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1. 14. 선고 2024구합95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등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상시 약 4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시내버스 운송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원고에서 시내버스 운전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자이다.

3)

참가인은 D노동조합(이하 ‘D노동조합’이라 한다)의 조합원이다.

나.

원고의 참가인과의 근로관계 종료 관련

1)

원고 취업규칙 제64조는 운전직 사원의 정년을 ‘만 63세’로 정하고 있으며(제1항 제1호), 사원은 그 정년에 도달하는 날의 달 말일로 당연히 퇴직한다고 정하면서도(제2항), 회사는 정년퇴직한 사원에 대하여 필요한 경우 인사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촉탁직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4항 본문).

2)

참가인은 E생으로, 2015. 2. 4. 원고에 입사하여 근무를 시작하였다.

3)

원고는 정년에 도달하는 운전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재고용 적격심사를 하여, 합격 기준을 충족한 자들을 촉탁직으로 채용하여 오고 있다. 재고용 적격심사 평가항목은 ① 운영(24점): 친절도(4점), 민원(8점), 운행실태 평가(4점), 운행질서(8점), ② 운영(16점): 징계(4점), 근무태도(4점), 협조성(8점), ③ 운영(20점): 교통사고(16점), 안전운행(4점), ④ 차량관리(20점): 차량 손상 관리(4점), 기기조작 및 연비 관리(8점), 일상점검 및 청결 유지(8점), ⑤ 노조(8점), ⑥ 대표(12점)로 나뉘어 있고, 합격 기준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다.

4)

원고는 참가인이 촉탁직으로 재고용을 신청하자, 2023. 5. 30.경 참가인에 대한 재고용 적격심사(이하 ‘이 사건 적격심사’라고 한다)를 실시한 후, 다음과 같이 참가인에게 심사 총점 57점을 부여하였다.

5)

원고는 2023. 5. 31. 참가인이 촉탁직 재고용 기준에 미달하였다는 이유로 참가인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것을 거절하고(이하 ‘이 사건 재고용 거절’이라고 한다),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

다.

참가인의 구제신청 관련

1)

참가인은 이 사건 재고용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0. 18. ’참가인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고, 재고용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아 이 사건 재고용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

2)

원고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4. 1. 26. 초심판정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원고가 속한 F조합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인 D노동조합이 체결한 2023년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 제28조 제2항은 원고로 하여금 소노사협의회의 재고용 적격심사를 거쳐 재고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절차적 의무를 정한 규정일 뿐이고, 원고에게 재고용 의무를 부과한 규정이 아니며, 정년에 도달한 자들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관행이 확립되지도 않았으므로 참가인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2)

참가인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재고용 거절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존재하지 않고, 이 사건 적격심사 결과 참가인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재고용 거절에 이르렀으므로, 그에 합리적 이유도 인정된다.

나.

관련 법리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이와 같이 정년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 기간제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두41727 판결 참조).

다.

참가인에게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호증, 을가 제10호증, 을나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재고용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참가인에게는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은 “고령화시대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고용확보를 위하여 2018. 2. 1.부터 정년연장된 자는 4년 차까지, 2020. 2. 1.부터 정년이 연장된 자는 3년 차까지, 2021. 2. 1.부터 정년이 연장된 자는 2년 차까지 1년 단위로 소노사협의회 적격심사를 거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재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여 정년에 도달한 운전직 사원들을 일정 연령까지는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2)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의 ‘원칙’은 절차적 원칙을 정한 것이므로, 소노사협의회의 적격심사를 거쳐 재고용 여부를 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원칙적으로 재고용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이 ‘재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문맥 자체로 ‘원칙’이 지시하는 대상이 ‘재고용’임이 명백하고, 위 규정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될 여지는 없다. 또한 원고는 재고용이 원칙이라면 소노사협의회의 적격심사를 거칠 필요조차 없음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이 적격심사 절차를 예정한 것 자체가 재고용이 원칙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단체협약이 정한 재고용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재고용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적격심사를 통과한 자에 대하여 재고용할 것을 정한 것이고, 그에 따른 참가인의 재고용 기대권 역시 그와 같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고용 적격심사에 대한 기대권이라 할 것이므로(반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재고용이 전적으로 원고의 재량이라고 보게 되면, 그와 같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고용심사에 대한 기대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는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이 개정되어 온 경위에 비추어 보면 더욱 명백한데, 2013년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 전단은 ‘소노사협의회를 거쳐 재고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촉탁직 재고용을 원고의 재량사항으로 정하였으나, 2015년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에서는 위 문장을 삭제하고 대신 ‘1년 단위로 소노사협의회의 적격심사를 거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5년차까지 재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재고용을 원칙으로 명시하였다[2015년 단체협약에서 ‘임의조항을 삭제하여 적격심사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재고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고 개정 규정의 취지를 해설하고 있기도 하다(을나 제1호증 제14쪽 참조)]. 그와 같은 규정의 구조는 그 계약 연장 기간에 관한 변경을 제외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4)

