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87년 B종교단체 종단으로부터 비구계를 수계하고 승적에 등록된 승려(법명 'E')이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또는 '이 사건 사찰'이라 한다)은 B종교단체 F교구 본사 G사 소속 사찰로 종교 단체이며, H(법명 'I', 이하 '주지스님'이라 한다)는 이 사건 사찰의 대표로 상시 1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불교교리 전파 등 종교 활동을 하는 자이다.
원고는 2023. 7. 1. 참가인에게 고용되어 근무하다가 2023. 11. 15. 참가인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2024. 1. 4.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2. 27.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J).
원고는 2024. 4. 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7. 17.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퇴사하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D,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K스님의 소개를 받아 이 사건 사찰에 중노전으로 채용되었고, 정해진시간에 기도와 염불을 주관하는 중노전 업무 외 천도재, 기제사를 거행하면서 순서 및 방법에 대해 참가인으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았으며, 외출 및 휴가 사용이 제한되었고, 정기적 ·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았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는 2023. 11. 15. 주지스님으로부터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았고, 원고가 2023. 11. 20. 작성한 퇴사확인서는 강박 또는 비진의 의사표시로 취소하였는바, 원고에 대한 해고가 존재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 · 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
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내지 6호증, 을가 제3 내지 7호증, 을나 제2,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K스님의 소개로 2023. 7. 1. 이 사건 사찰에 입방하였다. 입방경위에 관하여 원고는, K스님으로부터 기도, 염불 등의 업무를 함께 할 것을 제의받아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채용되었다고 주장하고, 참가인은 K스님의 제안에 따라 원고에게 사찰의 방을 하나 내주었을 뿐 채용 절차는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주지스님의 승낙을 받은 K스님의 소개로 이 사건 사찰에서 기도, 염불, 천도재, 기제사 등의 업무를 할 것을 제의받아 이 사건 사찰에 채용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K스님의 사실확인서에 의하면, '2023. 6. 중순경 총무스님인 L스님이 다른 사찰로 수행을 떠나는 바람에 주지스님에게 부탁을 하니, 주지스님이 "알아서 하시라"라고 말씀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사찰에 입방하도록 주선하였다'라고 하였다.
원고와 K스님 간의 2023. 6. 22.자 및 2023. 6. 30.자 각 통화 녹취록에 의하면, K스님이 원고에게 "주지스님이 '노전스님(K스님)이 스님 뽑고 하는 거는 책임자니까'라고 말해서 스님(원고)에게 바로 전화했다", "주지스님이 '중노전하면 되겠습니까' 물어서 '그래 하소'라고 말했다"라고 말하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K스님은 주지스
님의 승낙을 받고 원고에게 중노전 자리를 제안하였다고 보인다.
위 각 통화 녹취록에 의하면, K스님은 원고에게 "5시부터 도량송 치고 나면 내가 타종을 친다. (중략) 그 다음에 스님이 6시까지 천수경 1편 치고 다른 정근을 하던지 내려와 버리면 끝이다. 룰이 그렇다", "사시 때 저게 먼저 천수경 1편을친다. 스님이 그 다음에 들어가 거불청사를 하고, 끝나고 지가 '향화청 향화청' 한다.그 다음에 지가 '예참 지심정례공양' 이래 하고 정근이 끝나고 나면 내가 노전에 들어가서 축원한다 그러면 끝난다", "기제사 있을 때 내가 축원하고 기제사 지내고 둘이 다 내려가 버린다. 2재나 3재 있을 적에는 옆에 누가 한 사람 스님이 앉아줘야 한다. 옆에서 같이 맞춰가지고 하면 되고 수월하다"라고 하여, 이 사건 사찰에서의 업무 내용, 방법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알려주면서 이 사건 사찰의 방식에 따라 기도, 염불 등의 업무를 수행하라고 하였다.
또한 K스님은 원고에게 '직책은 중노전으로 했다', '월급 220만 원을 준다', '휴가는 2박 3일이다'라고 하는 등 원고에게 부여될 직책, 근로조건, 근무시간, 휴가 등에 대하여도 사전에 설명하였다.
채용공고가 있었다거나 주지스님의 면접을 보는 등의 일반적인 채용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으나, 원고는 과거에 이 사건 사찰의 K스님, M스님(회주스님, 이하 '회주스님'이라 한다) 및 N선원 분원장과 만나 염불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었고, K스님이 주지스님의 승낙을 받아 원고의 입방을 주선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채용된 것이 아니라거나 채용에 주지스님의 아무런 관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매일 정해진 시각에 타종과 예경 의식을 하였고, 예불, 천도재, 기제사에도 참여하였다. 원고는 K스님이 사전에 알려준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찰의 관
례에 따라 의식을 수행하였고,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시간이나 내용, 방식을 임의로 바꿀 수 없었다. 이 사건 사찰에서 출퇴근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수행할 업무의 내용이 지정되어 있었는바, 원고가 근무할 시간과 장소도 구속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참가인은, 예불, 천도재, 기제사의 동참 여부는 원고의 재량이었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동참을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휴가가 2박 3일로 정해져 있었던 점, 원고와 K스님의 통화 녹취록에 의하면, K스님은 원고에게 자신을 도와 기도, 염불 등의 업무를 하라고 하였고, 자신이 휴가를 가면 원고가 기제사를 지내라고 한 점, K스님의 진술서에 의하면 '원고, 총무스님과 의논하여 역할을 분담하였다'라고 하고, 원고가 제출한 일정표에 의하면 원고, K스님, 총무스님이 기제사를 나누어 담당하였고, 서로 휴가가 겹치지 않게 하였다고 보이는바, 예불 등의 동참 여부를 원고의 완전한 자율에 맡겼다고 보기 어렵다.
