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6. 11. 선고 2025구합55568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2. 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9. 6. 10. D 주식회사(이하 회사명에서 '주식회사' 기재를 모두 생략한다) 팬시지 영업팀에 입사하였고, 2022. 6.경부터 영업팀 3파트(이하 '3파트'라고만 한다)에서 파트원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2024. 4.경부터는 영업팀 1파트(이하 '1파트'라고만 한다)의 파트장을 겸직하였다.

나.

망인과 1파트 파트원 E 책임은 2024. 4. 16. 17:00경부터 서울 중구 F 소재 'G'에서 1파트 및 3파트의 거래처인 H의 I 대표 및 J 대리와 1차 회식을 하였고, 이후19:40경 서울 중구 K 소재 'L'로 이동하여 20:40경까지 2차 회식을 하였다.

다.

D의 영업팀장 M 담당, 팬시지 영업팀장 N 수석, 1파트 파트원 O은 같은 날 17:30경부터 서울 중구 P 소재 'Q'에서 1파트의 거래처인 R의 S 대표 및 T의 U 대표와 1차 회식을 하였고, 이후 20:00경 서울 중구 V 소재 'W'로 이동하여 2차 회식을 하였다.

라.

망인은 같은 날 20:59경 H와의 2차 회식을 마치고 R 및 T와의 2차 회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이동하던 중, 서울 중구 을지로 113-4에 있는 왕복 6차로 도로를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무단횡단하다가 을지로3가 방면에서 을지로2가 방면으로 주행하던 차량에 부딪혀 반대편 1차로에 넘어졌고, 그 직후 을지로2가 방면에서 을지로3가 방면으로 주행하던 화물차량에 역과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망인은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21:32경 사망하였다.

마.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12. 3. '망인이 참석한 H 측과의 회식은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나 위 회식에서 본인의 주량을 넘어 강제로 음주를 해야 했던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R 및 T 측과의 회식 참석 여부도 강제성이나 시급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망인이 H 측과의 회식 종료 후 R 및 T 측과의 2차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단횡단을 함에 따라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0,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이 이 사건 사고를 당하기 전에 참석한 H 측과의 회식뿐만 아니라 그 이후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던 R 및 T 측과의 회식은 모두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전반적인 지배·관리 하에 있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며, 망인이 H 측과의 회식에서 부득이하게 과음하였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능력이나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비록 망인이 무단횡단을 하여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망인의 과실이 일부 기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망인의 과실이 고의 또는 자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무겁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는 상대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리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두35391 판결 등 참조).

2)

나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과실을 요하지 아니함은 물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해당 재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해 발생에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음을 이유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31272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내지 8, 13, 16, 18, 19, 20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이 참석한 H 측과의 회식과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던 R 및 T 측과의 회식은 모두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고, 망인이 H 측과의 회식에서 부득이하게 과음을 하여 정상적인 거동능력이나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H는 주로 X에 납품되는 지류를 유통하는 국내 지류 유통사로, 1파트 및 3파트의 거래처이다. H의 I 대표는 2024. 3.경 1파트 및 3파트 측에 회식을 제안하였고, 이에 망인은 H의 J 대리와 일정을 조율하여 2024. 4. 16. 17:00경 D 부근에서 회식을 하기로 정한 후, 3파트 파트장인 Y 수석과 팬시지 영업팀장인 N 수석에게 위와 같은 회식 일정을 사전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

나)

망인은 2024. 4.경부터 1파트 파트장을 겸하였는데, 앞서 본 것처럼 2024. 4.16.에 H 측과 회식을 갖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R 및 T 측과의 회식 일자가 같은 날로 정해졌다. R 및 T는 1파트의 거래처로, R 및 T 측과의 회식은 망인이 1파트 파트장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 예정된 공식일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각 거래처의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자리였으므로, 1파트 파트장이 된 망인으로서는 선약을 이유로 위와 같은 회식에 불참하기가 곤란하였다. 이에 망인은 팬시지 영업팀장인 N 수석과 상의하여 H 측과의 회식에 먼저 참석하였다가 위 회식이 종료하는 대로 R 및 T 측과의 회식에 합류하기로 일정을 조율하였다. 이에 따라 망인은 2024. 4. 16. 1파트 파트원 E 책임과 함께 H 측과의 회식에 참석하였다가(당초 3파트 파트장인 Y 수석도 H와의 회식에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회식 당일 Y 수석이 갑작스럽게 천안 출장을 가게 되면서 불참하였다.), 위 회식이 종료하자마자 1파트 파트원 O 책임에게 연락하여 R 및 T 측과의 회식 장소를 확인한 후 곧바로 출발하였고, 이후 이동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

이처럼 망인은 상급자의 승인과 지시에 따라 H 측과의 회식과 R 및 T 측과의 회식에 모두 참석하기로 하였다. 설령 사업주가 망인에게 위 각 회식에 참석할 것을 강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담당한 영업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각 거래처의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회식에 참석을 거절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점, 망인은 3파트의 파트원이자 1파트의 신임 파트장으로서 회식에 직접 참석하여 거래처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사업주도 위와 같은 회식이 업무상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인정하고 있는 점, R 및 T 측과의 2차 회식을 제외한 나머지 회식 비용을 거래처에서 결제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H 측과의 회식과 R 및 T 측과의 회식은 모두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

라)

망인은 위와 같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이루어진 H 측과의 1, 2차 회식에서 소주 3병, 맥주 500cc 2잔 정도를 마심으로써 과음을 하였고, 이와 같이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R 및 T 측과의 2차 회식에 연이어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당시 망인과 함께 H 측과의 회식에 참여하였던 1파트 파트원 E 책임이 음주를 하지 못하여 망인이 불가피하게 평소보다 더 과음을 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위 회식에 참석하였던 사람들이 망인의 과음 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음에도 망인이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기 어렵다.

마)

망인은 H 측과의 회식을 마친 후 R 및 T 측과의 2차 회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H 측과의 회식에서 과음한 것으로 인하여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가지는 통상적인 주의능력이나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이로 인하여 사고의 발생을 미리 인식하여 이를 회피할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무단횡단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망인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상태였다면 쉽사리 왕복 6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망인의 무단횡단 행위가 비교적 중대한 범법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는 망인의 과실과 제한속도를 위반한 상대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무단횡단 행위가 고의 또는 자해행위에 준할 정도의 범죄행위라고 볼 수 없고, 망인의 무단횡단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2)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사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백송이 김종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