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5. 9. 3.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C노동조합에 소속되어 D(주) 신기출장소 등에서 시멘트 등의 하역·상차 업무를 수행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2022. 5. 26. E병원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4. 1. 24. 원고에게 '원고의 작업 장소는 개방공간이므로 원인물질에 과다하게 노출되는 환경으로 보기 어려운 점, 분진 노출 사업장에서 근무 종료 후 20년이 지난 시점에 진단을 받은 점,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흡연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피고에게 재차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9. 11. 종전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25. 9. 1.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다시 요양급여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5. 9. 3. 원고에게 종전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1980년부터 2021. 4. 5.까지 시멘트(클링커), 탄 등의 하역·상차 업무를 수행하면서 호흡성 분진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 원고의 분진 노출력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흡연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으며, 적어도 업무와 함께 복합적으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혹은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의 폐기능검사 결과 등
특별진찰 결과(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2023. 4. 4.)
일반건강검진 문진표상 흡연력
2013년: 현재 흡연 중(총 40년, 하루 10개비)
2017년: 지금은 끊었음(총 30년, 하루 7개비)
2019년: 지금은 끊었음(총 40년, 하루 7개비, 끊은지 1년)
2021년: 지금은 끊었음(총 50년, 하루 7개비)
[인정근거] 갑 제7, 25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 갑 제8, 9, 13, 14 내지 17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상병은 유해한 입자나 가스의 흡입에 의해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이로 인해 점차 기류 제한이 진행되어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을 유발하게 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시멘트 분진은 가장 흔한 직업·환경적 분진 중 하나이며, 공기역학적 직경이 0.05~5.0㎛ 수준인 미세한 호흡성 분진으로서 노출시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다. 미세한 분진으로서의 시멘트 분진의 특성과 유리규산, 함유된 중금속 등으로 생물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시멘트 공장 근로자, 시멘트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이 주로 시멘트 분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피고는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원고가 1982. 10. 1.부터 2001. 4. 5.까지 약 18년 6개월 동안 C노동조합에 소속되어 D(주) 신기출장소, F(주) 신기출장소 등에서 주로 시멘트를 기차 및 차량에 상차하는 작업을 수행하였음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요양급여 청구시부터 1980년부터 2001. 3. 31.까지 20년 이상 C노동조합에서 출하 업무를 하였다고 주장한 점, 위 1982. 10. 1.은 G노동조합에 건강보험이 최초 도입된 시기로서, 원고는 이전부터 C노동조합 소속으로 근무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주민등록초본상 원고는 1980년부터 2001년까지 동일한 지역에서 거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그 주장대로 1980년경부터 2001. 4. 5.까지 C노동조합 소속으로 시멘트 등 하역·상차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는 원고의 작업 장소가 개방된 공간으로 호흡성 분진 등에 과다하게 노출되는 환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근무하던 시기에 화물열차 등에 시멘트, 탄을 상차하는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는데, 화차 내부는 완전히 개방된 공간으로는 볼 수 없고, 원고가 근무할 당시 근무환경을 고려하면 환기시설도 미비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는 화차 안에 시멘트 등을 적재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분진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내부 업무처리 규정인 '만성폐쇄성폐질환 업무처리 지침(2014.5. 1.)'에서는 석탄·암석 분진 등에 20년 이상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석탄·암석 분진 등에 노출된 기간이 20년 미만이더라도 지하공간이나 밀폐된 공간 등에서 작업을 수행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장기간·고농도의 석탄·암석 분진 등에 노출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지침에서 정하는 기준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은 원고의 직업력, 작업환경은 이 사건 상병을 발생하기 할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보인다.
이 사건 상병 진단 당시 원고는 만 74세로, 분진노출 업무를 중단하고약 21년이 경과한 후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으며, 상당한 흡연력이 있다. 그러나 원고는 C노동조합 퇴직 이후 분진에 노출된 환경에서 근무를 한 적이 없는 점과 함께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환경, 유해물질 노출 기간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업무상유해물질 노출력이 흡연력에 겹쳐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호흡기내과(폐질환)]는 '시멘트 분진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원고가 수행한 시멘트, 탄 등의 상·하역 업무는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직업적 노출이 있는 중 질병이 발생하나, 일부에서는 수 년~수십 년 후에도 발생할 수는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을 당시 FEV1 58%, FEV1/FVC 43%로 상당히 진행된 중등도의 만성폐쇄성폐질환이다.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의 특성으로 볼 때 중등도의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도달하기까지는 보통 수 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다고 판단된다. 원고가 2001년 퇴직 후 21년이 지난 2022년에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고 하여 직업적 요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원고의 흡연력만으로도 현재의 폐기능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나, 직업력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흡연력과 직업력은 상호 상승작용(synergistic effect)을 일으켜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및 악화시킬 수 있다.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생 및 악화에는 흡연력과 직업력이 같이 합력하여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위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등 이를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