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판결

수원고등법원 2024. 4. 25. 선고 2023노103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각하하였는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에 따르면 배상신청인은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다. 원심판결 중 배상신청을 각하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무죄 부분)

원심은, 피고인이 2021. 10. 12.경 U 명의의 V은행 계좌로 송금한 합계 2억 9,050만 원(이하 ‘이 사건 송금내역’이라 한다)은 U으로부터 피해자 회사가 차용한 돈을 변제한 것이라는 취지의 피고인의 변소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U 계좌에서 피고인 명의의 이 사건 L조합 계좌로 입금된 2억 원이 피해자 회사 회계장부상 차용금으로 처리되어 있지 않는 점, 위 돈이 피해자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었다는 자료가 부족한 점, 2억 9,050만 원을 U에게 이체하는 과정에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고 위 금액 전부가 가지급금으로 처리된 점 등에 비추어 U이 입금한 돈은 피해자 회사가 아닌 피고인의 개인적인 차용금인데, 피해자 회사 자금으로 위 돈을 변제하였다면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송금내역이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업무상횡령의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용역대금 2억 2,100만 원을 피고인 명의 N은행, O은행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위 돈 중 62,370,288원(피고인은 원심에서는 그중 62,411,288원을 피해자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 법원에 이르러 운영자금 사용액을 62,370,288원으로 감액하여 주장하고 있다)을 사무실 임대료, 렌트비, 세금 등 피해자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으므로 위 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위 부분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송금내역이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은 2017. 5. 말경 피해자 회사를 운영하게 된 이후 모친인 U으로부터 수시로 금원을 차용하여 회사 자금으로 사용하였고, 가지급금의 형태로 금원을 출금하여 수시로 이를 변제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송금내역은 피고인이 피고인 명의 다른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한 내역들과 달리 U 명의 계좌로 직접 송금된 것인데 위 각 송금내역은 U에 대한 차용금 변제로 그 이체 명목이 특정된다.

3)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를 운영하면서 U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이 피해자 회사가 아닌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차용한 금원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U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피해자 회사의 운영자금에 충당하기로 하여 U으로부터 피해자 회사 명의 계좌나 이 사건 L조합 계좌로 차용금을 송금받은 것이라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와의 관계에서 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 경우 피고인이 이 사건 송금내역과 같이 이 사건 L조합 계좌에서 U 명의 계좌로 금원을 송금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의 U에 대한 채무를 변제한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가수금 채권의 변제로서 유효한 대표이사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4)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송금내역과 같이 특수관계에 있는 U에 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임금을 그 변제액에 상응하는 만큼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나, 이로써 자신이나 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챙겼다는 비난을 받거나 임금미지급으로 인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와 같은 사정이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하게 한다고는 볼 수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이유를 기록과 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구체적 금액의 세부 내역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판시 업무상횡령죄의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용역대금 2억 2,100만 원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한 행위(이하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라 한다)는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판단되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은 피고인이 업무용 계좌로 사용한 이 사건 L조합 계좌에서 돈을 이체한 피고인 명의 N은행 계좌, O은행 계좌는 주로 피고인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계좌인데, 피해자 회사 자금을 이체함으로써 피고인의 개인자금과 회사 자금이 구별되지 않고 혼재하게 되었다.

2)

실제 피고인이 피고인 명의 위 N은행 계좌로 이체한 3,400만 원은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회사 운영과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P, EY에게 송금되었고, O은행 계좌로 이체한 1,500만 원은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되었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를 하기 전에 자금 지출을 위한 피해자 회사의 내부 승인절차 또는 회계처리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자신이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을 임의로 이체하고, 인출하였다.

4)

피고인은 자금 인출 경위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L조합 계좌가 압류될 것 같아 돈을 미리 빼 둔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이 단지 압류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관 중인 회사 자금을 피고인 명의 다른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출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5)

피고인은 10여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을 사용한 내역과 그 증빙자료를 제출하였고, 해당 사용 내역들은 피해자 회사의 운영과도 일정부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와 위 사용내역은 그 지출시기와 금액이 서로 상이하여, 위 사용내역 중에서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와 결부된 사용처가 무엇인지 특정할 수 없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지출상황을 예상하고 해당 금액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일부 사용내역은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의 마지막 인출 시점인 2022. 2. 24.경으로부터 한 달 내지는 수개월이 지난 뒤에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로 출금된 돈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용내역에 기재된 사용처에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 사건 이체, 인출 행위 자체만으로도 피고인이 관리하는 피해자 회사의 용역대금을 피고인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이미 객관적으로 명백히 외부에 표현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로 출금된 돈 중 일부가 피해자 회사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이체, 인출행위 당시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면밀하게 살펴보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이와 달리 이 부분 원심 판단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 항소심은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용역대금을 보관하던 지위를 이용하여 합계 2억 2,000만 원을 횡령하고 수백 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 한 것으로, 횡령한 금액이 적지 아니하고,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 점, ② 피고인의 각 근로관계법위반 범행의 경우 피해 근로자가 다수이고, 체불한 임금과 퇴직금의 액수도 10억여 원에 이르는 점, ③ 피해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④ 피고인에게 과거 동종의 근로기준법위반 범죄전력이 있는 점, ⑤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근로관계법 위반 범행과 일부 횡령 범행을 자백한 점, ⑥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의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검사와 피고인이 당심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은 원심이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원에 이르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다. 결국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6.

결론

피고인의 항소와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주형(재판장) 김민상 강영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