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8. 13. 선고 2025구단5237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1. 25. 원고에게 한 미지급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는 1964. 11. 5.부터 1975. 3. 9.까지 약 10년 4개월 동안 C광업소에서 선산부등 광산근로자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B는 2003. 2. 18. 진폐병형 제1형, 심폐기능 정상(F0)으로 진단되었고, 2005. 7.22. 다시 진폐병형 제1형, 심폐기능 경미(F1/2)로 진단되었으며, 위 각 진단에 대하여 각각 장해등급 제13급, 제11급으로 결정받았다. 이후 B는 2007. 11. 19. 진폐병형 제1형(1/0), 합병증 기관지염(br)으로 진단되어 피고로부터 요양승인을 받아 요양하던 중 2015. 5. 19. 사망하였고(이하 '고인'이라 한다), 고인의 배우자인 D이 2015. 6. 1.부터 유족보상연금을 수령하다가 2021. 8. 21.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고인의 자녀로서, 2022. 2. 21. '고인의 사망전 심폐기능을 고려하여 고인의 장해등급이 상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고인의 상향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급여 차액을 구하는 미지급 보험급여 청구를 하였다.

라.

피고는 2022. 3. 29. 원고에게 '고인의 심폐기능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고정되지 않았고, 생전에 시행된 심폐기능 검사가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워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미지급 보험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마.

원고는 위 처분에 불복하여 이 법원 2023구단67692호로 미지급보험급여차액부 지급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2024. 10. 2.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원고는 위 소송결과에 따라 피고에게 재차 고인의 장해급여 차액을 구하는 미지급 보험급여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4. 11. 25. 원고에게 '미지급 장해급여의 경우 수급권 순위 이전에 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위임법령에 대하여도 같다) 제65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음에 따라 고인의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 수급권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미지급 보험급여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1)

원고

산재보험법 제81조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수급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로서 아직 지급되지 아니한 보험급여가 있으면 그 수급권자의 유족의 청구에 따라 그 보험급여를 지급한다'고 규정하여 근로자가 지급받지 못한미지급 보험급여가 유족에게 승계되도록 하고 있고,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법적 성격,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 당시 선순위 유족이었던 고인의 배우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은 상속의 대상이 되는 비일신전속적 재산권에 해당한다. 산재보험법에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결정과 수급권 순위 이전에 대하여 민법과 달리 규정한 것은 재해근로자 유족의 생활보장을 도보하기 위한 것이지 민법의 상속규정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며,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산재보험법 제65조 제3항은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 결정에 관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는 '산재보험법 제65조 제1항 · 제2항 및 제4항을 준용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산재보험법 제65조 제3항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미지급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후 산재보험법 제81조, 제65조 제1항, 제2항, 제4항에 따른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위 선순위 유족의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은 그 일신전속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소멸하고, 후순위 유족에게 민법에 따라 상속되지 않는다.

