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판결

수원고등법원 2022. 2. 17. 선고 2021노61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년 6월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10억 원을 1개월 이내에 상환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2)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10억 원 중 호텔 운영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4억 원에 대해서는 사기죄 성립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머지 6억 원은 당초 용도대로 베네수엘라 국채 유동화 작업을 위하여 G에 전달하여 실제로 채권 유동화에 사용하도록 하였을 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G으로부터 다시 돌려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위 6억 원에 대해서는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21. 9. 13.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 2월을 선고받았고, 2021. 9. 24.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원심 판시 이 사건 죄와판결이 확정된 위 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여야 하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1개월 안에 대여금을 상환하겠다고 약속하였는지 여부 원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과 피해자가 2018. 1. 10. 작성한 자금투자계약서(증거기록 제1권 제56쪽, 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에는 ‘베네수엘라 국채 유동화 예탁금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피해자가 10억 원을 B 주식회사(이하 ‘B’이라고 한다)의 H 계좌에 입금하되, 투자금 원금은 2018. 3. 10.까지 피고인이 상환’하기로 하는 내용이 기 재되어 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2018. 1. 19. 작성한 호텔운영권 양도 및 담보제공 계약서(증거기록 제2권 제77쪽)에는 ‘투자금 10억 원에 대하여 기존에 작성한 이 사건 약정에 의거하여 상환 일자는 자금 집행일로부터 30일로 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② 피고인은 2018. 2.경 ‘피해자가 대여하여 준 10억 원을 2018. 2. 19.까지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이를 불이행하였고 2018. 2. 28.까지 변제하지 못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라는 취지의 각서(증거기록 제2권 제109쪽)를 피해자에게 작성하여주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10억 원을 1개월 이내에 상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에게 10억 원 전부에 대한 편취의 범의가 있는지 여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교부한 돈 중 6억 원이 실제로 G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10억 원 전부에 대하여 편취할 범의가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

(1)

4억 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함

(가)

이 사건 약정에서는 피해자가 지급한 10억 원을 베네수엘라 국채 유동화를 위한 예탁금으로 사용할 것을 예정하였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10억 원을 모두 G에게 전달하여 베네수엘라 국채 유동화에 필요한 예탁금으로 사용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G에게 합계 6억 원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4억 원은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하였다.

(나)

피고인은 G에게 전달한 6억 원만으로도 베네수엘라 국채 유동화의 예탁금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은 경찰에서는 “G으로부터 베네수엘라 채권 유동화에 필요한 예탁금으로 11억 원이 필요하다는 말을들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제1권 제142쪽), ② 피고인은 경찰에서 이 사건 확인서의 작성 경위에 관하여 “G이 예탁원 보관금이 모자라다고 말하면서 다른 곳에 투자를 하여야 한다고 해서 위와 같은 차용증을 작성하였다”라고 진술한 점, ③ 증인 I도 원심 법정에서 “G이 피고인에게, ‘베네수엘라 채권 유동화 관련 비용으로 인게이지먼트 피(engagement fee) 등 수수료 7억 몇 천만 원에 변호사비용 등 합계 1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나머지 6억 원도 당초 용도대로 사용하지 아니함

(가)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 ‘피고인이 2018. 4. 5.경 G으로 하여금 피고인이 운영하던 B의 법인 채무 6억 원을 변제하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144쪽 내지 제145쪽, 제310쪽). 또한 피고인은 2018. 4. 15. G에게 ‘2018. 1. 19. G에게 6억 원을 대여하여 주고, 2018. 4. 5. 이를 모두 변제받았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채무변제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증거기록 제1권 제121쪽, 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고 한다).

(나)

이와 같이 2018. 4.경에는 G에게 지급한 6억 원도 피고인이 운영하는 B의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피해자가 위 예탁금 명목으로 지급한 10억 원을 모두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위 10억 원의 사용처를 사실대로 고지하거나 피해자의 양해를 얻은 적이 없다.

(다)

실제로 G에게 베네수엘라 국채를 유동화 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피고인이 위 10억 원을 G에게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모두 소비한 행위는 이 사건 약정에서 정한 투자금의 변제 및 피해자와 체결한 E호텔 인수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하여 대여금 내지 투자금의 용도를 진실에 반하여 고지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3)

그 외 이 사건 편취가 인정되는 정황들

(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10억 원을 입금받은 직후인 2018. 1. 24.경 피해자에게 베네수엘라 국채 유동화와 전혀 관계 없는 서류를 제시하면서 마치 정상적으로 국채가 유동화되고 있는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2권 제94쪽).

(나)

피고인이 G으로부터 E호텔 인수자금 투자를 약속받은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피고인이 E호텔 인수를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2)

당심의 판단

가)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이 법원의 심리과정에서도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피고인은 편취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6억 원에 대해서 경찰 및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회사 채무 6억 원을 G으로 하여금 대신 변제하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고, 그에 부합하는 채무변제확인서가 존재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G이 부탁하여 거짓 진술하고 허위의 서류를 작성하여 주었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으나, 피고인 또한 사업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G이 부탁한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든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피고인의 위 변소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설령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국채 유동화 작업에 사용한다는 G의 말을 믿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은 변함이 없어서 피고인의 기망의 고의를 부정할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