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판결

수원고등법원 2023. 1. 18. 선고 2022나1779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에게, 피고 B은 57,391,87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5. 15.부터, 피고 C은 85,007,83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5. 27.부터, 피고 D, 피고 E은 각 45,386,480원, 피고 F은 12,400,53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20. 5. 23.부터 2023. 1. 18.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주위적 청구(부당이득반환)에 관하여

가.

인정사실

1)

G는 2016. 8.경부터 2019. 말까지 원고의 부사장이나 부회장 직함으로 원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H는 2016. 8.경부터 2019. 말까지 원고의 영업부장으로서 자금 집행 실무를 담당하였다. G, H 등은 공모하여 원고의 자금 800억 원 가량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G에 대해서는 징역 7년 및 벌금 5억 원, H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월이 선고되었다).

2)

피고 F은 H에 대한 채권자, 나머지 피고들은 G에 대한 채권자이다(피고 D, E은 친족관계인 I 등으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것이다. 피고 C은 G에 대한 채권자인 J의 며느리인데 이들 사이의 채권・채무관계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별도로 살핀다). G와 H는 피고들에게 자신들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원고가 피고들을 근로자로 고용하는 내용의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여 원고의 직원으로 등록하였고, 원고는 연봉계약서에 따라 아래 표 기재와 같이 피고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였는데, 피고들은 실제로 원고에게 노무를 제공한 적은 없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18, 24, 25, 26호증, 을나 제1, 2, 3호증, 을 사 제1 내지 7호증, 을아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제1심 증인 G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원고와 피고들이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고 실제로는 피고들이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원고로부터 급여 명목의 돈을 받았다. 피고들은 존재하지 않거나 무효인 근로계약에 기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로부터 돈을 받아 이득을 취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그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G와 H가 원고로부터 급여로 받을 돈 중 일부를 원고가 피고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형식으로 피고들에 대한 채무(피고 C은 J에 대한 채무를 변제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별도로 살핀다)를 변제한 것이고 피고들로서는 G와 H가 원고를 통하여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인식했을 뿐 그 돈이 횡령금이라는 점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었으므로 원고와의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다툰다.

피고들의 주장은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돈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돈이 횡령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는 법리(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등)가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들은 G와 H의 횡령 사실에 대하여 악의・중과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법리는 채무자의 횡령행위가 채권자의 아무런 기여 없이 완결되고 채권자가 단순히 변제를 수령하기만 한 경우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한 부당이득제도의 취지상 횡령 사실을 알기 어려운 채권자의 변제 수령행위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성립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취지로 보아야 하는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들이 자신들을 허위로 직원으로 등록하는 데 협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법리를 적용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 사건도 큰 틀에서 G와 H가 원고의 자금을 횡령하여 피고들에게 자신들의 채무를 변제한 구조로 볼 수 있는 사안인 이상 위 법리에 따라 피고들의 악의・중과실을 인정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도 살핀다.

위에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내지 8, 11 내지 17, 19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G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받은 돈이 G와 H가 횡령한 돈이라는 점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본다.

