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5. 13. 선고 2025구단173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9. 10. 25.부터 주식회사 B 등에서 주물원으로 근무하였고, 2016. 2.1. 주식회사 C(이사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주물원으로 근무하다 2019.12. 1. 퇴직한 근로자로, 2023. 3. 8. 피고로부터 '요추 4-5번 좌측 후관절 낭종파열'에 대해 요양일부승인처분을 받았다.

나.

이후 원고는 '우측 슬부외측 반월상연골판 파열, 좌측 견관절 회전근개증후군, 요추 4번 척추전방전위증, 요추 4-5번 골관절염, 좌견 극상근건 부분파열, 좌견 이두건염 부분파열, 좌견 충돌 증후군'을 추가 상병으로 승인받아 요양하던 중, '좌측 녹내장, 우측 녹내장'(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2024. 5. 16.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추가상병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2024. 6. 18.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상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5. 1. 17. 위 위원회는 위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을 비롯한 사업장에서 약 18년 3개월 동안 주물원으로 근무하면서 40~50도에 달하는 고온 및 유해가스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작업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달리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를 초래할 만한 기왕력이 확인되지 않는바,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내지 악화와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규정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업무상 요인이 질병의 발생 · 악화에 원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에 불과하고, 현대의학상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요인이 질병의 발병 및 악화에 관여하고 있어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2)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을 제9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가)

원고는 2019. 12.경까지 주물(작업)원으로 약 18년 5개월을 근무하였다. 원고는 주물원으로서 '맨홀 뚜껑 모양을 만들기 위해 형틀 운반 및 주물사 삽질 작업, 용해로에 고철을 투입하는 작업, 용해된 쇳물을 래들에 받아 이동시켜 쇳물바가지에 담아 주입하는 작업, 쇳물이 굳어 생산품이 만들어지면 주물사를 털어내는 탈사 및 후처리 작업' 등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작업 수행과정에서 고온에 노출되거나 스티로폼 가열과정 중 발생하는 다이옥신, 벤젠, 일산화탄소, 스티렌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나)

그러나 이 법원의 감정의는 "고온 노출에 따른 안압 변화는 일정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보기 어렵고, 대부분 일시적 생리반응의 범주에 해당함.", "현재까지의 의학적 연구 및 역학 자료에 따르면, 50도 이상의 고온 환경 노출이 지속적 · 만성적인 안압 상승을 유발한다는 확립된 근거는 부족함. 또한 고온 자체가 시신경의 구조적 손상을 초래하여 녹내장을 발생시키는 독립적인 위험요인으로도 인정되고 있지 않음.", "녹내장은 연령, 기저 안압 수준, 유전적 소인, 혈관성 요인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음. 따라서 5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은 일시적인 안압 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의 의학적 지식수준에서 지속적 안압 상승이나 녹내장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움.",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전신적 건강문제는 발생할 수 있으나, 현재의 의학적 지식 수준에서 녹내장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할만한 확립된 근거는 부족함.",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통계적 정상범위 내에 있음에도 시신경 손상과 시야 결손이 진행하는 질환으로, 발병 기전은 단일 요인에 의해 설명되지 않고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음. 일반적으로 알려진 위험요인으로는 연령 증가, 가족력, 근시, 혈관성 요인, 전신질환 등이 있으며, 고혈압이나 당뇨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질환은 아님. 정상안압 녹내장은 특정 전신질환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다인자성 질환이므로, 고혈압 · 당뇨 · 가족력 부재가 곧 외부 요인에 의한 발생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 없음.", "고온환경 및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고, 반복적인 일시적 안압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업무가 녹내장의 발생 또는 악화를 초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움", "녹내장은 전신질환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인자성 질환임",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 명확한 외부 유발요인 없이 자연경과에 따라 발생하고 서서히 진행하는 사례가 임상적으로 흔함. 따라서 제시된 업무 내용만으로 해당 업무가 양안의 녹내장을 발생시켰거나 의학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으로 악화시켰다고 단정할 수 있는 확립된 근거는 부족함."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다)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데(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1733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34217 판결 등),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상병이 업무로 인해 발병 · 악화되었다고 볼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감정 결과가 현저히 잘못된 것이라고 볼 객관적 자료도 부족하다.

라)

원고의 주치의인 E병원 의사 F(을 제6호증)이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을 '주물공장 용접 · 용해 등 오래함. 주물사 등 눈에 들어감 등'이라 기재하며, '이 사건 상병이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사료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G안과에서 2024. 6. 14. '이 사건 상병은 기존 하시던 업무와 연관 가능성 있음'이라는 소견을 제시한 바 있다.그러나 위 E병원 주치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안과적 질환인 녹내장의 발병 기전이나 진행 양상에 관한 전문적 판단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G안과 의사의 소견도 구체적 의학적 근거 및 병태생리적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어 있지 않은바, 위 소견만으로 이 법원 감정결과를 뒤집기 부족하다.

마)

원고의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에 의하면, 원고는 2018. 2. 26. 이미 녹내장 의심진단을 받은 것이 확인된다(갑 제3호증 제9/96면). 그러나 원고는 이후 추가적인 안과적 정밀검사나 지속적 추적관찰을 받지 않은 채 2019. 12.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업무를 종료하였고, 그로부터 약 4년이 경과한 2023. 11. 21.에서야 H안과에서 '우안 녹내장 중기, 좌안 녹내장 의증' 진단(을 제5호증의 1)을 받았다. 업무종료시점인 2019.12.경부터 이 사건 상병 초진 확정시점인 2023. 11.경까지 약 4년간 원고는 더 이상고온 환경이나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녹내장이 우안 중기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진행경과 등에 의할 때, 업무적 유해요인보다는 원고 개인에게 내재된 요인에 의해 이 사건 상병이 자연경과에 따라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법원의 감정의 역시 '자연경과에 따른 진행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감정서 제5면).

바)

이 법원 감정의는 '정상안압성 녹내장은 특별한 업무적 유해요인의 노출 없이 도 매우 높은 빈도로 자연 발생하는 질환에 해당한다.'는 점을 밝힌바 있는데, 이처럼 업무상 유해요인과 무관하게 일반적으로도 자연발생률이 높은 질환의 경우, 특정 근로자에게 발생한 해당 질환이 업무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주물작업종사자 집단에서 유의미하게 녹내장 발생률이 높다는 등의 역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자료를 찾기도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옥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