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6.20. 원고와 별지 사용자 명단 기재 각 회사 사이의 중앙 2024교섭19 주식회사 ○○산업 등 111개사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결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결정의 경위
원고는 2020.9.12. 경기도 내 레미콘운송에 종사하는 사람을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지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합원은 약 6,920명이고, 가입한 상급단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다. 별지 사용자 명단 기재 각 회사(피고보조참가인들 포함, 이하 ‘레미콘 회사’라고 한다)는 레미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의 조합원은 레미콘 회사와 개별적으로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이 소유한 콘크리트믹서트럭으로 레미콘 회사가 제조한 레미콘을 건설현장으로 직접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하 ‘레미콘 운송차주’라고 한다)이다.
원고는 2024.4.4., 같은 달 12. 레미콘 회사 등에게 2024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레미콘 회사는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원고는 2024.5.1.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하였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5.13.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위 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앙2024교섭19호로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6.2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레미콘 운송차주들로 조직된 원고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시정신청에서의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신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재심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이 사건 재심결정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레미콘 운송차주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고, 레미콘 운송차주를 조합원으로 한 원고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므로, 레미콘 회사는 노동조합법령에 따라 원고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레미콘 운송차주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시정명령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다.
인정사실
레미콘 운송차주는 레미콘 회사와 일반적으로 계약기간을 1년 또는 2년으로 하고 1회 운행당 운송단가를 정한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하는데, 그 레미콘 운송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계약이 이루어진다. 피고보조참가인 ○○기업 주식회사가 2022.6.경 원고의 대표자인 임○○과 체결한 레미콘 운송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레미콘 회사는 매 영업일마다 생산계획과 출하계획을 수립한 후 그 레미콘 회사와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한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단체인 상조회에 운송물량, 운송현장, 필요한 콘크리트 믹서트럭의 대수 등을 통보하면, 상조회는 미리 정해져 있는 배차순번에 따라 레미콘 운송차주들에게 출근시간 등을 통지한다. 레미콘 운송차주는 배차순번에 따라 작업대기를 하다가 레미콘 회사로부터 운송장을 발부받은 후 레미콘을 상차하고, 운송장에 기재된 건설현장으로 레미콘을 운반한 후 레미콘 회사로 복귀를 한다. 레미콘 운송차주는 그 과정을 반복하여 당일 운송을 마친 후 퇴근을 한다. 레미콘 회사는 콘크리트 믹서트럭에 설치된 GPS 장비를 통하여 레미콘 운송차주의 운행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레미콘 회사는 자신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단체인 상조회와 운송단가 등을 협의하여 결정하다가 2019년경부터는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가입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와 지역별 레미콘 회사 대표자들이 협의하여 운송단가를 결정하였고, 레미콘 회사는 그와 같이 결정된 운송단가를 기준으로 레미콘 운송차주들과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가 설립된 이후 각 지역별 레미콘 회사 대표자 13명으로 ‘수도권레미콘발전협의회’가, 레미콘 운송차주 대표자 4명으로 ‘수도권 운송연대’가 각 구성되어 그 사이에서 운송단가 협상이 진행된 후 2022.7.4. 운반단가 인상 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 7 내지 12, 15, 16, 18, 23, 24, 39, 49, 50호증, 을가 제1 내지 3, 5호증, 을나 제5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2조는 제1호에서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제4호 본문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레미콘 운송차주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 갑 제13, 14, 29, 34 내지 38, 41, 47, 48호증, 을나 제14, 16, 28, 2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레미콘 운송차주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레미콘 운송계약의 내용, 업무 내용, 업무 준비 및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겸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워 보여,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한 레미콘 회사로부터 받는 운송비, 보조금 등이 레미콘 운송차주의 주된 소득원임이 명백하다. 레미콘 운송차주가 레미콘 운송업무를 그만두고 다른 차주에게 자신의 지위를 양도하는 경우 수취할 수 있는 권리금 명목의 금원 등을 레미콘 운송차주의 주된 소득원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레미콘 회사는 불특정다수의 레미콘 운송차주들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으로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운송단가를 비롯하여 레미콘 운송계약의 주요 내용을 레미콘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레미콘 운송계약은 레미콘 운송차주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과 레미콘 회사의 계약 해지 사유를 위주로 정하고 있다. 레미콘 회사가 레미콘 운송차주들로 구성된 상조회나 그 연합회 등과의 협의를 거쳐 운송단가 등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개별적으로 레미콘 운송차주와 협의하여 레미콘 운송계약의 내용을 결정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레미콘 회사는 그와 같은 임의단체와의 협의를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고 그 경우 체결되는 레미콘 운송계약의 내용은 레미콘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
레미콘 운송차주가 제공하는 레미콘 운송업무는 레미콘 회사의 레미콘 제조 및 판매업 수행에 필수적인 것이고, 레미콘 운송차주는 레미콘 회사의 사업을 통해서만 레미콘 운송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레미콘 운송차주는 레미콘 회사와 일반적으로 1년 또는 2년 단위로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레미콘 운송계약을 갱신하여 왔으므로 그 레미콘 운송계약관계는 지속적이고, 레미콘 회사에 상당한 정도로 전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 사업 때문에 레미콘 운송계약이 계속 갱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운송계약관계가 지속적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는 없고, 레미콘 운송차주가 예외적으로 자신과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한 레미콘 회사가 아닌 다른 레미콘회사의 레미콘을 운반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평가가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
레미콘 운송차주는 레미콘 회사의 운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 레미콘 운송차주는 레미콘 출하에 지장이 없도록 항상 차량을 운행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여야 한다. 레미콘 운송차주로서는 레미콘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출하계획에 따라 근무시간, 근무장소 등이 결정된다. 레미콘 회사는 레미콘 운송차주의 콘크리트 믹서트럭에 회사의 상호, 로고 등을 도색하도록 하였고, 자신의 비용으로 설치한 GPS 장비를 통하여 레미콘 운송차주의 운행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도 하였다. 일부 레미콘 회사는 레미콘 운송차주에게 회사의 사명 등이 새겨진 근무복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레미콘 운송업무가 단순하고 정형적인 업무여서 세부적이고 개별적인 지시를 필요로 하지 아니할 뿐 업무수행과정에서 레미콘 운송차주가 임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레미콘 운송차주는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레미콘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그 지휘·감독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근로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레미콘 운송차주는 레미콘 운송계약을 체결한 특정 레미콘 회사로부터 레미콘 운송 횟수에 따른 운송비와 보조금 등을 지급받았고, 이는 레미콘 운송차주가 제공한 노무의 양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자신이 제공한 노무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았다고 볼 수 있다. 레미콘 운송차주가 레미콘 운송업무에 사용하는 콘크리트 믹서트럭이 고가의 장비임은 인정되나, 레미콘 회사가 레미콘 운송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송비 등은 콘크리트 믹서트럭의 사용료가 아닌 주로 레미콘 운송차주의 노무 제공의 대가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레미콘 운송차주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 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과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레미콘 회사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레미콘 회사와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레미콘 운송차주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개별로서는 현저히 약한 교섭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레미콘 운송차주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여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노무를 제공받는 레미콘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레미콘 운송차주로 구성된 상조회 등이 레미콘 운송차주의 노무제공조건 등을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이므로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 본문에서 정한 노동조합에 해당한다. 원고는 노동조합법상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적법한 노동조합이고, 레미콘 회사는 원고의 교섭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고하지 않았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양상윤
판사 정한영
판사 조약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