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6. 11. 선고 2026구합5003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3. 6. 원고에게 한 산재보험 사업종류 변경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토석채취허가 · 골재채취업등록을 마치고 울산 울주군 B 일대에서 암석을 채굴 · 채취하여 쇄석(碎石) 등을 생산 · 제조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1998. 10. 29. 설립된 이후 사업종류를 광업에 해당하는 '쇄석채취업'(산재보험료율 57/1,000)으로 하여 산재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였고, 그에 따라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여 왔으나, 암석을 채굴 · 채취하는 광업보다 쇄석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부분이 자신의 주된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2024. 12. 26. 피고에게 사업종류를 '쇄석채취업'에서 제조업에 해당하는 '석재 및 석공품 제조업' 또는 '기타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각 산재보험료율 13/1,000)으로 변경해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가 '암석채굴 · 채취와 일관한 암석을 분쇄하여 쇄석을 생산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작성한 「2025년도 사업종류 예시표」(이하 '사업종류 예시표'라 한다)상 '쇄석채취업'의 내용예시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판단하여 2025. 3. 6. 원고의 변경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 규정

1)「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약칭: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에 의하면, 산재보험료율은 매년 6월 30일 현재 과거 3년 동안의 보수총액에 대한 산재보험급여총액의 비율을 기초로, 산재보험급여에 드는 금액, 재해예방 및 재해근로자의 복지증진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제14조 제3항). 그 위임에 따른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산재보험료율은 재해발생의 위험성과 경제활동의 동질성 등을 기초로 분류한 사업 종류별로 구분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제12조). 이러한 위임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2025년도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별지]에서는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을 규정하고 있는데, 광업 중 석회석 ·금속 · 비금속 · 기타광업의 요율은 57/1,000이고, 제조업 중 기계기구 · 금속 ·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의 요율은 13/1,000이다. 이 사건 고시 [별지] 하단에는 '사업종류의 세목과 내용예시 및 총칙을 규정한 사업종류 예시표는 고용노동부와 피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

사업종류 예시표에 의하면, 석회석 · 금속 · 비금속 · 기타광업의 세목 중 하나인'쇄석채취업(10309)'은 암석채굴 · 채취와 일관한 암석을 분쇄하여 자갈 등 쇄석을 생산하는 사업 또는 암석의 채굴 · 채취에서 일관한 석재 및 석공품을 제조하는 사업을 의미하고, 기계기구 · 금속 ·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 세목 중 하나인 '석재 및 석공품 제조업(21804)'은 암석을 구입하여 쇄석 등을 제조하는 사업 등을, '기타 비금속광물제품제조업(21805)'은 타에 분류되지 않는 기타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 등을 의미한다.

3)

한편,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에 의하면, 동일한 사업주가 하나의 장소에서 사업의 종류가 다른 사업을 둘 이상 하는 경우에는 그중 근로자 수 및 보수총액 등의 비중이 큰 주된 사업에 적용되는 산재보험료율을 그 장소의 모든 사업에 적용하고(제14조 제1항), 주된 사업의 결정은 근로자 수가 많은 사업, 보수총액이 많은 사업, 매출액이 많은 제품을 제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순서에 따라 정한다(제14조 제2항 각호).

나.

사업종류 예시표의 성격과 이 사건 거부처분의 위법성 판단 기준

1)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행정청이 정한 훈령 · 예규 · 고시 등의 행정규칙[행정기본법 제2조 제1호 가. 3) 참조]이 실질적으로 상위법령의 규정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할 때에는 이른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서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진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9두53389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런 행정규칙이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려면 수범자들이 그 내용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반드시 관보 · 공보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포하여야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적당한 방법으로 일반 공중 또는 일정한 수범자 집단에게 알리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며(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도662 판결 등 참조), 대외적으로 알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행정내부적 효력만 인정할 여지가 있을 따름이다.

