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판결

수원고등법원 2025. 12. 17. 선고 2024누13596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원고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고, 제1심과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에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원고가 이 법원에서 강조하는 주장에 관한 판단을 아래 제2항과 같이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기재(별지 및 약어 포함)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 판단

가.

원고는, ① 이 사건 승강로는 개구부로서 안전보건규칙 제42조가 적용되는 장소가 아니므로, 원고가 안전보건규칙 제42조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고, ② 이 사건 승강로에 관하여는 개구부 등의 방호 조치에 관한 안전보건규칙 제43조가 적용되는데, 이 사건 사고 현장은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여 원고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할 의무가 없고(제43조 제2항 단서), 제43조 제1항이 정한 나머지 방호조치를 충분히 이행하였으므로, 원고가 안전보건규칙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1)

살피건대, 개구부란 ‘채광, 환기, 통행, 투시(透視) 등의 역할을 목적으로 건물의 벽, 지붕, 바닥 등의 트인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구조물의 시공과정에서 주로 콘크리트 벽면 또는 슬라브 바닥에 어떤 용도에 따라서 소요크기로 만들어 뚫린 부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1> 그러나 갑 제8, 9, 37, 39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사고 현장에는 승강로 크기에 맞추어 제작된 가설 경사선반이 설치되어 있어 선반 아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며, 선반 위에 잔재물이 적치되어 있었고, 이 사건 피해자들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선반에 올라 잔재물을 꺼내는 작업을 시도하였던바(갑 제8호증 제5면 사고발생 개요도 및 갑 제39호증의 2 영상 등 참조) 이 사건 승강로에는 개구부의 정의에 해당하는 ‘트인 부분 내지 뚫린 부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근로감독관은 이 사건 승강로가 개구부가 아니었고 경사선반이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피해자들이 추락의 위험을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수사결과보고(갑 제9호증 제6면)를 작성한 사실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승강로가 개구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승강로가 개구부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위 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설령 원고의 주장처럼 이 사건 승강로가 개구부에 해당한다고 가정하여 보더라도, 앞서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서 적절히 설시하고 있는 바와 더불어 앞서 채택한 증거들, 갑 제3호증, 을 제2 내지 4,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승강로 내부가 밀폐된 좁은 공간이라는 사정만으로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곤란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는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추락방호망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 위에 서있는 원고의 위 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을 제3호증)에 의하면, 일반적인 아파트 신축공사의 엘리베이터 승강로 내 추락방지시설 설치방법으로 ‘기성제품의 추락방지망(틀) 설치, 철근 배근 후 안전방망 설치, 철근 배근 후 합판 설치 등’이 있는데, 이 사건 사고 현장의 경우에도 승강로 주변 해당 층의 거푸집을 해체한 후 추락방호망을 설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승강로에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D 및 그 현장소장 M은 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 승강로 경사선반 아래 철근이 설치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여 추락방호망의 설치에 대하여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는바(갑 제9호증 제6면), D 및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추락방호망 설치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여 그 설치가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단지 추락방호망 설치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인 2019. 6.경 작성한 안전작업계획서(을 제4호증)에 의하면, 재해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으로 ’폐기물 수거시 추락대비 하부층(지하 1층)에 추락방지 방호시설 설치‘(제12면), 승강로 작업시 안전조치사항으로 ’추락방지망 설치‘(제95면)가 각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사고 이후 마련한 안전대책으로 추락방지망 설치가 포함된 것에 비추어 보면, 원고도 이 사건 승강로에 추락방지 방호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다)

원고와 그 현장소장 K, 안전관리자 L, D와 그 현장소장 M, 안전관리자 N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관한 형사 판결(부산지방법원 2024. 1. 26. 선고 2021노255 판결,<2> 이하 ’관련 형사 판결‘이라 한다)에서도 ’이 사건 피해자들이 작업하던 이 사건 승강로 내 공간이 협소하거나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라는 사정만으로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곤란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안전대를 지급하는 방법 이외에도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등의 추락위험방지를 위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나.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처분 통지서(갑 제2호증)에 처분의 근거법령으로 기재되지 않은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위반을 새로운 처분사유로 추가,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한편 원고는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위반 사실을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당초의 처분사유인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사실을 추가·변경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하나 이 사건은 범죄사실 인정여부를 다투는 형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항고소송인데 항고소송의 경우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새로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와의 동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만이 문제될 뿐이다).

