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들은 주류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동일한 대표이사들에 의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되고 있고, 참가인 C는 원고 주식회사 A 소속, 참가인 D, E은 원고 주식회사 B 소속으로 모두 원고들의 G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며 맥주 판매영업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이다.
H은 참가인들과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다 퇴사하여 와인 판매업체에 근무 중 인데, 퇴사 이후 참가인들에게 원고들의 2차 거래처(소매점)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였다. 참가인들은 2024. 4.경 H에게 각자가 ERP(Enterprise Resourse Planing, 회사 경영관리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저장 · 관리하고 있는 사업구역 내 소매점 정보인 '2차 거래선 자료' 파일을 보내주었고, 참가인 C는 이와 함께 '제품별 취급 업소 리스트' 파일도 보내주었다(통틀어 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
원고들 인사관리팀은 2024. 4.~5.경 '참가인 D, E이 H에게 이 사건 정보를 유출하였다'는 내용의 익명 이메일을 받았고, 이 사건 정보유출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여 참가인들이 I에게 이 사건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적발하였다.
원고들은 참가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직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2024. 6. 13. 참가인들을 모두 징계해고하였다.
참가인들은 징계사유는 인정하되 징계양정만을 다투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10. 31. 징계양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모두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으며(J), 중앙노동위원회도 2025. 3. 17.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F,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3, 5, 7~2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징계재량권의 일탈 · 남용 여부)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안에서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6, 23, 25호증, 을나 제2, 3, 5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들에 대한 징계해고는 비위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므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징계에 해당하고, 같은 이유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원고들이 주로 문제 삼는 징계사유는 소매점과 관련한 '2차 거래선 자료' 유출행위인데, 2차 거래선 자료는 소매점 이름, 영업 여부, 관리등급, OUTLET IMAGE(내 · 외부 인테리어 상태), 업태, 룸 · 테이블 수, 프랜차이즈 여부, 도매점 이름, 키맨(소매점에서 주류를 취급하는 담당자를 말한다)의 이름 · 연락처, 원고들이 판매하는 주류 취급 여부 등의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소매점의 영업 여부, 업태, 룸 · 테이블 수, 프랜차이즈 여부는 해당 소매점에 방문하는 누구나 쉽게 수집 가능한 정보이고, 소매점의 관리등급이나 OUTLETIMAGE 또한 영업사원의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며 이를 평가하기 위한 원고들 내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도 않으므로, 이를 영업을 위한 객관적인 정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그나마 2차 거래선 자료 중 중요한 정보는 소매점의 주류 취급을 담당하는 키맨의 이름 · 연락처 정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류회사 영업사원은 통상 자신의 사업구역내 소매점을 직접 방문하여 그 대표자 또는 키맨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시작하는데,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해당 소매점 키맨의 이름과 연락처를 파악하는 것이 특별히 곤란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수백 개에 달하는 소매점키맨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주류회사 영업사원이라고 하여 그러한 정보의 확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2차 거래선 자료가 담고 있는 개별 정보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다른 주류회사 영업사원 역시 2차 거래선 자료와 같은 정보를 취합하는데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는 있어도 정보 취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2차 거래선 자료를 원고들이 독점적으로 보유한 핵심적인 영업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
참가인 C가 유출한 '제품별 취급 업소 리스트' 역시 자신이 보관 · 관리하던 정보로서 각 영업사원들이 특정 주류를 어떤 소매점에게 판매했는지에 관한 내용에 불과하여 핵심적인 영업정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정보는 대부분 맥주 판매와 관련된 소매점 정보인데, 이것이 와인 판매업체에 근무하는 H에게 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맥주 판매와 관련한 영업상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실제로 이 사건 정보가 유출됨으로써 원고들이 구체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사정도 없다(오히려 원고들은 참가인들에 대한 해고 이후 맥주 판매 사업에서 철수하였다).
영업사원들은 2차 거래선 자료를 각자 엑셀 파일로 관리하다가 원고들이 2020년 ERP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를 ERP 시스템에 업로드 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은ERP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최소한의 보안조치 외 2차 거래선 자료와 관련된 별다른 보안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영업사원은 ERP 시스템을 통해 다른 영업사원이 관리하는 2차 거래선 자료를 얼마든지 개별적으로 조회할 수 있었다. 나아가 참가인 보안규정 제8조 제1항, 제6항에 의하면 정보자산은 중요도에 따라 1~3등급 정보로 분류하고 문서의 경우 우측 상단에 정보등급을 표기하게 되는데, 2차 거래선 자료의 경우 ERP 시스템 화면에서든 출력 문서에서든 정보등급 표기가 있었다는 별다른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들이 2차 거래선 자료를 중요 정보자산으로서 차별적으로 관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들은 유관 부서를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교육만을 실시하였을 뿐, 참가인들에게 정보보안과 관련된 별도의 교육이나 지침을 제공하진 않았다. 원고들이 정보유출의 위험성과 유출시 시 중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 ·교육하였고, 그런데도 참가인들이 이 사건 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면 참가인들을 징계해고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별다른 사전 교육이나 예방조치 없이 단순히 정보유출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인들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인 해고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원고들의 「포상과 징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직무상 비밀 누설에 관하여는 고의 및 중대과실에 의한 경우라도 감봉~해고의 징계가 가능한데, 앞서 살펴본 이 사건 정보의 중요도와 그 관리 · 교육실태, 원고들의 손해 정도와 참가인들이 그동안 업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은 사정(참가인 D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감봉 3개월의 징계전력이 있을 뿐이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참가인들에 대한 정직 이하의 징계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한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