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22. 5. 11. 13:21경 청주시 서원구 D 소재축사(이하 '이 사건 축사'라 한다) 신축 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식 식사를 하기 위해 본인 소유의 화물자동차(차량번호 1 생략) 조수석에 아들인 E를 태우고 이동하던 중 F에 있는 G 앞 노상에서 신호대기 중인 다른 차량(차량번호 2 생략)을 후면 추돌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충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던 중 다음 날 03:11경 사망(직접사인: 출혈성 쇼크)하였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례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5. 17. 원고에게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당시 이동경로를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는 이례적인 식사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로 사업자의 지배 · 관리가 인정되지 않는 사적 행위이거나 퇴근 중 사고로 보더라도 통상적인 경로에서 일탈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8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E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였고 매월 말일에 200만 원의 임금을 받았으며, 식대를 포함한 임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 현장에 계속적 ·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고, 이 사건 축사 신축은 E의 계산으로 이루졌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휴게시간 중 사업자의 지배 · 관리 하에서 통상적 · 관례적으로 사업장 밖의 식사장소를 이용하다가 발생한 재해이고, 퇴근 중 사고로 보더라도 통상적인 경로에서 발생한 재해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두9471 판결 등 참조).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5 내지 7, 14 내지 20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E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망인은 2021. 1.경부터 본인을 건축주로 하여 이 사건 축사 신축을 진행하였는바 사업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고, 2021. 12.경 건축주 명의를 아들인 E로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그 무렵부터 망인의 지위가 사업자에서 근로자로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망인은 청주시 서원구 H에서 축산업을 영위하다가 축사 이전을 위해 이 사건 축사 신축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2021. 1.경 이 사건 축사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고 2021. 3.경 착공신고를 하였는데, 건축허가 당시 망인을 건축주로 하였다가 2021. 12.경 건축관계자 변경신고를 통해 건축주를 E로 변경하였다.
이 사건 축사 부지는 망인, 원고 및 E가 그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가 망인과 원고가 2021. 1. 7.경 자신들의 지분을 E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E의 단독 명의로 되었다.
E는 I생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31세였고, 2021. 4. 19. 이전까지는 망인및 원고와 함께 거주하다가 그 이후부터 세대 분리를 하여 이 사건 현장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혼자 거주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자격이력에 의하면 E가 2011년, 2018년, 2019년 생산 관련 단순직, 물품이동장비 조작원, 경호 · 보안 종사자로 1~2달 가량 단발적으로 일한 내역만 확인되고, 축산업을 영위하였다거나 이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망인과 E 사이에 2022. 2. 4.자로 작성된 건설일용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가 존재하고, 이에 의하면 근로계약기간은 2022. 3. 1.부터 2022. 7. 31.까지이고 매주 6일 근무하며 소정근로시간은 오전 8시부터 17시까지이고, 매월 말일 월급 2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받는다고 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망인이 E로부터 매월 말일 월 2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받았음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증거나 사정도 보이지 않는바, 망인이 E로부터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망인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E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거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지정의 구속을 받았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망인이 건설 현장에서의 노동 경험이 풍부하여 E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의견을 주었을 뿐 업무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E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나 사정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한 카고크레인 기사는 '망인의 지인을 통해 이 사건 현장을 소개받아 망인과 전화로 카고크레인 임차 일자 및 임대비용 등을 협의한 후 이 사건 사고 당일 작업하였고, E와는 협의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사고 당일 이 사건 현장에서 망인이 직접 용접일을 하였고 E가 망인 옆에서 보조하면서 돕는 것을 보았으나 망인이 다른 작업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 등을 하였고 현장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진술하였고, 카고크레인 기사가 허위로 원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공사에 필요한 업체 선정, 작업 지시, 용접 업무 등을 하며 이 사건 현장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원고는, E가 거래처들과 결제나 세금계산서 발행 등에 관하여 연락을 주고받은 점, E가 H빔, 철근 등 건설 자재를 자신의 명의로 구매한 점 등에 비추어 E를 실질적인 사업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E와 거래처들 간의 문자메시지는 망인이 사망한 이후의 것뿐이고, 이 사건 사고 이전에 E가 이 사건 현장 업무를 지휘 · 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자재 구매나 세금계산서 처리 등은 E가 사업자등록 명의자로서 비용 처리를 위해 자신의 명의로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한 사정만으로 E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현장의 실질적인 사업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는, 망인이 사용하던 농협카드, 삼성카드의 지출내역상 망인이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식대를 지출한 기록이 없는바, E가 망인의 식대를 지급하였던 것이라고 주장하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E로부터 임금을 받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