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 4. 17.부터 2020. 2. 19.까지 부산광역시 D 소속 119 안전센터 구급대원으로 근무한 자이다.
망인은 2018. 8. 20. 좌측 난소에 악성 신생물(난황낭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 및 항암치료를 하던 중 2019. 5. 24. 좌측 난소에 악성 신생물(투명세포암) 및 간 전이가 발견되어 재수술하였으나 2020. 2. 19. 난소암을 사인으로 사망하였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순직 및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3. 7. 27. 원고에게 '소방공무원의 경우 공장 근로자와 달리 석면을 직접적, 계속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므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학적 소견에 따라 난소암과 공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사망 장소가 병원으로 확인되어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법률적 판단에 따라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의견에 따라 순직 및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각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며 화재 및 구급 출동 현장에서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였고, 화재 현장에서 보호 장구도 없이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등 각종 유해물질에 장기간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다. 석면 건물의 화재 현장에서 비산되는 석면 가루나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aromatic hydrocarbons, 이하 'PAHs'라 한다)는 난소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망인은 석면이 사용된 건물에서 근무하며 석면에 장기간 노출되었다. 망인은 2010년까지는 2교대, 2020년까지는 3교대로 약 20년간 교대근무를 수행하였고, 이로 인한 정신적 · 신체적 스트레스가 경합되어 난소암이 발병 및 악화되어 사망하였다. 따라서 망인의 공무와 난소암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조 제1항의 '공무상의 재해'란 공무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 또는 부상을 말하므로 공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공무원의 공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간접사실에 의하여 공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두2755 판결 취지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 4, 7 내지 17, 20, 21, 25 내지 28, 31 내지 34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부산광역시 D 소방행정과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 서 있는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지 아니하다.
난소암은 난소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2023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자료에 의하면, 2021년 전체 암 발생 건수 중 난소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이고, 전체 여성암 중 난소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2.4%이다. 난소암의 발병율을 연령대로 살펴보면 50대가 27.6%, 60대가 20.5%, 40대가 19.8%를 차지한다. 난소암은 발생 조직에 따라 크게 상피세포암, 배세포종양, 성삭기질종양으로 구분되는데, 2021년 전체 난소암 발생 건수 중 상피세포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81.6%이고, 망인이 진단받은 투명세포암은 전체 상피세포암 중 10~15%를 차지하는 상당히 희귀한 질환이다.
난소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난소암 환자들 대부분에게서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여러 연구를 통해 배란, 유전요인, BRCA1 또는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 및 이상 변화, 유방암 · 자궁내막암 또는 대장암을 앓았던 기왕력, 석면과 활석 및 방사선 동위원소 노출이 난소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F는 직업적으로 석면에 고농도로 노출된 여성들(석면이 포함된 가스마스크 제조 공장 근로자, 석면보드 단열 제조 공장 근로자, 석면 시멘트 공장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 5개의 코호트 연구결과 등에 기반하여, 난소암에 관하여 석면 노출을 인체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발암물질로 분류하였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제5조의2, 「공무상 질병 판정기준(인사혁신처 예규)」에서도 '석면에 10년 이상 노출되어 발생한 난소암'을 직업성 암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석면에 고농도로 장기간 직업적으로 노출된 경우 난소암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한 것이나, 소방공무원의 경우 직업적으로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와 달리 석면을 직접적 · 계속적으로 취급하지 않으므로 석면에 고농도로 장기간 노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난소암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유병률에 비해 소방공무원에게 있어 난소암의 유병율이 더 높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보이지 않고, 망인 외에 소방공무원에게 난소암이 발생하였다고 보고된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최근 20년간 난소암 관련 공무상요양 또는 순직을 신청한 사례는 망인 포함 총 6건인데, 그 직종은 군무원 또는 행정직으로 모두 소방공무원이 아니었고 담당 업무도유해물질과 무관한 직종이다).
게다가 망인은 간호사 자격 소지자인 구급대원으로, 응급환자 처치 및 병원 이송을 하는 구급업무와 행정업무를 수행하였다. 즉, 망인은 화재 현장에만 출동하는 것이 아니고, 화재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소방직이나 구조직처럼 화재 현장 내부에 진입하여 소화, 인명구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개방된 공간에서 응급환자 처치및 병원 이송 업무를 주로 수행하므로(망인이 과거에 화재진압업무를 직접 수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빈도와 강도가 소방직, 구조직에 비해 낮을 것으로 보인다. D가 작성한 2017년 망인 관련 화재 출동 현황 자료(갑 제14호증)에 의하면, 망인이 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출동 건수(559건) 중 화재 현장 출동 건수(32건)의 비율은 5.72%이고, 화재 현장 출동 건수(32건) 중 대상 건물이 슬레이트인 건수(2건)의 비율은 6.25%로, 망인이 화재 현장에 출동하여 석면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였다고 보인다.
