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진폐증발기 환자가 스스로 병실창문에서 추락사망했어도 이는 병의 진행 또는 악화에 따른 만성적 혈류순환부전, 뇌저산소증으로 표현력 저하, 편집증 양상,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킴으로서 유발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1999.08.24, 서울행법 98구25395)
[요 지]
비록 망인의 사망이 스스로 병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추락하였음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망인의 위와 같은 행동은 업무상의 질병인 진폐증의 증상이 악화되고 그로 인하여 갑작스런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킴으로써 유발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반대되는 입장에 선 피고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위법하다
* 사 건 / 1999.8.24 선고, 서울행법 98구25395 판결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 원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1999.12.8. 선고 98구24446 판결
[주 문]
피고가 1998.8.25.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는 소외 망 권○○(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처로서, 1998.2.3.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등의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같은 달 5. 피고로부터 부지급처분을 받았고,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같은 달 26. 심사청구를 제기하고 1998.4.24. 기각결정을 받았으나 적법한 기간 내에 재심사청구를 제기하지 않아 위 부지급처분이 확정되었으므로, 원고가 1998.8.22. 다시 피고에게 유족급여 등의 지급청구를 하여 피고로부터 이 사건 반려처분을 받고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판단
일반적으로 행정처분이나 행정심판 재결이 불복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확정될 경우 그 확정력은, 그 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은 자가 당해 처분이나 재결의 효력을 더 이상 다룰 수 없다는 의미일 뿐, 더 나아가 판결에 있어서와 같은 기판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법률적 판단이 확정되고 당사자들이나 법원이 이에 기속되어 모순되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종전의 유족급여등 부지급처분이 불복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확정되었더라도 유족급여 등 청구권이 없다는 내용의 법률관계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며, 원고로서는 소멸시효에 걸리지 아니한 이상 다시 유족급여 등을 청구할 수 있고 그것이 거부된 경우 이는 새로운 거부처분으로서 그 위법 여부를 소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1993.4.13. 선고 92누17181 판결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 3, 4호증, 갑제2호증의 1, 2, 을제6, 7,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망인은 1967.3.15.부터 ○○아연광업소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1998.5.9. 진폐 정밀진단 결과 진폐증으로 진단되어 1989.7.6. 장해 11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망인은 1997.3.16. 다시 진폐증으로 요양결정을 받고 밀양시 소재 ○○병원에서 요양을 받던 중인 1997.12.7. 14:40경 위 병원 6층 병실에서 창문을 통해 나가 5층 지붕의 난간에서 추락하여, 같은 날 18:30경 사망하였다.
원고는 1998.8.22.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등의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달 25. "원고가 1998.2.3.자 청구한 사건과 동일한 사안에 대한 청구로서 이미 부지급 결정 된 바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반려처분을 하였다. 한편 원고는 1998.2.3.에도 유족급여 등 청구를 한 바 있는데, 피고는 같은 달 5. "망인은 원인미상에 의한 자해행위에 의하여 병원 5층에서 뛰어내려 추락, 사망하게 된 것으로 추정될 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만한 의학적,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지급처분을 한 바 있다.
처분의 적법 여부
인정 사실
위에서 든 각 증거 및 을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당원의 영남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망인은 1997.5.6.부터 밀양시 소재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입원 당시부터 중증의 증세였는데, 1997.6.25.경 갑자기 각혈과 염증 증세를 보였고, 1997. 11.부터 호흡곤란, 기침, 객담, 전신쇠약 및 상병 상태의 악화와 더불어 활동성 폐결핵이 나타남에 따라, 1997.11.10.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증세가 약간 호전되어 1997.11.27.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나, 호흡곤란 및 기침 등으로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전신쇠약으로 거동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망인은 성격이 편안하고 얌전한 편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상병상태가 악화되고 호흡곤란이 심해져 매우 고통스러워하였고, 스스로 병이 호전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심리적으로 불안해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직전 가족들의 면회를 받고 기분이 좋았으나, 가족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갑자기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켜 병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추락하였다.
진폐의 말기환자는 오랜 투병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병의 진행 또는 악화에 따른 만성적 혈류순환 부전 및 뇌저산소증, 고이산화탄소증 등에 의하여 표현력이 저하되고 편집증 양상을 보이기도 하며, 환청, 환각, 착시 등의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대법원 1993.10.22. 선고 93누13797 판결 등 참조).
망인의 주치의는 망인의 사망진단서에 직접사인 "심폐기능 정지", 중간선행사인 "진폐증", 선행사인 "폐결핵"으로 진단하고, 사인과 관계없는 기타의 신체상황으로 "두개골절, 지병악화로 갑작스런 정신착란 증세 발작으로 추락"이라고 기재하였고, 망인의 사망이 진폐증의 악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정신착란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비록 망인의 사망이 스스로 병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추락하였음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망인의 위와 같은 행동은 업무상의 질병인 진폐증의 증상이 악화되고 그로 인하여 갑작스런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킴으로써 유발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반대되는 입장에 선 피고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위법하다.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이재홍(재판장), 이승한, 김종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