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조직개편에 의해 우선 순위로 정리해고될 것을 예상하고 퇴직원을 제출한 것은 강요에 의한 비진의 의사표시라 볼 수 없다( 2000.11.03, 서울행법 99구36217 )
[요지] 원고가 참가인 회사에게 퇴직원을 작성·제출한 것은 비록 원고가 퇴직 자체를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만약 원고가 퇴직원을 작성·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두차례에 걸쳐 정해진 조직 개편에 의해 원고가 그 동안 담당하여 온 업무가 대폭 축소되어 원고에게 부여될 보직이 사라져 버렸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인사고과가 상당히 좋지 않은 점 때문에 원고가 우선 순위로 정리해고를 당하게 될 상황을 예상하고서, 위와 같이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보다 희망퇴직을 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할 것이므로, 이를 두고 퇴직의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는 없다.
엘지산전 주식회사 사건
(서울행법 2000.11.13 선고 99구36217)
*사건/ 2000.11.3 선고, 서울고법 제4특별부 2000누8501
*원고, 항소인/ 이문종
*피고, 피항소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조용호
*피고보조참가인/ 한국교통신문 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 장옥환, 윤영략
*변론종결/ 2000.9.29
*원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00.6.9 선고 99구2924 판결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9.10.29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99부해446호 부당해고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소장의 청구취지란에 기재된 `1999.11.26'은 `1999.10.29'의 오기로 보인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채택증거 : 갑1의 2(을2의 3과 같다), 을4의 1, 10(을4의 10은 을4의 18, 을6의 11과 같다), 을6의 9, 변론의 전취지】
원고는 1980.4.15 피고보조참가인 회사(이하 `참가인 회사'라고 한다)가 속해 있는 엘지(LG)그룹에 입사한 후 1987.7.1 참가인 회사에 일반 사원으로 전입하여 근무하여 오던 중 1998.12.30 퇴직원을 작성하여 참가인 회사에 제출하였고, 참가인 회사는 1999.1.31자로 퇴직원을 수리하여 그날 원고가 희망퇴직한 것으로 처리하였다.
원고는 참가인 회사에게 퇴직원을 작성·제출한 것이 참가인 회사의 강요에 의한 것이므로 참가인 회사가 이에 기해 원고를 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1999.4.30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999.6.18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원고가 1999.7.5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1999.10.29 원고의 재심판정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내용
원고는 참가인 회사가 산정한 불합리한 인사고과 성적에 의하여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된 후 1998.1.13부터 퇴직원을 작성·제출한 날인 같은 해 12.30까지 사이에 총 32차례에 걸쳐 참가인 회사로부터 심한 욕설 등을 수반한 사직 강요 및 종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퇴직원을 작성·제출하기 직전 4개월 동안에는 보직을 부여받지 못하는 조치까지 받는 등 더이상 참가인 회사의 퇴직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퇴직원을 작성·제출한 것이므로, 원고가 한 퇴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참가인 회사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인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인 회사가 원고의 퇴직원을 수리하여 퇴직처리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인정 사실
【채택증거 : 앞서 든 위 각 증거, 을4의 2 내지 9(을4의 2는 을6의 2와, 을4의 3은 을6의 3, 을7의 8과, 을4의 4는 을6의 4, 을7의 9와, 을4의 5 내지 8은 을6의 5 내지 8과, 을4의 9는 을6의 10과 각 같다), 을4의 12, 13, 14, 17(을4의 12, 13, 14는 을6의 15, 16, 17과 각 같다), 을6의 1, 13, 14, 변론의 전취지】
【배척 증거 : 을5의 1, 8, 9, 을7의 2】
참가인 회사의 인원 감축 필요성의 발생 및 희망 퇴직제의 실시
참가인 회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심화된 건설 경기 침체 및 기업의 시설 투자 감소 등 경영 환경의 악화로 인하여 1998년 들어서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여 1998.1월경 당시 약 250억 원의 적자 발생이 추정되었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져 1998년 연말까지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 발생이 예상되어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는 바, 실제로 1998년에는 전년도에 비하여 약 3,468억원의 매출액 감소가 발생하여 결국 약 694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경영 위기에 봉착한 참가인 회사는 긴축 경영과 함께 한계 사업을 철수하고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조직 슬림화를 내용으로 하는 조직 축소 개편을 1998.2.1 및 같은 해 7.1 각 실시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잉여 인력의 해소를 위해서 희망퇴직제를 시행하기로 하여 1998년 상반기에 2차례, 하반기에 4차례의 비상 임시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모집 대상 및 그 조건에 대해 합의하여 1998.3.31 및 같은 해 8.31 그리고 같은 해 9.17 각 희망퇴직을 실시함으로써 1998년 한해 동안 합계 2,117명의 인원을 감축하였다.