2)

그런데 사업종류 예시표는 이 사건 고시의 본문이나 [별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그 자체로 '고시'에 해당하지 않고, 그 명칭 역시 '예시표'로 되어 있어 사업종류를 분류할 때 피고가 참고할 수 있는 내부적 사무처리 기준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사업종류 예시표는 관보나 공보에 게시된 것도 아니고 별도의 공포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으며, 이 사건 고시 [별지]에는 사업종류 예시표가 고용노동부와 피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다고 하나,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행정자료 중 하나의 첨부파일 형태로 올려져있을 뿐이고, 피고의 홈페이지에는 이 사건 고시에서 안내한 게시 위치에 사업종류 예시표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게시 방식만으로는 사업종류 예시표의 내용을 일반 공중이나 일정한 수범자 집단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알렸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사업종류 예시표는 대외적 구속력 있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단지 행정내부적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3)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 · 적용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참조). 다만, 행정청이 처분에 적용한 기준 자체가 상위법령의 규정을 위반하였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다면 해당 처분은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대법원 2020.12. 24. 선고 2017두60178 판결 참조).

다.

판단

1)

피고는 원고의 사업이 사업종류 예시표상 '암석채굴 · 채취와 일관한 암석을 분쇄하여 쇄석을 생산하는 사업'이라는 '쇄석채취업'의 내용예시에 정확히 부합하므로, 제조업으로 사업종류를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상위법령의 규정과 배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은 하나의 장소에서 사업의 종류가 다른 사업이 둘 이상 이루어지는 경우 그중 주된 사업을 기준으로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사업의 종류에 따라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다르고 그로 인해 산재보험급여에 드는 비용 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여러 사업 중 실질적 비중이 큰 사업을 기준으로 산재보험료율을 정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하나의 사업장에서 서로 구별되는 여러 사업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 피고로서는 위 시행령 조항에 따라 그중 어느 사업이 주된 사업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②

암석채굴 · 채취는 그 성질상 광업에 해당하는 반면, 사업종류 예시표상 '석재및 석공품 제조업'의 내용예시에 '암석을 구입하여 쇄석 등을 제조하는 사업'이 포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쇄석생산 · 제조 그 자체는 제조업에 해당한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광업에 해당하는 암석채굴 · 채취업과 제조업에 해당하는 쇄석생산 · 제조업이 함께 이루진다면, 피고로서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수, 보수총액 등을 기준으로 그중 주된 사업이 무엇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업종류 예시표는 이러한 실질적 비중에 관한 고려 없이 쇄석생산 · 제조가 암석채굴 ·채취와 일관하여 이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일률적으로 광업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상위법령인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③ 암석채굴 · 채취와 쇄석생산 · 제조가 일관하여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각 공정이 차지하는 실질적 비중에 따라 해당 사업장의 재해발생 위험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암석채굴 · 채취 공정이 전체 사업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인력과 장비가 쇄석생산 ·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경우라면, 그 사업장의 재해발생 위험성은 외부에서 암석을 구입하여 쇄석을 생산 · 제조하는 사업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암석채굴 · 채취와 쇄석생산 · 제조가 일관하여 이루어진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광업에 해당하는 높은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한다면, 실제로는 제조업과 유사한 재해위험을 가진 사업장에 관하여 그 위험성에 비해 과도한 산재보험료를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는 산재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④

나아가 사업종류 예시표의 광업 부분 총칙은 '채석업(암석, 점토 채굴 · 채취업), 석회석 · 금속 · 비금속 광업, 기타광업(금속광업 제외)에 포함된 광물의 채굴 · 채취에서 비금속광물제품이나 석재품 제조업까지 동일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사업 중 제조가 주된 사업인 경우에는 본 분류에서 제외하고 해당 제조업에 분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의 취지와 부합할 뿐만 아니라 아무리 광업이 제조업에 비하여 높은 재해발생 위험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광업과 제조업 사이 실질적 비중과 그에 따른 재해발생 위험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제조업의 재해발생 위험성을 광업에 흡수시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⑤

결국 하나의 장소에서 암석채굴 · 채취와 쇄석생산 · 제조가 일관하여 이루어진 경우 사업종류 예시표상 '쇄석채취업'의 내용예시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전체사업을 광업으로 단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의 취지에 따라 암석채굴 · 채취업과 쇄석생산 · 제조업이 각각 차지하는 실질적 비중과 그로 인한 재해발생 위험성, 경제활동의 동질성 등을 고려하여 그 주된 사업에 상응하는 사업종류를 적용하여야 한다.

