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3. 26. 선고 2025구합5310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23. 2. 6. 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D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Global SCM실 개발구매팀 소속으로 근무하다가, 소외 회사의 2023년 미국 현지 캠페인(수리) 업무에 지원하여 2023. 11. 30.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

나.

망인은 미국 출장 중이던 2024. 2. 4. 일요일 10:20경 망인의 숙소에서 망인의 직장 동료에 의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은 구급차로 현지 병원으로 이송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11:40경 '심장마비, 급성 저산소성 호흡 부전, 뇌실질내출혈, 뇌졸중'으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12. 26.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결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미국 출장 중 한국에서 담당했던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인 전기차 충전기모듈 교체 등의 육체적 노동을 1~2일간의 짧은 교육만 받은 채 수행하였고, 출장지에서 숙소 예약, 차량 렌트, 숙소에서 근무 장소까지의 운전 등 부수적 업무까지 직접 처리하여 업무가 가중되었다. 또한 한국과 시차가 큰 미국으로의 출장으로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고, 1~2주 단위로 작업일정을 통보받아 업무 변동성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댈러스와 LA, 뉴저지 등을 오가는 일정이 반복되었으며, 생체리듬상 야간근무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운전 및 전기차 충전기 모듈 교체 업무 등을 수행하며 피로가 누적되었다. 특히 2023. 12. 13. 업무수행 후 숙소로 이동하던 중 망인이 운전 중이던 트럭이 주차된 버스와 충돌하여 측면 거울이 파손되는 교통사고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불법 주차 과태료까지 부과되었는데, 소외 회사에서 망인의 비용지원 요청에 대한 처리를 지연하여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망인에게 기초질병인 모야모야병이 있었더라도 위와 같은 업무상 과로·스트레스로 인하여 모야모야병이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뇌출혈 등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망인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망인이 미국에서 해외 출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경위

소외 회사는 전기차 충전기를 제조·공급하는 회사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는 한국 본사에서 고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원격으로 진단 및 복구작업이 가능하나, 기계장비(하드웨어)가 고장난 경우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수리해야 하고, 미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소외 회사의 미국 텍사스 지사에서 해당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소외 회사는 2023년 품질캠페인(수리)의 일환으로 전 구성원의 품질마인드 고취를 위하여 부서별 지원자를 신청받아 미국 현지에서 캠페인(수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는데, 망인도 위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미국에서 해외 출장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2)

미국 출장에서 수행한 원고의 업무 내용

가)

망인은 2023. 11. 30. 17:00 미국 댈러스에 도착한 후 2023. 12. 1. 텍사스 공장에서 '안전교육 및 작업 매뉴얼, 전기차 충전기의 파워모듈 및 HMI(휴먼머신인터페이스) 점검, 업그레이드, 펌웨어 업데이트, 교체작업'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2023. 12.2.과 2023. 12. 3. 주말 동안 휴식을 취하였다. 망인은 2023. 12. 4. 14:00경 LA로 이동한 후 해당 일에는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2023. 12. 5. 숙소에서 30분 거리에 있던 자재창고에서 작업에 필요한 자재를 트럭에 싣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23. 12. 7.부터 앞서와 같이 교육받은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망인은 전기차 충전소에 방문하여 교육받은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충전소 방문일정은 소외 회사 CS 담당부서에서 지역을 고려해 일정을 수립한 뒤 사전 공유하였고, 이에 맞춰 망인 등 출장자들이 차량 렌트, 숙소 예약, 비행기 예약을 직접 하였다. 숙소에서 충전소까지 또는 충전소에서 충전소까지의 이동시간은 30분 내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하나의 충전소를 방문하여 1~2개의 충전기를 점검하였다.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소요되는 시간은 고장 내역에 따라 상이하지만 단순 전원 재부팅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었고, 복합적으로 에러가 생긴 경우 파워 모듈(20kg) 교체(2인 1조로 진행)를 포함하여 최대 4~5시간까지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

3)

망인의 업무 강도 및 업무시간

가)

망인은 2023. 12. 5. LA에서 업무수행을 위한 준비를 한 후 약 2주 동안 대략 격일로 5일만 업무를 수행하였고, 2023. 12. 19. LA에서 뉴저지로 이동한 후에도 2주 동안 4일간만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24. 1. 1. 뉴저지에서 다시 LA로 이동한 후에는 1월 첫째 주에 2024. 1. 4. 직무교육만 한 차례 받은 후, 둘째 주에 5일, 셋째 주에 3일, 넷째 주에 2일만 근무하였다. 또한 망인이 사망하기 전 주에는 평일에만 4일(2024. 1. 30., 2024. 1. 31, 2024. 2. 1, 2024. 2. 2.)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08:00경 숙소에서 출발하여 09:00경 현장 방문·점검을 진행하였고,12:00경부터 약 1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한 후 통상 16:00~17:00경에는 숙소로 복귀하였다. 이후 숙소에서 약 30분에서 1시간 동안 당일 작업한 내용을 동료 근로자들과 함께 정리한 뒤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였다.

다)

망인은 사망하기 전날인 2024. 2. 3.이 토요일이라 별도 업무를 수행한 바 없고, 사망 전 1주일간은 37시간 30분, 사망 전 4주간은 주당 평균 35시간 37분, 사망전 12주간은 주당 평균 39시간 7분을 근무하였다.

