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7. 3. 20.경부터 C 주식회사에 볼트 등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여 오던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품질관리부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망인은 2022. 10. 13. 06:50경 이 사건 회사 사무실 내에서 심정지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고, 망인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은 2023. 3. 20. 망인이 병인성(病因性) 뇌지주막하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로 감정하였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3. 11. 27. 망인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1. 22.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있어 업무적 요인의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없어 망인의 사망과 업무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4. 6. 12.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어 2024. 9. 25. 재차 망인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10. 4. 원고가 종전과 동일한 청구를 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① 망인은 2018. 11.경부터 사망할 때까지 품질관리부서에서 2명이 수행하던 업무를 혼자서 담당하였고, 특히 망인은 2022. 8.경부터는 C 주식회사의 이 사건 회사에 대한 협력사 품질평가[SQ(Supplier-Quality Mark) 마크 인증] 업무를 혼자 수행하면서 점심·저녁시간이나 휴게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거나 지속적인 야근을 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② 피고는 출퇴근카드 기록만을 기준으로 망인의 업무시간을 산정하였으나, 실제 망인의 식당 식사 체크 시트 및 근무 현황 등 자료에 의하면 망인은 피고가 산정한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근무하였고, 특히 발병 전 4주차에는 67시간 26분을 일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점, ③ 망인은 2022. 1.경부터 2022. 10. 11.경까지 휴일 특근을 22회나 수행하였을 정도로 휴일이 부족한 업무에 종사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과로 내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전제 하에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가 종전 청구와 동일한 청구라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리 등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간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현대의학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이 업무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어렵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5두37839 판결 등 참조).
고용노동부고시인「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업무와 뇌혈관 질병과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 고려하는 업무시간 기준에 관하여,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당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I. 1. 다. 1)], 발병 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I. 1.
2)].
또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② 교대제 업무, ③ 휴일이 부족한 업무, ④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⑦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의 경우와 같이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평가한다[I. 1. 다. 3)].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간(발병 전 1주일 제외) 1주당 평균치보다 30% 이상 증가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에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근무형태·업무환경의 변화 및 적응기간,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I. 1. 나.).
이 사건 고시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3] 1. 다목의 위임에 따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을 규정한 것으로서 업무상 과로 여부와 업무 및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다.
판단
앞서 든 증거와 갑 제15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직업환경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갑 제10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등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망인의 출퇴근카드 내역을 기준으로 하여 망인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면서 망인의 휴게시간을 1일 1시간 50분[= 점심식사 60분 + 휴게시간 20분 + 저녁식사 30분(저녁식사를 한 경우)] 또는 1시간 20분(= 점심식사 60분 + 휴게시간 20분)으로 산정함으로써 망인의 발병 전 4주 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50시간 59분, 발병 전 12주 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46시간 26분으로 산정하였는데(갑 제15호증 제5면 참조), 이에 따르면 망인의 업무시간은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업무상 과로 인정 기준 시간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달리 피고의 위 업무시간 산정이 불합리하다고 볼만한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갑 제16, 17호증의 각 기재를 들어 피고가 망인의 업무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산정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는 망인의 업무시간 산정 시 갑 제16호증(식당 식사 체크 시트)의 내용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보이고(갑 제15호증 제5면 참조), 갑 제17호증(근무 현황 및 출근기록)은 이 사건 회사에서 작성한 자료인지 여부나 망인의 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 각 증거들만으로 피고가 망인의 업무시간을 잘못 산정하였다거나 망인의 실제 업무시간이 이 사건 고시에서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업무시간에 근접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망인의 동료근로자들 및 사업주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이 본래 2명이 수행하던 업무를 혼자서 수행하고, 퇴근 시간 이후 잔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 특히2022. 9. 하순경 이전에는 C 주식회사가 주관하는 SQ 마크 인증 업무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가중되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갑 제10 내지 13호증 참조),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될 정도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과로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 밖에 망인이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볼만한 다른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이 법원 감정의도 '망인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 직장인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과도하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이 사건 상병 및 이로 인한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관련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이현우 백송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