원고에 대한 희망 퇴직의 권유
참가인 회사는 1998.1.1부터 조직 개편 작업을 하면서 인사고과 불량자와 철수 사업의 해당 근무자 등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정하여 희망퇴직을 권유하기 시작하였는데, 1998.2.1자로 참가인 회사의 오산공장의 조직 개편이 단행되어 설비공장과 시스템공장을 하나의 플랜트 공장으로 통합하면서 생산지원팀을 비롯한 각종 간접 부서에 잉여 인력이 발생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인사고과 성적이 1996년도의 경우 5.0만점에 2.7점을 기록하여 당시 원고가 속해 있던 도시시스템 사업부의 27명 중 24위로 하위 12% 이내에 해당하게 되었고, 참가인 회사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하위 6% 이내에 해당하게 되었으며, 1997년도의 경우에는 5.0만점에 2.4점을 기록하여 도시시스템 사업부의 28명 중 28위로 최하위에 해당하게 되었고 참가인 회사 전체에서 하위 1% 이내에 해당하게 됨에 따라 참가인 회사는 1998.1.13 원고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1998.7.1 도시시스템 사업부가 플랜트 공장에서 분리·독립하면서 `3BY3운동'을 중단함에 따라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게 그 동안 원고가 담당하여 온 `QCL 혁신 업무'에 대한 보직을 줄 수 없게 되자 1998.7.29 원고에게 또 다시 희망퇴직을 권유하였고, 원고가 이를 거부하자, 참가인 회사는 1998.9.1 원고를 도시시스템 사업부의 본사 기획팀으로 전환 배치하였다.
원고가 퇴직금을 작성·제출한 경위 및 그 이후의 정황
원고는 1998.10월 말경 참가인 회사의 김근호 인사팀장에게 기존의 희망퇴직 조건에 따른 금액(퇴직금+7개월분의 위로금+기반납한 상여금 350%, 이하 이를 `기존 조건'이라고 한다)에다가 5년치 급여를 더하여 준다면 퇴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기존 희망퇴직자와 형평에서 어긋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고, 그 후 김근호 인사팀장에게 1998.11.2 및 같은 해 12.16 기존 조건에다가 2년치 급여 혹은 1년치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여 준다면 퇴직하겠다고 하였으나 모두 거절당하였다.
김근호 인사팀장은 1998.12.24 원고에게 참가인 회사의 경영 사정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잉여 인력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어 결국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해 주면서 만약 구조조정이 실시될 경우 재배치가 어려운 사원부터 우선 순위가 될 것임을 알려 주었다.
원고는 1998.12.30 김근호 인사팀장에게 퇴직 위로금을 관리일반직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기사직을 기준으로 하여 2개월분의 급여를 더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기존의 희망퇴직자에게 적용된 기존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하되 1개월의 시간을 배려해 줄 것을 요구하였는 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퇴직원에 퇴직일자를 1999.1.31로 기재한 후 서명하여 이를 참가인 회사에 제출하였고, 그날 저녁에 도시시스템 사업부의 전병일 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퇴직원 제출 사실을 알리기도 하였으며, 1999.1월경 회사의 담당 직원 김연주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의 엘지(LG)증권 계좌로 우리사주를 입고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1999.1.31 퇴직원이 수리되어 퇴직 처리가 된 후 1999.2.2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등으로 합계 43,375,896원을 은행의 계좌로 송금받았으며, 1999.2.23 우리사주 291주를 증권 계좌로 수령하였는 바, 원고는 위와 같이 퇴직원을 작성·제출한 이후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할 때까지 참가인 회사에게 원고의 퇴직과 관련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판 단
비진의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 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참가인 회사에게 퇴직원을 작성·제출한 것은 비록 원고가 퇴직 자체를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만약 원고가 퇴직원을 작성·제출하지 않을 경우, 두차례에 걸쳐 행해진 조직 개편에 의해 원고가 그 동안 담당하여 온 업무가 대폭 축소되어 원고에게 부여될 보직이 사라져 버렸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인사고과가 상당히 좋지 않은 점 때문에 원고가 우선 순위로 정리해고를 당하게 될 상황을 예상하고서, 위와 같이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보다는 희망퇴직을 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두고 퇴직의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퇴직원을 작성·제출한 경위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참가인 회사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강요나 강박을 함으로써 원고가 어쩔 수 없이 퇴직원을 작성·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참가인 회사에게 퇴직원을 작성·제출하고 참가인 회사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원고를 퇴직케 한 것은 근로계약 관계의 당사자 사이의 적법한 합의해지에 해당하고, 이를 가리켜 참가인 회사가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 론
그렇다면 적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병현(재판장), 김도형, 김석우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