이에 따라 원고 스스로도 2015년 무렵부터 재고용 적격심사 기준을 마련하여 70점 이상을 획득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고 있고, 2022. 3.경부터 2022. 12.경까지 재고용 신청자 12명 중 11명이,<1> 2023. 1.경부터 2023. 9.경까지 참가인을 포함한 총 12명의 재고용 신청자 중 10명이<2> 재고용 적격심사 기준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여 촉탁직으로 재고용하였으므로, 정년에 도달한 운전직 사원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해 온 관행 또한 축적되었다.

5)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을 앞서 본 것과 같이 해석할 경우 원고의 인사, 경영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오히려 원고의 경영상 결단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과 같은 내용으로 재고용 원칙을 정한 것이다. 또한 원고는 재고용을 원칙으로 할 경우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원고의 촉탁직 근로자 지위에 놓이게 되어 근로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재고용을 신청할지 여부 및 재고용 이후에도 퇴직을 할지 여부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원고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6)

한편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원고가 들고 있는 선례(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는, 해당 사업주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촉탁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만이 존재하였을 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는 단체협약 등의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사건으로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를 달리한다.

라.

이 사건 재고용 거절이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이 정한 절차에 위배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을나 제5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적격심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재고용 거절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이 정한 절차에 위배된다.

1)

이 사건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은 촉탁직 재고용을 위한 절차로서 소노사협의회의 적격심사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제6조는 소노사협의회를 회사와 지부(노동조합) 간에 두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소노사협의회를 개최하지 아니하고 인사위원회에서 이 사건 적격심사를 진행하였다. 이 사건 적격심사서의 하단 서명란(을가 제5호증 제2쪽 참조)을 보더라도 각 위원들이 인사위원회 인사위원 자격에서 서명을 하였음을 알 수 있고, D노동조합 I지부 위원장인 J(이하 ‘이 사건 위원장’이라고 한다) 역시 소노사협의회 노측 대표가 아닌 ‘인사위원(근로자)’ 직함으로 서명하였다.

2)

원고는 소노사협의회는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협의를 거치기 위한 기구에 불과하므로, 적격심사와 관련하여 노·사간의 협의만 이루어졌다면 소노사협의회를 통하여 적격심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그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단체협약은 노동조합 임원 인사는 단순히 노동조합과 협의한다고 정하고 있는 반면, 재고용 적격심사는 소노사협의회를 거칠 것을 예정하고 있는 등, ‘노동조합과의 협의’와 ‘소노사협의회’를 구분하고 있다.

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같은 수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소노사협의회 또한 노사협의회의 일종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같은 수의 위원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적격심사 과정에서 사용자측 위원은 4명이 참석한 반면, 이 사건 위원장 1인만이 근로자측을 대표하여 참석하였으며, 또한 그 과정에서 위원 선출이나 위촉 절차 또한 거치지 아니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소노사협의회의 구체적 구조나 방식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노·사 동수로 위원이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그와 같은 주장은 이 사건 단체협약이 소노사협의회라는 기구를 별도로 두어 이를 통하여 재고용 적격심사 절차를 이행하도록 정한 취지에 반한다.