4)

건강검진결과 및 건강보험 수진내역

망인은 2019년, 2020년, 2021년, 2023년 받은 건강검진에서 "혈액 검사상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습니다. 이는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중략) 6개월후 추적검사를 받으십시오.", "혈압검사상 고혈압전단계입니다."라는 내용의 종합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망인이 위 건강검진 이후 뇌심혈관계 관련 검사 및 진료를 받은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

5)

미국 출장지에서의 교통사고

가)

망인은 2023. 12. 13.<1> 14:10경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서 업무를 마치고 트럭

을 운전하여 뉴저지 숙소로 복귀하던 중 좁은 도로에 주차되어 있던 버스의 우측 사이드미러를 파손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고 한다)를 냈다. 당시 이를 수습하고자 트럭을 세워둔 채 사진을 찍고, 사고 발생 보고 전화를 하다가 망인은 현지 교통경찰로부터 불법주차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나)

망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사실을 소외 회사에 보고하였고, 2024. 1. 19. 소외 회사 법인카드로 과태료를 납부하였다. 또한 망인은 2024. 1. 30. 관련 비용을 소외 회사에 비용 품의하였고, 위 비용은 망인 사망 후인 2024. 2. 14. 망인에게 지급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 11, 12, 18, 19, 20호증, 을 제1, 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라.

구체적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 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이 법원의 F병원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가)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될 수 없으나, 하나의 고려요소는 된다. 망인은 사망 전날 휴일(토요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사망 전 1주일간은 37시간 30분, 사망 전 4주간 1주 평균 35시간 37분, 사망전 12주간 1주 평균 39시간 7분을 업무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업무시간은 산재보험법 등에서 정한 만성적 과중업무의 판단기준에 이르지 못하는 수준으로서, 이 자체로는 과중한 업무수행으로 보기 어렵다.

나)

망인은 국내에서 계약서 및 발주 기안서 작성 등 사무직 업무를 담당하였으나, 미국 출장에서는 베터리 교체 등 육체적 업무를 포함하여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망인은 미국 현지에서 수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원하여 미국 출장을 간 것이기에 예상치 못한 업무를 갑작스럽게 부담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 또한 미국 출장에서 수행한 업무는 1~2일의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습득·수행가능한 업무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단지 종전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다)

망인이 미국에서 수행한 업무는 전기차 충전기 파워모듈 점검·교체, 펌웨어 업데이트 등으로, 위와 같은 업무는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술지원의 일환으로 일정한 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수행되는 정형화된 작업에 해당한다. 즉, 해당 업무가 자체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거나 중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

라)

망인이 무게 약 20kg 정도 되는 파워모듈 교체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해당 작업은 2인 1조로 수행되었고, 하루 통상 1개의 사업장에 방문하였으므로, 그 작업의 빈도와 강도가 과도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더욱이 망인의 위 업무는 일정 작업량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무거운 장비를 반복 취급한 것이 아니었고, 일정시한까지 특정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따르는 업무도 아니었다.

마)

망인이 미국 출장 중 댈러스, LA, 뉴저지 등으로 이동을 하며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장거리 이동이 있는 경우는 항공편을 이용하여 이동하였고, 그 이동 당일에는 별도의 현장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또한 망인은 미국 도착 이후 약 2개월간 현지에 체류하면서 근무하여 기본적 생활리듬에 적응할 시간이 있었고, 지역 간 이동은 2달간 3회이므로 그 빈도가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줄 정도로 단기간 반복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이 이동한 지역 간 시차 또한 2~3시간 정도에 그쳐 통상적으로 조정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망인은 2024. 1. 1. LA로 이동한 이후로는 2024. 2. 4. 사망 전까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바)

망인이 미국 내 각 지역을 이동함에 있어 항공권 및 숙소 예약, 차량 렌트, 업무장소와 숙소간 운전 등 일정한 부수적 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부수 업무가 해외 출장 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뒤따르는 준비 업무의 범주를 이례적으로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위 부수업무는 별도의 전문성이나 고도의 의사결정을 요하는 성격으로 보기도 어렵고, 온라인 예약 시스템 등을 통해 비교적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인데다가 이동의 주기와 범위 역시 예정된 업무 일정내에서 이루어져 장거리·고위험 운전 등이 지속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망인이 부수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통상적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과도 한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초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사)

망인이 낯선 환경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 상황까지 겪으며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교통사고로 손괴된 차량은 소외 회사에서 보험처리를 해주었고, 이 사건 교통사고 수습과정에서 망인이 부담하게 된 과태료는 2023. 1. 19. 법인카드로 납부되었다. 또 미국의 교통 법규상 일정한 경우 법원 출석을 통하여 과태료 면제 여부 등을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안내된 것으로 보이나, 그러한 절차 안내만으로 곧바로 망인에게 중대한 정신적 압박이나 업무상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망인에게 부과된 과태료 자체도 156,170원으로 그 제재정도에 비춰볼 때 망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받았을 스트레스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기저질환을 악화시킬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아) 이 법원의 감정인은 '미국병원에서 처음 조사한 뇌 CT 소견은 뇌실질내 출혈은 없고 뇌실내 출혈만 있었으므로, 근무 조건이나 스트레스를 따져 볼 수 있는 고혈압성 뇌출혈이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출혈이 아닌 모야모야병에 의한 출혈로 보인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히며, "모야모야병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병이고 과로와 스트레스와 이 질환의 발생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모야모야병은 언제라도 출혈이 가능하고, 어느 때라고 어떤 상황이라도 출혈이 발생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을 가진 사람에게서 과로나 스트레스가 모야모야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출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조사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의학적 소견에 의할 때 업무상 요인이 아니라 망인이 보유하였던 개인적 위험인자만으로도 망인이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고 보인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신옥영 이주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