피고들은 원고의 직원으로 등록된 기간(모두 1년이 넘는다) 동안 원고의 직원 자격으로 건강보험과 고용・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위와 같은 업무처리에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피고들이 거기에 협조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화성지사는 등기우편으로 피고들의 주소지로 피고들에게 발급된 건강보험증을 보냈고, 근로복지공단은 피고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자격 취득 및 상실 사실을 통지하였다. 원고가 피고들에게 송금한 내역을 보면 매달 20일 이후 정기적으로 동일한 금액이거나 약간 증감이 있으면서도 10원 단위까지 있는 금액을 지급하였고 피고들 계좌에 ‘(주)A 급’이라고 표시되었다. G는 제1심에서 피고 B, C에게는 직원으로 등록한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들이 처음부터 G와 H로부터 원고가 피고들에게 돈을 송금하는 명목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을 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자신들이 허위로 원고의 직원으로 등재되고 매달 급여 명목으로 돈이 송금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들은 G와 H가 자기들이 받을 급여 중 일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거나 횡령이라고 해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G와 H가 피고들이 급여 명목의 돈을 받은 기간 동안에는 원고로부터 급여를 모두 지급받았고 위와 같이 원고로 하여금 피고들에게 돈을 보내도록 한 것이 횡령에 해당하는 점은 분명하다. 나아가 G와 H의 횡령 사실에 대한 피고들의 악의・중과실 인정 여부는 횡령행위를 구성하는 주요사실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규범적으로 평가할 문제이다. 실제 피고들이 G와 H가 받을 급여 중 일부를 받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원고의 실질 운영자 또는 직원인 G와 H가 자신들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이라는 허위의 외관을 만들어 채권자인 피고들에게 급여 형식으로 돈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점을 인식한 것인 이상 피고들로서는 그러한 행위가 위법한 것은 물론 횡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까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들의 악의・중과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G와 H가 원고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급여를 모두 받았는데도 급여 범위를 넘어 피고들에게 지급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거나 위와 같은 행위가 법리적으로 횡령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명확히 인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또한 피고 C은, G가 J에 대한 차용금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원고로 하여금 자기가 받을 급여 중 일부를 J의 며느리인 피고 C에게 급여 형식으로 지급하도록 하였고 피고 C은 원고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그대로 J에게 전달한 것일 뿐이므로 피고 C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G와 계약관계에 있는 원고가 G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G와 계약관계에 있는 J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피고 C에게 급부한 것이고 이는 이른바 ‘삼각관계에서의 급부’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사안임을 전제로 피고 C은 단순히 급부를 수령한 제3자에 불과하므로 부당이득반환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근로계약이라는 계약관계의 외관이 존재하고 원고가 그와 같은 허위의 근로계약에 따라 피고 C에게 급부를 제공한 것으로서 ‘삼각관계에서의 급부’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과는 그 구조가 다르다. 원고가 허위의 근로계약에 기하여 피고 C에게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급부의 제공과 수령이 완성되고 부당이득반환관계가 성립하는 것이고 원고의 급부를 수령한 주체가 피고 C인 이상 피고 C이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피고 C의 위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그와 같은 돈의 흐름은 부당이득반환의무의 귀속주체가 누구인지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피고 C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소결론

원고에게, 피고 B은 57,391,87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0. 5. 15.부터, 피고 C은 85,007,83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0. 5. 27.부터, 피고 D, E은 각 45,386,480원, 피고 F은 12,400,53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0. 5. 23.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3. 1.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주장에 관하여

가.

피고 B의 주장에 관하여

1)

피고 B은, 원고가 피고 B에 대한 채무가 없는 것을 알고도 변제한 것이므로 민법 제742조의 비채변제에 해당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

민법 제742조가 정한 비채변제는 변제자가 채무 없음을 알면서도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채무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변제를 강제당한 경우 등 그 변제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지급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4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 B에게 돈을 지급한 것은 원고를 사실상 운영하던 G가 횡령이라는 범죄를 실행한 결과로서 변제를 강제당한 경우에 준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두고 범죄 피해자인 원고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변제의사를 가지고 한 변제라고는 볼 수 없다. 피고 B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 F의 주장에 관하여

피고 F은, 만약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인정된다면 피고 F은 H가 원고에 대하여 갖는 퇴직금채권을 양수하였고, 그 범위 내에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임금채권을 양도한 경우라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직접지급의 원칙상 사용자는 직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비록 양수인이라고 할지라도 스스로 사용자에 대하여 임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고(대법원 1988. 12. 13. 선고 87다카280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은 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사용자는 그 수령권자에게 직접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참조) 위 법리는 퇴직금채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퇴직금채권의 양수인이 사용자를 상대로 직접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 F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법원에서 감축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해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들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양우(재판장) 허양윤 정현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