다)

심사가 실제로 이루어진 방식 역시 사용자측 평가위원들이 각 담당 영역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평가를 하고, 이 사건 위원장은 ‘노조(8점)’ 항목에 대하여만 평가를 하였을 뿐, 그 외 항목의 구체적 평가 내역에 대한 실질적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을나 제5호증 제4쪽 참조). 원고는 갑 제18호증 합의서를 근거로 이 사건 위원장이 회사가 정한 점수에 대하여 점검 및 수정을 요구하였다고 주장하나, 아래에서 살피듯 이 사건 위원장이 참가인에게만 ‘노조(8점)’ 항목에 대하여 최저점을 부여하는 등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 합의서만을 근거로 하여 실제로 그 기재와 같은 점검 및 수정 요구 절차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도 어렵고, 그 외 실질적 협의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적격심사가 이루어진 인사위원회가 이 사건 단체협약이 정한 소노사협의회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단지 이 사건 위원장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적격심사를 진행하는데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절차적 위법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

이 사건 재고용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4 내지 17호증, 을가 제7 내지 9호증, 을나 제6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이나 지적하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적격심사의 평가항목 별 배점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적격심사를 근거로 하여 참가인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것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1)

이 사건 적격심사 평가항목들은 일견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평가에 필요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개별 평가항목에 대한 구체적 평가기준이나 감점의 이유와 근거를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운영(20점)’의 세부항목은 ‘교통사고(16)-교통사고 발생’, ‘안전운행(4)-교통법규 준수’로 구분되어 있어 ‘운영(24점)’의 세부항목인 ‘운행질서(8)-안전운행 및 배차준수’와 세부평가 항목이 유사하고, 그 평가가 중복될 여지가 있음에도 원고는 각 세부항목의 평가 기준이나 차이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조(8점)’, ‘대표(12점)’ 항목에 대하여는 정성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평가기준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비교적 계량화가 용이한 평가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징계(4점)’나 ‘교통사고(16점)’의 경우에도 그 징계나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 감점이 이루어지는지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2)

비록 사전에 그 구체적 평가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다른 심사대상자들과의 비교를 통하여 참가인에 대한 평가가 합리적이고 공정한지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참가인의 교통사고 횟수나 징계전력 등만을 제시하였을 뿐 재고용된 다른 근로자들의 민원, 징계, 사고횟수, 사고의 경위 및 정도(대인피해 존재 여부 및 피해자의 숫자, 대물피해액수 등)에 관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참가인이 원고에서 근무하는 동안 6회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관련하여 참가인에게 ‘교통사고(16점)’ 항목에서 8점, ‘안전운행(4점)’ 항목에서 각 2점만 배점된 것이 합리적 평가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3)

‘친절도(4점)’, ‘민원(8점)’, ‘운행실태평가(4점)’ 항목에 대하여도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고가 그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참가인에 대한 1회적 민원 제기 내역이나 운행실태 적발 내역만으로 그 감점이 타당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안전운행(4점)에서 2점의 감점이 이루어졌고, 원고는 이에 대하여 교통법규 준수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참가인의 교통법규 위반의 횟수와 정도를 특정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자료 역시 찾기 어렵다. 한편 원고는 ‘동연령대 행정처분 횟수’(갑 제16호증)를 제출하고 있는데, 위 자료에는 단순히 근로자들에 대한 각 처분 횟수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그 처분의 종류 및 경위, 해당 근로자들의 근무기간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와 같은 처분이 정확히 어떠한 평가항목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기 어렵다.

