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2. 4. 선고 2025구단5282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1. 20.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는 C 소속 보험설계사로 종사한 사람으로서, 2024. 4. 19.(금) 16:10경 (차량번호 1 생략) 스파크 승용차(이하 '원고 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여 서울 광진구D 앞 편도 1차로 도로를 광진교 북단 방면에서 남단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황색실선의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를 진행하던 피해 승용차의 좌측 앞 범퍼 부분을 원고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①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② 외상성 경막하 하이그로마(두개내 열린 상처가 있는), ③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대뇌 타박상 NOS, ④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이하 합하여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다.

피고는 2025. 1. 20.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는 중앙선을 침범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에 해당하는 중과실에 의한 사고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본문(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한편 원고는 2024. 10. 18.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2024. 4. 19. 16:10경 전방주시 의무 등을 게을리한 채 중앙선을 침범하여 진행한 과실로 반대편 차로를 진행하는 피해 승용차 좌측 앞 범퍼 부분을 원고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의 범죄사실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2024고약6224), 위 약식명령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약식명령의 적용법령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2호, 형법 제268조'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6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보험설계사로서 고객 방문을 위해 운전하여 이동하던 중 만성 과로로 인한 순간적인 집중적 저하나 의식 저하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민사소송법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으므로(대법원 2016. 10.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참조), 피고가 원고에게 어떠한 권한을 행사하는 처분을 내린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 권한 행사의 근거가 되는 규정의 요건사실을 피고가 증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반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권한의 행사를 신청하였는데 피고가 그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린 경우라면, 먼저 원고가 그 권한의 행사를 신청한 근거가 되는 규정의 요건사실을 증명하고, 이에 대응하여 피고가 그 권한의 행사를 저지하거나 권한 자체를 상실시키는 규정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구체적 판단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은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56조 제1항은 '제13조 제3항을 위반한 차마의 운전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며,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의 중앙선 침범 행위는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 7 내지 10호증, 을 제2, 4,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범죄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사고의 발생 원인이 '범죄행위'인지에 따라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앞서 본 관련 법리와 같이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실질적인 기준으로 삼아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에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이 적용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나)

①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원고 차량이 앞선 차량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직진하던 중 중앙선을 서서히 침범하여 계속 진행하다 반대차로를 진행하던 피해 승용차를 들이받는 모습과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원고 차량의 속도나 진행 방향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앞 지르기 등을 이유로 고의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②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작성된 실황조사서에 원고의 사고 유발원인으로 '기타 주의분산' 항목이 표시되어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후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1955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의 원고가 보험설계사 업무의 특성상 잦은 외근 업무로 육체적 · 정신적 피로가 쌓여있는 오후 시간대에 원고 차량을 운전하다가 순간적인 집중적 저하나 졸음운전으로 인해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못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점, ④ 원고가 장기요양 3등급 부정인정자 결정에 불복하여 제기한 심사청구에 대한 심사결정서에도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 착오로 중앙선을 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순간적인 집중적 저하나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하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교통사고의 위험 또는 발생 가능성은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상시 존재하고, 교통사고 대부분이 순간적인 판단 잘못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업무로 인한 과로 등에 기인한 졸음운전이나 집중력 저하 등에 기인하여 발생하기도 하는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음주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실황조사서상 음주운전 여부란에 '정상운전'이라고 표시되어있고, 수사결과보고서에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병원 관계자 모두 원고에게서 술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1995. 5. 22. 제2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까지 약 29년 동안 2021. 10. 25. 자 교통사고(서울송파경찰서에서 공소권없음의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이외에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전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근로자에게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그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 중의 하나라고 봄이 타당하다.

라)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의 기능은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해 그 위험을 담보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산재보험법이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를 보험급여의 제한 사유로 삼은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일종의 징벌 또는 보험정책적인 목적에서 보험급여를 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참조).앞서 살펴본 이 사건 사고 발생의 경위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중앙선 침범 행위가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한 반사회성이 있다거나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피고 담당자가 작성한 조사복명서에도 '중대한 위해적(가해적) 행위에 해당하는가', '고도의 반윤리성(반사회성) 행위에 해당하는가'라는 질문들에 모두 '비해당'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