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5. 14. 선고 2024구합8871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12. 1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D 유한회사에서 노사업무를 총괄하는 노사담당 상무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2. 9. 2. 17:18경 사택인 청주시 흥덕구 E, F호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다.

망인의 시체검안서에는 망인의 직접사인이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고, 망인에 대한 부검감정서에는 망인의 사인에 관하여 '고도의 심비대 등에 기인된 비대심근병증으로 판단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라.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3. 6. 10.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3. 12. 12. '망인의 평균 업무시간이 단기 및 만성과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별도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확인되지 않으며, 망인이 기존에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인적 위험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2022년 단체교섭 당시 노동조합이 이례적인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파업까지 예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노동쟁의조정신청까지 하였다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는 등 망인은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망인은 의식 소실 사고로 인한 어깨 수술과 직장탈출등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수술을 미루면서까지 단체교섭에 임하였고, 수술 직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였기 때문에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더욱 누적되었으며, 망인이 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단체교섭 업무를 수행하였던 내역 등을 고려하여 사망하기 1주일 전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면 약 61시간 47분에 달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혈관계 관련 기저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가)

망인은 노사담당 상무로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노동쟁의 조정 등의 노사업무 전반을 총괄하였다.

나)

망인의 소정근로시간은 08:30부터 17:30까지(휴게시간 12:30부터 13:30)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주5일 근무를 하였다.

다)

D 유한회사는 2022년 6월경부터 같은 해 8월경까지 다음과 같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다. 망인은 노사담당 상무로서 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였고,2022. 8. 31. 23:54경 G 대표이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단체교섭 업무가 마무리되었다는 취지로 최종 보고를 한 이후 2022. 9. 1.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

2)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은 2013년경 흉부 불편감 등으로 H병원에 내원하여 협심증으로 진단받았고, 당시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으나 이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나)

망인은 2020. 1. 7.경 흉부 불편감 등으로 I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비대심근병증이 의심되므로 심장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으나 이에 대한 추가 검사를 받지는 않았다.

다)

망인은 2022. 7. 31.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우측 어깨 부위에 상해를 입었고, 2022. 8. 2. J병원에 입원하여 '관혈적정복술 및 금속판내고정술, 변연절제 및 창상봉합술'을 받은 후 같은 달 8. 퇴원하였다.

라)

망인은 2022. 8. 12. '직장탈출, 괴사' 등의 진단을 받고 '교액성환상치핵수술'을 받았다.

마)

망인에 대한 부검감정서에는 '심장 중량 783g으로 고도의 심비대 소견을 보고, 심근의 전반적인 비후 및 섬유화 소견을 보나, 심장 관상동맥에서는 국소적인 동맥경화 소견을 보는 등 비대심근병증으로 생각되는 심장의 심한 병변을 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망인은 비대심근병증으로 생각되는 심장의 심한 병변으로 인해 급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바)

망인에 대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건강검진결과는 아래와 같고, 2022. 8. 12. 혈압 검사 결과 130/80㎜Hg로 측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7 내지 13, 17 내지 20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5, 1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K병원(심혈관내과)과 L병원[흉부외과(심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피고는 망인의 소정근로시간을 토대로 망인의 사망 전 3개월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26시간 20분으로 산정하였고, 발병 전 1주일간의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그 이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된 바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 전 업무시간이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에서 정한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 증가' 기준(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이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증가) 및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서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기준(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 52시간 초과)에 각 미달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망인의 통화, 문자메시지 및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소정근로시간과 무관하게 D 유한회사 노사협력팀 소속 직원 및 노동조합 측 임원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단체교섭에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여 왔음을 알 수 있고, 특히 망인은 노동조합 측에서 단체교섭 결렬로 인한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한 2022. 8. 23.부터 단체교섭 업무가 마무리 된 같은 달 31.까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른 오전부터 자정 무렵까지 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수시로 업무연락을 하였던 사실이 확인된다. 이와 같이 망인이 소정근로시간 외에 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단체교섭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을 고려하여 망인의 사망전 1주간 업무시간을 재산정하면 61시간을 초과하는바, 망인의 사망 전 1주간 업무시간은 그 이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증가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는 위 고시가 정한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 증가' 기준(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이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증가)을 충족한다. 설령 망인의 사망 전 업무시간이 위 고시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위 고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 으로, 위 시행령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곧바로 부정할 수는 없다.

나)

앞서 본 것처럼 망인은 2022년 단체교섭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던 2022. 7. 31.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여 우측 어깨 부위에 상해를 입었고, 이로 인하여 2022. 8. 2.부터 같은 달 8.까지 입원하여 어깨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2022. 8. 12.에도 직장탈출 등으로 재차 수술을 받았다. 망인은 위와 같이 입원을 하였을 당시에도 노사협력팀 소속 직원 및 노동조합 측 임원과 카카오톡 및 이메일 등을 통해 계속 업무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단체교섭 업무를 지휘·감독하였을 뿐만 아니라 퇴원 및 수술 이후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였으므로, 사망 직전 무렵 망인의 육체적·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된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

더욱이 망인은 2022. 7. 31.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어 외상을 당하는 등 심혈관계 관련 기저질환으로 인하여 급사의 위험이 상당히 높은 상태에 있었다고 추정됨에도, 그 무렵 망인은 지속적인 업무 부담으로 인하여 심혈관계 관련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을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과중한 업무 수행으로 인하여 심혈관계 관련 기저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을 개연성도 상당히 높다고 판단된다.

라)

이 법원의 심혈관내과 감정의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심비대를 악화시키거나 부정맥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이 법원의 흉부외과 감정의는 '비대심근병증과 같이 외부 자극에 취약한 심장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단기간의 업무 부담 증가가 질환의 자연경과를 넘어 급성 악화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의학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 망인의 기저 심장질환인 비대심근병증이 적시에 진단·관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중요한 회사 업무와 시간적으로 밀접한 시점에 실신이라는 중증 상태임을 시사하는 증상이 먼저 나타났고 약 한 달후 급사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담이 비대심근병증의 악화를 촉발한 유력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될 여지가 있고, 망인이 적절한 진료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의지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배경에도 업무적 요인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는바, 이와 같은 의학적 소견을 불합리하다고 보아 배척할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과로 및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저질환인 심혈관계 관련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망인이 갑작스러운 사망에 이르게 된 것 으로 추단할 수 있다.

마)

한편 망인에 대한 건강검진결과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비대심근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인자에 해당하는 고혈압, 당뇨 및 이상지질혈증 의심 소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망인은 고혈압, 당뇨 및 이상지질혈증 확진을 받은 바 없고, 위와 같은 망인의 기저질환은 경계 단계에 있었던 것에 불과하여 비대심근병증의 악화에 따른 급사 위험까지 우려할 만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에게 개인적인 위험인자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령 위와 같은 망인의 기저질환이 비대심근병증의 악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과로 또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비대심근병증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2)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백송이 김종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