살피건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는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서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는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4두4482 판결 등 참조). 당초 이 사건 처분의 통지서(갑 제2호증)에 기재된 처분사유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업자에 대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이 영업정지를 요청(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 해당)‘하였다는 것이고, 위반내용은 2019. 6. 6. 이 사건 승강로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이 사건 피해자들이 12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한 재해, 즉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 및 보건조치를 소홀히 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피고가 새로이 주장하는 바는 ’이 사건 승강로가 설령 개구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안전보건규칙 제43조가 정한 개구부 등의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29조 제3항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경위 및 원인 등에 관한 기본적 사실관계는 변함이 없고 단지 이 사건 처분에 있어서 원고가 소홀히 하였던 안전·보건조치의 내용 내지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사유에 해당하는 법적 근거조항을 달리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위반을 새로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원고는, 청문 주재자 의견서가 작성되어 피고에게 제출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바, 청문 주재자 의견서 작성 및 제출에 관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는 청문 주재자의 의견서가 작성 및 제출된 사실은 있으나 해당 의견서를 원고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청문 주재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고가 청문 주재자 의견서 공개를 거부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청문 주재자 의견서 작성 및 제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행정절차법은 청문 주재자는 청문의 제목, 처분의 내용, 주요 사실 또는 증거, 종합의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이 적힌 청문 주재자의 의견서를 작성하여야 하고(제34조의2), 청문 주재자는 청문을 마쳤을 때에는 청문조서, 청문 주재자의 의견서, 그 밖의 관계 서류 등을 행정청에 지체 없이 제출하여야 하며(제35조 제4항),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 제35조 제4항에 따라 받은 청문조서, 청문 주재자의 의견서, 그 밖의 관계 서류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청문결과를 반영하여야 한다(제35조의2)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청문 주재자의 의견서를 처분의 상대방에게 공개 및 열람토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청문 주재자 의견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청문 주재자 의견서가 작성 및 피고에게 제출되지 않았다고 가정하여 보더라도, 행정청이 처분절차에서 관계 법령의 절차 규정을 위반하여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된 경우에는 해당 처분은 위법하고 원칙적으로 취소하여야 하나, 처분상대방이나 관계인의 의견진술권이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절차 규정 위반으로 인하여 처분절차의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처분을 취소할 것은 아닌데(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9두55392 판결 등 참조), 갑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21. 4. 20. 청문을 실시하여 청문에 출석한 원고 측 관계인 O 등을 상대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고, 청문 주재자가 청문조서를 작성하여 O이 이를 열람·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는바, 청문 주재자 의견서 작성 및 제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원고 측의 의견진술권이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정도의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3>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원고는, 관련 형사 판결에서 원고의 형사처벌 근거가 된 양벌규정(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및 제68조 제3호 중 제29조 제3항 부분)이 위헌임을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는데(갑 제41호증 참고), 위 심판청구가 인용된다면 원고는 관련 형사 판결의 재심을 청구하여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업자(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결국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위법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위 주장은 헌법소원심판이 인용됨을 전제로 하는 가정적인 주장인데, 이 법원 변론종결일까지 해당 헌법소원이 인용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아가 원고의 위 헌법소원 심판청구 대상조항은 원고의 형사책임에 관한 양벌규정으로 이 사건 처분의 직접적인 근거조항이라고 볼 수 없는바, 위 헌법소원 인용 여부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 판단이 달라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 위에 서있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상기(재판장) 나청 송유림

각주1) 원고의 2024. 8. 9.자 준비서면 제11, 12면 및 피고의 2024. 9. 23.자 답변서 제3면 참조

각주2) L, N은 상고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상고하였으나 2025. 4. 3. 상고기각 판결(2024도2870)이 선고됨으로써 확정되었음.

각주3) 원고가 ‘청문 주재자 의견서의 미작성 내지 부제출은 그 자체로 행정처분의 취소사유가 된다’고 주장하며 2025. 11. 10.자 준비서면 제1면에서 언급한 판결들은, 행정청이 청문 절차를 실질적으로 거치지 않았다고 평가될 정도로 그 하자의 정도가 중한 경우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것이지, 청문 주재자 의견서의 미작성 내지 부제출의 절차적 하자만을 이유로 하여 행정처분을 취소한 경우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