참가인은, 기도, 염불은 B종교단체 승려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하는 종교의식이고 원고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다른 승려들에 의하여 의식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수행한 타종, 예경 의식, 기도와 염불은 승려와 불교신자들의 참여 하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 종교의식(儀式)으로, 다수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매일 일정한 시각에 정해진 방식으로 하여야 하고, 편의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생략하거나 개인적인 종교의식으로 대체할 수 없다. 게다가 천도재, 기제사는 신도들로부터 돈을 받고 거행하는 의식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적 수양 또는 수행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예불을 집전하거나 기도, 염불을 하는 행위가 원고 개인의 종교적 수양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업무는 기본적
으로 이 사건 사찰의 지시 하에 해당 종교단체 본연의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단체적 종교활동의 일환으로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비록 참가인의 단체적 특성이나 승려가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참가인이 그 업무의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 감독을 하지 아니하였을 수는 있으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참가인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참가인이 요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포괄적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원고는 매월 이 사건 사찰로부터 보시금 200만 원, 저축금 20만 원을 받았고, 이에 더하여 천도재, 기제사 등을 집전하거나 동참하는 경우 회당 10만 원을 추가로 받아, 2023년 7월 270만 원, 8월 250만 원(백중보시 70만 원 별도 지급), 9월260만 원(추석비 30반 원 별도 지급), 10월 250만 원을 받았다. 보시금 200만 원은 모든 스님에게 동일한 금액으로 지급하는 것이지만, 천도재, 기제사 등에 참여하는 경우10만 원씩 더 주었고, 주지스님, 회주스님은 종무활동비로 50만 원을 더 받는 등 구체적인 액수는 맡은 업무의 내용, 경중에 따라 차이가 있었던 점, 다른 사찰들에서도 위와 같은 방식의 월급을 약속하며 채용공고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매월받은 돈을 단순히 생활보조금이라고 보기 어렵고, 근로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가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 가입되지 않았고, 참가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거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은 사실도 존재하지 않지만, 앞서 관련 법리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원고의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
해고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8 내지 14호증, 을나 제3 내지 5, 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관계는 늦어도 2023. 11. 20. 합의해지로 종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023. 11. 15. 원고와 K스님 사이에 물리적 다툼이 있자 주지스님이 원고와 K스님을 불러 법도를 어긴 부분에 대해 면담하였다. 면담 과정에 관하여, 원고는 '주지스님이 둘 다 나가라며 구두 해고를 하였다'라고 주장하고, 참가인은 '주지스님이 원고와 K스님에게 마땅히 퇴방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니 오늘부로 자진해서 퇴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원고와 K스님이 알겠다고 하며 방을 나갔다'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K스님의 진술서에 의하면 '주지스님이 이건 퇴방사유다,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하셨을 때 제가 먼저 퇴방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옆에 있던 원고도퇴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라고 하고, 실제로 K스님은 당일 퇴방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23. 11. 15. 스스로 퇴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보인다. 2) 설령 원고가 2023. 11. 15. 스스로 퇴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2023. 11. 20. 회주스님에게 '본인은 2023. 11. 27. 월요일까지 C사에서 퇴사할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기재된 퇴사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바, 이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참가인도 이를 승낙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관계는 늦어도 2023. 11. 20. 합의해지로 종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2023. 11. 20.자 퇴사확인서가 비진의 또는 강박의 의사표시여서 2024.2. 16. 취소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원고가 2023. 11. 15. 퇴방하지 않자 2023.11. 16., 2023. 11. 17. 양일간 원고와 주지스님, 이 사건 사찰의 총무, 처사, 사무장 등 사이에 욕설 등 다툼이 있었고, 원고가 이들을 공동협박, 공동상해, 모욕 등으로 고소하여, 총무, 처사가 공동협박으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나머지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① 원고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심문에서 이 사건 사찰을 나가는 조건으로 이사비 3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퇴사확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가, 중앙노동위원회 단계에서 강박에 의해 퇴사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으나, 진술 변경 경위에 관하여 별다른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 점, ② 원고가 2023. 11. 22. 이 사건 사찰에서 퇴방한 뒤 같은 날 주지스님과 통화하였는데, 통화 녹취록에 의하면 주지스님이 원고에게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원만히 해결되었다고 전화 한 통만 넣어주면 될 것 같다고 하자 원고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였을 뿐, 원고가 퇴사확인서나 퇴방 경위에 관하여 이의 제기를 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③ 원고는 퇴사확인서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뒤인 2024. 2. 16. 회주스님에게 '의사표시에 문제가 있어 퇴사 확인서를 취소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회주스님이 2024. 2. 18. 원고에게 '스님께서 작성한 퇴사 확인서는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스님 스스로가 주지스님과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서 같이 살 수 없다는 말씀을 하고(스님은 대화를 녹음하시니 참조하십시오) 퇴사 확인서를 작성하였기에 즉시 주지스님께 전달하여 퇴사처리를 확정하였습니다'라고 답장하자, 이에 대하여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2023. 11. 20.자 퇴사확인서가 비진의 또는 강박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는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나,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늦어도 2023. 11. 20. 합의해지로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한바, 이 사건 재심판정 중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부분은 적절하지 아니하나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