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6. 9. 선고 2025구단5458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B'라는 상호로 미용업을 운영하면서, 주식회사 C 소속 배달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24. 11. 12. 21:30경 배달 업무를 위하여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서울 은평구 연서로 114 예일여고 사거리에서 전방 교통신호가 좌회전 신호임에도 직진하여 진행하다가, 맞은편에서 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던 차량 전면을 원고 차량 좌측 측면으로 들이받았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좌측 고관절 비구골절, 좌측 고관절의 탈구, 좌측 발목의 양복사골절'을 입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5. 4. 11. "이 사건 사고 원인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신호 또는 지시 위반'으로 확인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판단되기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25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고도 난시, 야맹증, 뇌병변 의심, 녹내장 의심 소견 등 건강상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시각이 왜곡되어 야간에 교통신호의 색상 인식에 착오를 일으킬 수 있었다. 또한 원고는 매일 미용실 영업과 배달업을 병행하면서 이 사건 사고일 전까지 78일 중 3일만을 제외하고 하루 약 17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계속하였고, 수면시간은 하루에 약 5~6시간에 불과하였으며, 그로 인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 당시는 야간에 반대편 차량이 상향등을 켜고 방향지시등은 점등하지 않은 채 좌회전을 시도하여 원고의 시야와 상황 판단을 방해하였고, 원고와 같은 편 좌회전 대기 차량은 좌회전 신호가 점등되었음에도 진행하지 않고 정차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주변 차량의 움직임으로 교통신호에 관한 인식을 교정할 단서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원고는 위와 같은 상황에 놓여 신호를 착오하고 진행하다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 으로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의 취지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갑 제4, 5, 8, 13, 14, 15, 17, 18, 19,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은 인정된다.

1)

D(인터넷주소 1 생략)의 'B' 정보 패널(지도에서 장소를 누르는 경우 해당 장소 운영자가 입력한 소개 및 정보 등이 표시되는 창)에는 영업시간이 매일 10:00부터 20:00까지로 기재되어 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업을 운영하는 E은 원고가 혼자 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10:00경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18:00~19:00경에도 계속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2)

원고는 2024. 8. 26.부터 이 사건 사고일까지 거의 매일 배달 업무를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전달완료시각 기준 00:16(2건), 18:04, 18:18, 18:20, 18:55,18:56, 21:21 8건의 배달 업무를 하였다.

3)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25. 11. 11. '시야결손'의 상병으로 진료의뢰서를 받았는데, 이에 따르면 원고의 교정시력은 양쪽 0.8이고 야맹증이 있다고 하며 OCT검사상 우측 뇌병변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같은 날 받은 시력검사 결과에 따르면 CYL이 양쪽 모두 -2D와 -4D 사이에 있는데 이는 고도 난시에 해당한다. 이후 원고는 2026. 2. 27. 두통과 시야 흐림 증상으로 내원하였고, 2026. 3. 6. 녹내장 의심 소견을 받았으며, 2026. 3. 11. 다시 녹내장 의심 소견을 받았는데, 안저검사상 뚜렷한 녹내장성 시신경 유두 함몰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4)

주식회사 C을 피보험자로 한 손해보험사의 이 사건 사고에 관한 보험금 지급내역 확인서의 사고내용 란에는 "파란불인줄 알고 운행하다 접촉"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25. 1. 13. 입원 중 받은 피의자신문에서 "파란불인줄 알고 진입했다. 제가 착각으로 신호를 잘못 인식한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20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신호위반이라는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위에서 인정한 사실이나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다. 결국 이 사건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37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원고의 안과 진단 내역 중 상당 부분은 이 사건 사고 후의 것이고, 이에 따르더라도 교정시력은 양쪽이 약 0.8이다. 원고는 미용업에 종사하였던 점, 상당한 기간 야간에 배달 업무를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시력이 야간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교통신호를 잘못 식별할 정도로 나빴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

사고 당일 원고의 배달 업무는 전달완료시각 기준 18:56경까지 이어졌다가 2시간 이상 중단된 후 21:21경에 다시 시작되었고, 그 직후인 21:30경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3)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교차로는 원고의 진행 방향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굽은 형태이기는 하나 거의 직선에 가깝다. 더욱이 위 교차로에는 원고의 진행 차로 바로왼쪽 차로에 다른 차량이 좌회전을 위해 신호 대기 중이었다. 원고로서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전방에 교차로가 있고 그 신호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4)

제출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최초 녹화 시점인 20:51:42(녹화화면 기준. 아래에서도 같다. 실제 시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부터 계속해서 위 교차로의 신호는 직진 방향으로 정지 신호임이 확인된다(원고의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할 무렵 좌회전 신호가 점등되어 있는데, 정확히 언제 좌회전 신호가 점등되었는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직진 방향 정지 신호는 최초 녹화 당시부터 충돌 당시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어 있는 등 시야를 방해하는 기상상황은 없었다. 위 신호기를 가리는 물체가 있다는 등 그 식별을 어렵게 하거나 이를 진행 신호로 오인하게 할 만한 다른 외부적 요인 역시 보이지 않는다.

5)

그럼에도 원고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교차로에 진입하기까지 전혀 감속하지 않은 채 상당히 빠른 속력으로 충돌 시점인 20:51:45까지 그대로 계속 진행하였다. 한편 전방 반대편에서 좌회전 신호를 대기하고 있던 피해 차량은 신호에 따라 전진하여 좌회전하던 중 원고의 차량과 그대로 충돌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6)

설령 원고의 시력이 다소 좋지 않았고 피로 등의 영향으로 상황에 따라 신호를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에서 원고는 교차로 진입 전까지 상당한 거리를 계속해서 직진하여 진행하면서 전방 교차로의 신호가 직진 방향으로 정지 신호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원고가 '순간적으로' 신호를 착오하였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 교차로의 형태와 현황, 사고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교차로에서 원고의 진행 방향을 방해하여 진행하는 차량이 일단 없는 것으로 보이자, 정지 신호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7)

원고 주장과 같이 피해 차량이 사고 전 상향등을 점등하였는지가 분명하지는 않으나, 블랙박스 영상의 20:51:43경 피해 차량의 전조등이 밝아지는 순간에 피해 차량이 상향등을 켠 것으로 보더라도, 그 시점은 원고가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이고, 피해차량은 신호에 따라 진행하다가 원고 차량을 보고 경고 차원에서 점등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이다. 원고는 그 전부터 전방 교차로의 신호가 적색임이 확인됨에도 감속없이 빠르게 진행하였고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였다. 원고가 위 상향등 점등으로 인해 비로소 신호를 오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8)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 제5조 제1항에 따른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더욱이 원고의 위와 같은 신호위반은 횡단보도가 있는 6차로의 사거리 교차로에서 이루어졌다(교차로의 명칭에서 보듯 그곳은 학교 인근이기도 했다). 원고는 적색 신호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사고 발생을 무릅쓰기라도 한 듯 무모하게 교차로에 진입을 감행하였고, 그에 따라 도로교통의 안전에 발생한 위험의 정도 및 원고의 책임과 비난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배달업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9)

원고는 2025. 4. 17.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25고약624),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그 무렵 위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주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