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상시 약 8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금속 가공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B(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한다)은 2023. 4. 12.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현장관리 및 사무 업무를 수행하며 근무한 자이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24. 6. 18.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 대표이사와의 2024. 3. 19.자 면담에서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8. 12. ‘해고가 존재하고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부당하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D).
원고는 2024. 9. 13.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12. 20. 초심 판정과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의 대표이사는 2024. 3. 19.자 면담에서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직을 권고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가 이를 수락하여 근로관계가 합의해지로 종료한 것이지,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
판단
관련 법리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종료원인이 해고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사용자가 합의해지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관계 종료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두43941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 을 제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및 음성,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자가 원고 대표이사의 권고사직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해고로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근로자는 철근 가공관리 업무 중 실수를 하여 더블 태그가 발생하자(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024. 3. 14. 원고에게 6,661,535원(이하 ‘이 사건 변상금’이라 한다)을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2024. 3. 19. 오전 10시경 원고의 대표이사와 면담을 하였다. 위 면담에서 원고의 대표이사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이 사건 변상금의 변제를 요구하며 “회사를 정리를 해요”라고 말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사고가 자신의 실수이기는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받았으며 현장에서 확인을 제때 해주지 않아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변상금을 변제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다투었으며, “나가라고 하시니까 오늘 부로 정리하고 나갈게요”라고 말한 뒤 오후 13시까지 근무하고 이후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가 “나가라고 하시니까 오늘 부로 정리하고 나갈게요”라고 말한 것이 사직의 의사표시이므로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를 이 사건 근로자의 자발적 사직의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대표이사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직을 권고한 주된 이유는 이 사건 사고 및 이로 인한 이 사건 변상금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사고의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는 것은 억울하다며 이 사건 변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다투었고, 원고의 대표이사는 별다른 근거 제시 없이 이 사건 근로자에게 변상책임을 지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법적 절차까지 갈 것을 고지하고 “감당할 수 있겠냐”, “나중에 후회하면 안 돼”라고 압박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는 “저도 법적으로 준비를 할게요”라고 하며 이 사건 변상금에 대해 다툴 의사를 표명하고 “나가라고 하시니까 오늘 부로 정리하고 나갈게요”라고 말하며 원고 회사를 나왔다.
이러한 권고사직의 동기 및 면담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의 책임 소재에 대하여 다투는 이 사건 근로자가 이를 이유로 한 권고사직에 동의한다는 의사로 “나가라고 하시니까 오늘 부로 정리하고 나갈게요”라고 말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대표이사가 회사를 정리할 것을 요구하고 이 사건 변상금의 변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가라고 하시니 나가겠다’라는 표현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24. 3. 18. 오후 5시경 원고의 E 차장에게 “내보내라고 해요. 차장님이. 제가 나가면 다 끝날 일이에요. 평화가 찾아오겠죠. 못 내보내서 안달인 것 같으니까. 곧 나가라고 하시겠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원고는, 위 메시지를 이유로 이 사건 근로자가 이미 회사를 사직할 의사를 가진 상태였다고 주장하나, 위 메시지는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는 상황에서 해고당할 것을 짐작하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말한 것으로 보일 뿐, 자의로 사직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근로자가 원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자발적으로 사직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24. 3. 19. 이 사건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명시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해고에는 그 절차상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해고사유의 정당성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소결론
따라서 이와 결론이 같은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위법이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