 3. 14., 참가인 C는 2023. 4. 26. 원고에 입사하여 방송팀 소속 PD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3. 12. 6. 참가인들에게 '참가인들이 스스로 작성하여 제출한 2023. 10. 10.자 사직서에 따라 2023. 10. 31.부로 사직처리되었고 이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종료하였음을 확인함'이라는 내용의 '사직(근로관계 종료) 확인서'를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라 한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3. 20. 참가인들의 사직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E, F 병합).
참가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6. 21. 참가인들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유효하게 철회되었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해고에 해당하고, 해고사유에 정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해고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D,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나 제8, 9,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참가인들의 사직의 의사표시에 의한 것으로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참가인들이 2023. 10. 10. 진의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 제출하였고, 이는 합의해지의 청약이 아니라 해약의 고지에 해당하여 철회할 수 없다. ② 설령 철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원고의 적법한 대표이사인 G가 아니라 H의 동의를 얻어 철회되어 효력이 없다. ③ 원고와 노동조합이 2023. 9.22.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은 교섭요구 사실 공고절차를 위반하였고 내용상 공서양속에도 반하여 무효이므로, 위 단체협약에 근거한 사직서 철회도 인정될 수 없다.
재심판정의 요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해고이며,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없고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참가인들이 2023. 10. 10. 제출한 사직서를 2023. 10. 25.경 박스 안의 서류뭉치에서 우연히 습득하였고, 참가인들에게 진의 여부 및 철회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40일이 지난 후에 일방적으로 사직 처리하였다고 통보하였다. 따라서 참가인들이 원고에게 진의로 사직서를 작성 · 제출한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할 수 없다. ② H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내용의 2023. 10. 4.자 원고 이사회 결의는 절차적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다시 같은 내용의 2023. 10. 20.자 이사회 결의가 있을 때까지 원고의 적법한 대표이사는 H다. 설령 2023. 10. 4.자 이사회 결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경영권 다툼이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서 참가인들이 H에게 적법한 대표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철회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 ③ 이 사건 단체협약이 절차적 · 내용적 하자로 인해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참가인들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위 단체협약에 따라 유효하게 철회되었다.
사직서가 진의로 작성되어 원고에 도달하였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된다. 여기서 근로자의 '진의'라 함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근로자가 사직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사직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참조).
민법 제111조 제1항은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도달이란 사회통념상 상대방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인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사용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인 때에 도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0두58274 판결 취지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호증, 을나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참가인들은 사직서를 진의로 작성하였고, 원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가 도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가인들은 2023. 10. 10. 16:00경 '경영상 이유로 권고사직'을 사직사유로 하여 2023. 10. 31.자로 사직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서(이하 '제1차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원고의 방송제작팀장 I에게 제출하였다. 원고의 경영지원팀장 J는 같은 날 16:40경 참가인들에게 사직서에 대표이사 결재란이 없다며 수정을 요청하였고, 참가인들은 같은 날 17:00경 다시 '2023. 10. 10.을 마지막 근무일로 사직서를 작성합니다. 사유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한 권고사직입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서(이하 '제2차 사직서'라 하고, 제1차 사직서와 통틀어 '이 사건 각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당시 원고의 법인등기부에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던 H, K의 결재를 받았다.
참가인들이 제출한 제1차 사직서는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영지원팀장에게 전달되었으나 형식적 요건이 흠결되었음을 이유로 반려되었으므로, 사용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그러나 참가인들은 제2차 사직서를 H, K에게 제출하여 결재를 받았고, H가 당시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이상, 제2차 사직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는 원고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였다고 볼 것이므로, 사직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참가인들은 노동위원회 단계부터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각 사직서를 진의로 작성하여 원고에 제출한 사실을 다투지 않으면서, 다만 사직의 의사표시를 적법하게 철회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달리 참가인들이 원고의 압박이나 강요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의 새로운 경영진이 참가인들의 사직서를 습득한 경위에 비추어 사직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적법하게 도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나, 이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이미 원고에게 도달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여 사직의 의사표시 도달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고려할 것이 아니다.
사직이 철회되었는지 여부
관련 규정 및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관련하여 제29조의2 제1항 본문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그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하여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으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그 법률적 효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 12 내지 25, 27호증, 을나 제6, 7, 11, 12,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관련 규정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들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70조 제2항 후문에 따라 적법하게 철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들의 사직서 제출이 근로계약 해약의 고지인지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 H와 K에게 원고를 대표하여 참가인들의 사직 철회에 동의할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참가인들은 제2차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 날인 2023. 10. 11. H와 K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다고 통보하였고, H와 K은 이에 동의하였다. H가 당시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이상, 참가인들의 사직 철회의 의사표시는 원고에게 도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 소속 근로자들은 2023. 9. 14. L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을 설립하였고,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3. 9. 22.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70조 제2항 후문은 '사직서가 회사에 접수된 날의 다음 날부터 3일 안(공휴일 제외)에 그 제출을 철회하는 경우 면직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이 이 사건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병존하여 복수의 노동조합이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도이고(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1헌마338 결정, 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237 등 결정 등 참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다른 노동조합의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이다. 그런데 이 사건 노동조합은 원고 소속 직원 전원이 가입한 유일한 노동조합이므로(이 사건 단체협약 제6조 제1항 참조), 원고가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해태함으로써 다른 노동조합의 참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②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참조).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쌍방이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을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 ·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설령 단체교섭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이 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원고는 종전 대표이사 H 등이 원고의 경영권 변동에 앞서 원고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은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고, 상대방인 이 사건 노동조합 및 그 대표자 M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원고의 초대 대표이사였다가 해임된 N가 법원으로부터 허가결정(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3비합108호)을 받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였고, 2023. 9. 19. 이사 5인을 선임하는 주주총회결의가 이루어지는 등 원고의 경영권 변동이 예측되는 시기에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되었고, 이 사건 단체협약에 사용자의 인사권을 제한하거나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① 원고의 종전 대표이사 H는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원고를 대표할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② 설령 단체협약의 일부 내용이 노동조합측에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H가 오로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할 뿐만 아니라, ③ 참가인들의 사직 철회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70조 제2항 후문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H가 2023. 9. 22.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권을 남용한 것이라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참가인들이 제2차 사직서 제출 후 무단으로 결근하고 H 등이 설립한 다른 언론사인 O에서 근무하는 등 사직의 의사표시가 철회되었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들의 업무중단은 원고의 2023. 10. 4.자 업무명령(별도 지시 있을 때까지 무기한 출근 중지 및 유급 휴가 실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이후 참가인들은 2023. 12. 4. 원고의 2023. 11. 29.자 업무명령에 따라 업무보고서를 작성 · 제출하였으며, 2023. 12. 7.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계속 근무의사를 밝히기도 하였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들만으로 참가인들에게 근로의사가 없었다거나 참가인들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지 않았다
고 볼 수 없다.
소결
참가인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적법하게 철회된 이상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른 해고로 보아야 한다. 참가인들에 대한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원고가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점은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재심판정이 '참가인들이 진의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이 법원과 결론을 같이하여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유경민 김성기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