망인이 화재 현장 출동 시 석면 이외에 여러 유해물질에 일부 노출되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유해물질이 특정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여 모든 암종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특정 유해물질의 노출과 난소암의 발병 간의 연관성에 관하여 일관되고 신뢰할 만한 연구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F가 2023년 발간한 '화재진압 대원으로서 직업적 노출'이라는 연구보고서(을 제4호증)에 의하면, 소방관이 직무를 수행하며 노출되는 환경은 '중피종', '방광암'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다고 하나, '대장암', '전립선암', '고환암', '피부악성 흑색종', '비호지킨 림프종'의 경우 일부 연구에서 연관성이 관찰되었으나 일관되지 않은 연구 결과, 일반인에 비해 잦은 검진, 혼란 변수, 발암 원인의 부재 등의 이유로 우연 ·편향 · 교란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관련성은 제한적이라고 하였고, 난소암을 포함한 그 외의 암종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거나 자료가 부족하여 관련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화재현장에서의 유해물질 노출과 난소암 간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원고는, 화재 진압 시 발생하는 PAHs가 난소세포에 독성을 가지고 있어난소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PAHs는 석탄이나 석유 같은 유기물질의 불완전 연소 시 생기는 화합물군으로, 벤조[a]피렌, 디벨린 등 여러 종류가 있고, 동물 실험에서 많은 PAHs가 DNA 손상, 돌연변이, 산화 스트레스, 세포사멸, 발암효과 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나, 난소암 발생률 증가를 직접적으로 분석한 역학연구는 부족하고, PAHs와 난소암 간의 연관성 연구가 F 등의 공식 발암물질평가 문헌에서 충분한 증거(sufficient evidence)로 언급된 바는 없다고 보인다. 원고가 제출한 'PAHs 노출과 HE4 발현 증가와의 관계'에 관한 논문(갑 제27호증)에 의하면, PAHs에 노출될 경우 난소암 종양표지자인 HE4 수치가 상승하여 난소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하나, HE4 수치의 증가가 반드시 난소암으로 진행된다는 의미로 보기 어려우므로, HE4 수치만으로 PAHs와 난소암 간의 연관성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원고는, 망인이 석면이 사용된 노후 청사에서 근무하여 난소암이 발병하였다고도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망인이 석면이 사용된 금정소방서, 동래소방서, 해운대소방서, 기장소방서에서 근무하였고, 특히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금정소방서에서 내근업무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석면은 그것이 포함된 재료가 손상되었거나 분진을 발생시키는 상태에서 위험성이 발생하므로, 단순히 석면 건축 자재가 사용된 건물에서 근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석면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흡입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법원의 감정의도 '난소암과 관련된 연구에서 고농도 석면에 장기간(10년 이상) 직업적으로 노출된 경우에만 위험 증가가 명확하게 나타나므로, 단순히 소방 청사 건물의 벽면이나 지붕 등에 석면 건축 자재가 사용되었다고 해서 난소암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갑 제9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이 난소암 진단을 받은 2018. 8. 이전 6개월 동안 상당한 양의 초과근무시간(시간외 근무 1주 평균 16시간, 휴일근무 월 평균 2일, 야간근무 월 평균 10일)을 기록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난소암은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에 속하지 않고, 과로 및 교대근무로 인하여 면역력 저하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면역력 저하가 난소암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다고 볼 만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 야간 교대근무는 F의 '야간 교대근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인간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나 실험동물에서 충분히 근거가 있는 발암물질 2급(Group 2A)'이라고 평가되기는 하였으나, 위 연구보고서에 의하여도 특정암종인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직장암'과의 양성 연관성이 관찰되기는 하였으나 연구들 사이에서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고, 다만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시험에서 빛 노출시간을 달리하였을 때 '간세포암' 등 일부 암종 발생률이 유의한 증가를 보였다는 것이므로, 교대근무와 난소암 발병 간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 법원 감정의도 '교대근무로 인한 생체리듬 교란과 만성 스트레스가 일부 암(유방암 등)과의 연관성이 제기된 바 있으나, 난소암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다. 직업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난소암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따라서 망인의 난소암 발병에 있어 장시간 노동 및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의미있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직업적 노출에 의한 난소암의 가능성이 높다(probable)고 판단된다'라는 내용의 소견서(갑 제5호증의3)를 작성하였으나, 위와 같이 판단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고, 2023. 9. 12.자 소견서(갑 제7호증)에서는 '망인이 약 20년간 교대근무를 수행한 점, 구급활동을 담당하며 화재진압 담당 소방관들과 유사한 정도의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으나 보호구 착용이 미흡했다고 하며, 근무하던 소방서 건물에 석면이 사용되었던 점 등에서 석면 노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망인에게 가족력, 과거력, 유전자 등 위험요인이 없고, 비흡연자이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난소암 호발 연령보다 젊은 45세에 난소암으로 진단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장기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교대근무 및 구급출동 업무 시 석면 포함한 유해인자 노출 등 직업적 위험 요인으로 인한 발병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라는 소견을 밝혔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에게 석면 노출 가능성이 희박하고, 화재현장에서의 유해물질 노출이나 과로, 교대근무와 난소암 발병 간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만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난소암과 관련하여 직업적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위험요인도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바, 망인에게 가족력, 과거력, 유전자 등 개인적인 위험요인이 없다고 하여 난소암 발병이 직업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소견만으로 앞서 본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
한편, 망인의 사망은 난소암에 의한 것이고, 난소암 발병이 직업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운바, 망인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 · 재해 현장에서의 화재진압, 인명구조, 구급작업 또는 이를 위한 지원활동, 위험 제거를 위한 생명안전활동을 수행하다가 입은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이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