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1. 22. 선고 2025구합54242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2. 13.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 고 B(이하 '고인')

-

2022. 6. 1.부터 주식회사 C에서 근무하면서 충북 음성군 D 건설현장(이하 '음성현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였음.

-

2023. 10. 18. 17:00경 음성 현장에서 퇴근 후 운전하여 18:30경 평택시 E 소재 주거지(이하 '평택 자택')에 도착하였고, 충북 음성군 F 소재 회사 기숙사(이하 '음성 기숙사')로 복귀하기 위하여 20:20경 평택 주택에서 출발하였음.

-

그런데 20:45경 평택제천고속도로 제천방향 31.4km 지점에서 고인이 운전하던 차량이 싸인카와 화물차량을 추돌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고인은 20:49경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음.

나.

피고 2024. 12. 13.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

-

처분사유: 이 사건 사고는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 이후에 이동하다가 발생한 사고로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지 않음.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계 법령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고(제5조 제1호), '출퇴근'이란 취업과 관련하여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 또는 한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의 이동을 말한다(제5조 제8호).

2)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고, 출퇴근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간주된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 출퇴근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한 후 발생한 사고는 원칙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하지만,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본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3항).

3)

산재보험법 제37조 제3항 후문의 위임에 따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5조 제2항은 각 호에서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근로자가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아동 또는 장애인을 보육기관 또는 교육기관에 데려주거나 해당 기관으로부터 데려오는 행위'(제4호), '근로자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 중 의료기관 등에서 요양 중인 가족을 돌보는 행위'(제6호),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행위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라고 인정하는 행위'(제7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4)

근로복지공단은 "출퇴근 재해 업무처리지침(제2023-29호)"을 마련하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5조 제2항 각 호의 예시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인정사실

1)

고인은 원고와 혼인하여 함께 두 명의 자녀[G(H생, 여)과 I(J생, 남)]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2)

이에 고인은 회사로부터 음성 기숙사를 제공받았음에도 주 3~4회 정도는 평택자택에서 곧바로 음성 현장으로 출퇴근하였다. 음성 현장 출근시간은 보통 07:00인데, 조기출근일로 지정되는 경우에는 새벽 05:00까지 출근해야 했다.

3)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요추부 신경뿌리병증(HNP L3/4/5)을 진단받고, 2023.5. 11.과 2023. 9. 16. 신경성형술을 받았다.

4)

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23. 10. 18. 17:00경 음성 현장에서 퇴근한 뒤 18:30경 평택 자택에 도착하여 자녀 양육과 가사업무를 수행하였고, 이후 20:20경 다시 음성 기숙사로 출발하였다. 다음 날인 2023. 10. 19.은 조기출근일로 지정되어 있었고, 따라서 새벽 05:00까지 음성 현장에 출근하여야 했다.

[인정 근거] 갑 제2, 5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이 사건 사고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고인은 평소 주 5일 중 3~4회를 평택 주택으로 퇴근하였고, 곧바로 음성 현장으로 출근하였다.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음성 현장에서 평택 자택으로 퇴근을 마쳤는바, 이 사건 사고 당일 고인의 퇴근 경로는 어떠한 경로 일탈이나 중단 없이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그런데 고인은 다음 날 조기출근을 위하여 음성 기숙사로 향하던 중에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평택 자택에서 음성 현장까지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음성 현장에 출근하기 위하여 전날 저녁 20시 20분경 미리 음성 현장 근처의 회사 숙소인 음성 기숙사로 출발한 것은 근무지로 출근하기 위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사고는 출근 중 사고로서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연고 주거인 평택 자택에서 비연고 주거인 음성 기숙사로 이동한 것은 주거에서 주거로 이동하는 것으로서, 주거에서 취업장소 또는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산재보험법상 출퇴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인의 주된 주거는 평택 자택이고, 음성 기숙사는 조기 출근 등의 편의를 위하여 회사가 제공한 숙소일 뿐 고인이 실질적으로 거주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거로 볼 수 없다.

4)

즉 피고는 고인이 평택 자택에서 육아와 가사를 한 것이 주거인 음성 기숙사로 퇴근하던 중의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에 해당하므로, 그 이후 발생한 이 사건 사고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제는 고인이 평소에도 주로 평택 자택에서 음성 현장으로 출퇴근해 왔던 경로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 사건 사고 당일 고인이 음성 현장에서 1시간 30분 동안 운전하여 평택 자택으로 도착하였던 이상 당일 퇴근행위는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자택에 도착한 것을 퇴근 과정의 일시적인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5)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이 고인이 평택 자택에서 가사와 육아를 한 것을 퇴근 경로 중의 일탈로 보더라도, 고인은 원고와 함께 생후 37개월과 23개월의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는 상황이었고 이 사건 사고 무렵에는 배우자인 원고마저 요추부 신경뿌리통증으로 신경성형술을 받을 정도로 허리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육아 및 가사를 더 많이 분담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고인이 자택에 들러 자녀를 돌보고가사를 처리한 것은 보호 아동을 보육기관에 데려주거나 의료기관 등에서 요양 중인 가족을 돌보는 행위에 준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산재보험법 제37조 제3항 후문, 같은 법 시행령 35조 제2항 제7호에 따라 출퇴근경로의 일탈이나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그 일탈이나 중단 중 사고가 출퇴근 재해에 해당되는 경우로도 봄이 타당하다.

6)

즉 고인은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과 근무지에 기속되어 이를 최대한 준수하기 위하여 야간에 장거리 출퇴근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유족을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도 부합한다(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 등 참조).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주영(재판장) 문지용 고철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