4)

참가인은 ‘차량관리(20점)’ 항목 중 ‘기기조작 및 연비 관리(8점)’ 항목에서 2점, ‘차량 손상 관리(4점)’ 항목에서 2점, ‘일상점검 및 청결 유지(8점)’ 항목에서 4점을 각 획득하였다. 원고는 테너지(연료절감 장치) 평가점수를 근거로 ‘기기조작 및 연비 관리(8점)’ 항목에 대하여 2점을 배점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동기사<3>로 근무하던 참가인의 경우에는 배차 받은 차량 종류나 관리 상태에 따라 테너지 평가점수에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테너지 평가점수만을 기준으로 하여 ‘기기조작 및 연비 관리(8점)’ 항목에 2점을 부여한 것은 불공평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 손상 관리(4점)’ 항목 및 ‘일상점검 및 청결 유지(8점)’ 항목은 테너지 평가점수와 관련이 없음에도, 원고는 위 항목에 대하여는 원고에 대하여 감점이 이루어진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차량관리(20점) 부분 전체의 평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5)

나머지 평가항목들(합계 92점)과는 달리 ’노조(8점)’ 항목은 이 사건 위원장이 점수를 직접 부여하고 있는데, 이 사건 위원장은 참가인에게 최저점인 2점을 부여하였다. 원고는 그와 같은 평가는 노동조합의 재량사항이므로 참가인이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노조(8점)’ 항목의 평가는 노동조합의 자치적 운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영역에 속하는 재고용 적격심사 중 평가의 일부를 노동조합에 위탁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와 관련하여 공정하고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대하여도 사용자인 원고가 주장,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적격심사 과정에서 참가인에 대하여만 최저점인 2점이 부여된 반면, 참가인을 제외한 나머지 재고용 심사대상자들에 대하여는 ‘노조(8점)’ 항목에서 일괄적으로 만점인 8점의 배점이 이루어졌으며, 이와 관련하여 참가인은 참가인과 G이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이 사건 위원장의 상대후보를 지지하였기 때문에 참가인과 G에 대하여만 보복 차원에서 그와 같은 배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4> 원고는 그와 같은 배점이 공정한지를 뒷받침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으므로[원고는 노동조합의 평가 근거에 대하여 증거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하면서도(원고 2024. 6. 12. 자 준비서면 제28쪽 참조), 이 사건 변론 종결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증거신청을 하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

6)

참가인 외의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재고용 적격심사 평가결과를 보면, K의 경우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교통사고(16점)’와 ‘안전운행(4)’항목과 관련하여 ‘교통사고(16점)’ 항목에서는 최저점을 받은 반면, ‘안전운행(4점)’ 항목에서는 최고점을 받았다. L의 경우에도 ‘교통사고(16점)’ 및 ‘안전운행(4점)’ 항목에서 최저점을 받았음에도 그와 관련이 있는 ‘민원(8점)’, ‘징계(4점)’, ‘근무태도(4점)’ 항목에서는 각 최고점이 부여되었는바, 원고는 이와 같은 배점이 이루어진 경위에 대하여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그 각 항목별 평가점수만으로도 합리성을 의심케 하는 다른 근로자들의 평가결과 역시, 원고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이 사건 적격심사를 실시하였는지 의심케 하는 사정이다.

7)

원고가 참가인의 운전습관을 지적하며 근거로 들고 있는 운전적성정밀검사 결과(부적합 판정)는 이 사건 적격심사 이후에 이루어진 것일뿐더러, 참가인은 그 직후 운전적성정밀검사에 재응시하여 적합 판정을 받았다.

8)

위와 같이 대부분의 평가항목이 점수가 정당하게 부여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거나 부당하게 부여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졌다면 참가인이 충분히 합격 기준점 이상을 획득하여 이 사건 적격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

소결론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참가인에게 정년 이후 촉탁직으로의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이 정한 절차 및 공정하고 합리적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이 사건 재고용 거절은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없어 부당하다.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각주1) G 1명에 대하여 재고용이 거절되었다.

각주2) 참가인과 H 2명에 대하여 재고용이 거절되었다.

각주3) 운행하는 차량이 지정되어 있는 고정기사와 고정기사의 휴가, 휴직 등 결원 발생 시 대체자로 근무하는 유동기사로 구분되며, 유동기사는 매번 운행차량이 변경되게 된다.

각주4) 참가인 외에 2022. 12.경 재고용 적격심사가 이루어진 G에 대하여도 노조 점수가 최하점이 배점된 사실이 있다(을가 제8호증의4).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