나.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산재보험법 제81조, 제65조 제1항, 제2항, 제4항에 따른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가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의 지급 순위에 관하여 정한 산재보험법 제65조 제3항을 준용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의 규정에 따라 그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미 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상속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고인의 배우자 D의 사망으로 고인의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이 소멸하였다는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주로 보험가입자(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 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에 따른 산재보험수급권은 산재보험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권리로서 사회적 기본권과 재산권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장해급여제도는 본질적으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가 아니고, 사업자가 근로자 및 사용자 자신을 위하여 근로자의 평균임금에 상응하게 일정 비율로 납입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불의의 업무상 재해에 대비하여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재해 이전의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으로서 손해배상 내지손실보상적 급부인 점에 그 본질이 있는 것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이 갖는 두 가지 성격 중 사회보장적 급부로서의 성격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은 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5헌바20, 22, 2009헌바30(병합) 결정 등 참조]. 또한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은 유족이 수급권 자체를 새롭게 취득하는 성격의 권리가 아니라 유족이 그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수급권자로부터 승계하는 성격의 권리에 해당한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고인 및 고인 사망 당시 선순위 유족이었던 배우자 D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은 오로지 근로자의 일신에만 전속하는 권리가 아니라 승계의 대상이 되는 비일신전속적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공무원연금법 제33조, 군인연금법 제12조,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 제38조는 각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급여를 받을 유족이 없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의 금액을 유족이 아닌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이 없을 때에는 그 사망한 사람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여 상속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법령 자체에 미지급 보험급여수급권의 상속을 제한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는 미지급보험급여 수급권자 결정에 관한 규정으로, 위 조항이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상속을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산재보험법 제58조 제1호는 장해보상연금등의 수급권의 소멸사유로 '사망'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4조 제1항 제1호에서도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의 상실사유로 '사망'을 규정하고 있으나, 산재보험법령 자체에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소멸사유로 '수급권자의 사망'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입법자가 직접 근거 법률에서 특별한 규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법원이 일반법을 제쳐 두고 다른 규정을 우선 적용하여 권리관계에 변동을 가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9.24. 선고 2020두3169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재산권적 성격을 갖는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그 상속을 제한하거나 수급권을 소멸시키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일반법인 민법에 따라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은 상속의 대상이 되어 사망자의 상속인에게 포괄승계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규정인 산재보험법 제81조는 구 산재보험법(1973.1. 15. 법률 제24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1973. 3. 13. 법률 제2607호로 개정되면서 제12조의2를 신설한 것이다. 2004. 6.경 노동부 산재보험과에서 발행한 '산재보험40년사'에서는 위 조항의 신설 이유를 '보험급여는 수급권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그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청구하기 전에 사망한 때에는 그 보험급여의 청구 및 수령권을 하나의 재산권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민법상의 상속 규정에 의하여 그 사망한 수급권자의 재산상속인에게 상속되어야 할 것이나, 보험급여에 있어서는 복잡한 상속법의 적용을 피하고 수급권자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유족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특칙을 규정함으로써 그 한도에서 상속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배제하고자 함. 따라서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청구 또는 지급받기 전에 사망한 때에는 일반 상속인과는 관계없이 ① 요양비,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특별급여, 장의비 또는 일시급여의 경우에는 사망한 수급권자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 자녀, 부모, 손, 조부모 또는 형제자매를 청구권자로 하여 지급하며, ② 유족급여의 경우에는 사망한 수급권자의 다음 순위의 수급권자에게 지급함'이라고 밝히고 있다(원고 소장 5쪽). 이에 따르더라도 산재보험법 제81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의 규정은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하는 경우 그 수급권자에게 귀속되어 있었던 보험급여 수급권이라는 권리의 승계상대방과 방법에 관하여 특별히 정하고 있는 조항으로, 위 규정은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상속을 완전히 배제하는 규정이 아닌, 수급권자를 명확히 판단하고 신속한 보상을 위한 목적에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상속성을 전제로 일정한 범위의 근친자에 대하여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속인에 우선하여 수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상속의 특칙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4)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가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결정에 관하여 유족 간 수급권 순위에 관한 산재보험법 제65조 제1항, 제2항, 제4항은 준용하면서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한 산재보험법 제65조 제3항을 준용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산재보험법 제65조 제3항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유족의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유족급여(유족보상일시금, 유족연금 차액일시금) 등에 있어 그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에 관한 규정으로, 근로자의 유족은 근로자 사망 시점에 직접 자기의 고유의 권리로서 유족급여의 수급권을 취득하게 되고(대법원 2006. 2.23. 선고 2005두11845 판결 참조), 제65조 제3항은 위와 같은 유족급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수급권의 귀속 내지 이전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미지급 보험급여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그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로서 아직 지급되지 아니한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순위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유족에게 승계하도록 하는 것으로, 유족 고유의 권리로 인정되는 유족급여와는 그 목적이나 취지, 법적 성격을 달리한다. 따라서 유족급여와 취지나 성격을 달리하는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 결정에 있어서 제65조 제3항을 준용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일률적으로 수급권이 소멸하고 피고와의 법률관계가 종료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5)

미지급 보험급여는 본래 원수급권자 생전에 지급되었어야 할 것으로, 원수급권자가 미지급 보험급여를 수령하지 못함으로써 사망 당시 유족이 생활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한 측면이 크므로 그 생활보장을 위해 그로 인한 수급권을 유족에게 승계되도록 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이 사망한 경우 기존 생활보장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여 발생한 채무는 상속인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을 유족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도록 하는 것이 산재보험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