2)

갑 제5~7, 9, 13~16, 18~20호증, 을 제1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하나의 장소에서 암석채굴 · 채취와 쇄석생산 · 제조라는 종류가 다른 두 가지 사업을 일관하여 하고 있으나, 원고의 주된 사업종류는 제조업에 해당하는 '석재 및 석공품 제조업'이라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달리 원고의 사업종류 변경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

①

원고의 전체 공정은 '천공 → 발파 → 원석 상차 → 운반 → 1차 분쇄[조크러셔(Jaw Crusher)] → 선별(진동스크린) → 2차 분쇄[콘크러셔(Cone Crusher)] → 선별(진동스크린) → 3차 분쇄(콘크러셔) → 선별(진동스크린) → 제품 상차 · 출하'의 순서로 이루어지고, 이중 암석채굴 · 채취에 해당하는 공정은 '천공 → 발파 → 원석 상차'이며 나머지는 쇄석생산 · 제조공정에 해당하여 양 공정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 또한 암석의 채굴 · 채취 장소와 분쇄 · 선별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약 400m 가량 떨어져 장소적으로도 분리되어 있다.

②

원고의 직원은 20명인데, 그중 천공 · 발파 · 원석 상차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3명은 운반 · 분쇄 · 선별 · 출하, 기계유지 · 보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3명은 운송, 판매, 관리, 영업업무를 담당한다. 천공기 · 굴착기의 경우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건설기계조종사면허가 있어야만 조종이 가능하고, 발파의 경우에도「총포 · 도검 · 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약류관리보안책임자 면허가 있어야만 수행 가능하므로, 쇄석생산 · 제조공정을 수행하는 직원들이 암석의 채굴 · 채취공정에 관여할 가능성은 낮다.

③

나아가 암석채굴 · 채취를 담당하는 직원 보수액 합계는 2024. 10. 기준19,160,050원, 2024. 11. 기준 17,954,770원인데 반하여, 쇄석생산 · 제조를 담당하는 직원 보수액 합계는 2024. 10. 기준 50,248,610원, 2024. 11. 기준 46,677,630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④

2024년 기준 '쇄석채취업'이 속한 석회석 · 금속 · 비금속 · 기타광업의 재해율은 5.76%이고, '석재 및 석공품 제조업'이 속한 기계기구 · 금속 ·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의 재해율은 1.02%이다. 그런데 원고의 사업장별 산재근로자 내역(을 제1호증)에 의하면,2024년에 1건의 산재가 발생하여 재해율은 약 5%(= 산재 1건 ÷ 직원 20명)이긴 하나,2006년부터 2023년까지 18년간 산재발생 건수가 없어 재해율은 0%였다. 또한 원고가 설립된 1998. 10. 29.경부터 이 사건 거부처분일까지 26년간 산재발생 건수는 11건에 불과하고, 그중 8건은 쇄석생산 ·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1건은 굴착기 바닥을 청소하다가 발목을 부딪친 것으로서 암석채굴 · 채취와는 큰 관련이 없고, 암석채굴 ·채취와 연관된 천공 · 발파 중의 산재는 1999년, 2003년 발생한 2건이 전부이다. 이러한 산재발생 건수와 내역 등을 고려하면, 원고 사업장의 재해발생 위험도는 '쇄석채취업' 보다는 '석재 및 석공품 제조업'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⑤

'석재 및 석공품 제조업'에는 암석을 구입하여 쇄석을 제조하는 사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원고는 쇄석을 최종제품으로 제조하고 있고 다만 그 원재료인 암석을 외부에서 구입하지 않은 채 직접 채굴 · 채취하여 조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원고의 전체사업에서 암석채굴 · 채취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그 공정에서 실제 발생한 산업재해 건수도 미미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 사업장의 재해발생 위험성은 외부에서 암석을 구입하여 쇄석을 생산 · 제조하는 사업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없다.

⑥

원고는 쇄석생산 · 제조를 위하여 크러셔 9대, 조크러셔 2대, 콘크러셔 3대, 진동스크린 4대, 컨베이어벨트 2대 등 다수의 기계설비를 구매하였고, 그 취득원가는 약 45억원에 이르며(갑 제20호증 중 '기말잔액' 부분), 그에 따른 유지비도 상당하였을 것 으로 보인다. 이는 원고가 쇄석생산 · 제조업에 집중하기 위한 투자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사업을 오로지 광업인 쇄석채취업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경제활동의 동질성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방민우 박은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