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5. 8. 11.경부터 2024. 4. 5.경까지 의료법인 D(이하 '이 사건 재단'이라 한다)이 운영하는 E병원에서 장례식장 팀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망인은 2024. 4. 3.(수) 이 사건 재단의 이사장에게 2024년 3월 장례식장 운영 결과에 대한 월례 보고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고'라 한다). 망인은 그다음 날인 2024. 4. 4.(목) 휴가를 사용하여 출근하지 않았고, 다다음 날인 2024. 4. 5.(금) 아무런 통보 없이 출근하지 않았다.
망인은 2024. 4. 7.(일) 19:25경 자택 부엌 베란다에서 높이 95cm의 문 외부 손잡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의 유서에는 ① 배우자인 원고에 대한 고마움과 이해를 구하는 내용, ② 자녀들(F, G)에게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모친인 원고를 위로해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5. 4. 29. 망인의 자살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2,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2023. 10.경 이후 거래내역 전산화에 따른 조치로 7~8년치 수기장부 제출을 요구받는 등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이 사건 보고 당시 사전 보고없이 주방 직원을 채용한 일 등으로 질책을 받는 과정에서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되었다. 망인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진정신장애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대법원1993. 12. 14. 선고 93누13797 판결,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 판결 등 참조),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 내지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곧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되며,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 · 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에 비추어 그 자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두2029 판결 참조). 그리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두8009 판결 참조),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자살의 원인이 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게 되나, 당해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앞서 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4644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 이 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음으로써 정신질환이 발병 및 악화되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망인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망인의 유서에는 업무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망인의 유족들(배우자인 원고와 자녀들인 F, G)의 진술이 기재된 녹취록(갑 제4호증)과 문답서(을 제3호증) 이외에 망인의 일기장, 카카오톡 메시지, 동료 근로자의 진술 등 망인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제출된 바 없다.
망인이 이 사건 보고 당시 사전 보고 없이 주방 직원을 채용한 일 등으로 질책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보고 경위, 질책의 내용 및 정도 등에 비추어 그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망인이 7~8년치 수기장부 제출을 요구받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도 주장하나, 사업주 측 진술에 의하면 망인이 사망할 무렵에는 전산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여서 망인에게 추가 장부 제출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그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사업주측이 소명되지 않은 거래내역과 관련하여 망인에게 책임을 추궁하거나 망인을 횡령 등으로 고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이 법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 역시 '망인의 자살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면서, '비자금 상납 등 망인이 처하였다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순주(재판장) 김영완 최준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