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32,247,025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6. 20.부터 2020. 3. 2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망 D(E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3. 1. 1. 피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2013. 3. 25.부터 대전 유성구 F 아파트 1단지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고 하고, 위 아파트 1단지를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서 근무하던 중 2014. 6. 20. 13:50경 이 사건 아파트 G동 옥상에서 전선으로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2014. 9. 23. 근로복지공단에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5. 6. 24.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7. 6. 9. 선고 2015구합82235 판결 참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여부 및 책임의 제한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인정사실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2013. 3. 25.경부터 2014. 1.경까지는 수장공사, 마루공사, 도배공사 등 공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고, 2014. 2. 21.부터는 사망일인 2014. 6. 20.까지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하자보수 신청을 접수한 후 해당 하자보수 신청인을 응대하고 협력사에 하자보수 요청을 하는 등의 업무(이하 '하자보수 관련 업무'라고 한다)를 담당하였는데 망인이 직접 하자보수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하자보수 관련 업무 담당 기간 중 망인의 근무시간은 09:00부터 18:00까지였고 격주로 토요일 근무를 하였는데, 입주자의 요구에 따라 야간이나 주말에도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당초 이 사건 아파트의 하자보수 관련 업무는 H가 G동(102세대), 망인이 I동(131세대), J동(91세대), K가 L동(124세대), M동(116세대), N이 O동(100세대), P동(101세대), Q가 R동(122세대)을 각 담당하여 수행하였고, S가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는데, N이 2014. 2. 24., H가 2014. 3. 10., Q가 2014. 3. 17. 각 다른 공사현장으로 발령이 남에 따라 망인과 K가 G동, O동, P동, R동의 하자보수 관련 업무도 추가로 분담하게 되었다.
한편 2014. 2. 21.부터 2014. 6. 20.까지 이 사건 아파트의 동별 하자접수 건수는 아래 표와 같다(망인이 전담한 I동, J동의 경우 2,627건이고 K가 전담한 L, M동의 경우 2,910건인데, 추가로 담당하게 된 G동, O동, P동, R동에 관하여는 망인과 K가 분담하여 하자접수를 하였고 망인의 하자접수 건수를 정확히 분별할 수 있는 자료는 확인된 바 없다).
망인은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 전부터 위 업무와 관련한 불안감을 호소하였고,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의 지속적이고 부당한 하자보수 요구에 따른 불안감, 고충을 토로하거나 무기력감, 불면증 증세를 호소하는 등 하자보수 관련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매우 심하게 받았다(특히 이 사건 아파트는 분양 당시에는 대전 지역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였으나 입주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하여 주택거래가가 분양가보다 2,000만 원 내지 5,000만 원 정도 하락하였고 이에 따른 입주민들의 불만으로 무리한 하자보수 요구 등이 많았다). 그와 관련하여 망인이 페이스북(Facebook)에 남긴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편 망인이 2015. 3.경 하자보수가 진행된 세대의 입주자 요구로 밤늦게까지 해당 세대에 관한 청소를 직접 실시하였으나 청소가 미진하다는 항의를 받고 다음날 다시 청소를 하기 위하여 준공청소업체와 함께 해당세대를 방문하였으나, 책장의 책을 모두 빼고 다시 청소하라는 등 입주자의 무리한 요구에 준공청소업체 작업자가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작업철수를 하였고 이에 입주자의 항의를 받은 망인이 입주자에게 해당 세대에 관한 청소비 중 일부로 14만 원을 자신의 돈으로 지급하기도 하였다. 망인은 이와 같은 상황을 보고 받은 S로부터 입주자의 무리한 요구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 본인의 사비로 청소비를 지급한 점에 대하여 질책을 당하기도 하였다(S가 망인에게 망인이 사비로 지급한 위 청소비 상당액을 지급하였다).
망인은 위와 같은 사건 등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고 그 후 현장에서 중요한 업무는 자신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우울증세가 더욱 심해지게 되었다. 망인은 2014. 5. 1.경 휴가를 부여받았으나 S에게 휴가를 반납하고 현장으로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하기도 하는 등 업무에 따른 중압감이 매우 컸으며, 그 무렵 여자친구에게 '3월에 그 입주자 항의 대처 사건 이후로 S 과장과 도저히 말을 못하겠고, 그 이후로 나한테 중요한 일을 안 맡기려고 하는 것 같다. 막 뛰어다니면서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난 당연히 못해 낼 것이라는 분위기로 말을 해. 내가 못하고 무기력해서 대처를 잘못한 것도 괴롭지만 무엇보다 윗분들한테 무능한 인간으로 찍혀서 너무 괴롭다.'고 토로하기도 하였다.
건설공사 현장에서의 업무 특성상 현장의 작업자와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업무가 많았는데 망인은 자신이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탓에 협력업체 직원으로부터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였고,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하면서 입주자를 상대하면서도 같은 문제로 힘들어 하였다. 망인은 2014. 5. 18. 엑셀 파일(이하 '이 사건 엑셀 파일'이라고 한다)을 작성하여 망인의 문제점과 고민사항을 정리하여 두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14. 5.경부터 망인을 포함한 신입사원 등에게 이라크 T 공사현장으로 해외파견(3년 근무) 근무를 권유하였고 2014. 5. 31.경에는 망인에 대하여 이라크 파견문제로 면담을 실시하기도 하였는데, 망인은 이라크 파견문제로 사직을 고민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망인은 2014. 6. 20.경 천안시에 있는 U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2014. 6. 23.부터 근무하도록 발령받았는데 위 아파트는 2014. 10.경부터 입주가 시작되므로 그 무렵부터 망인이 위 아파트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망인은 V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수료하였고 건축기사1급 자격증<1>을 보유하는 등 건축설계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해당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 했으나 결국 그와 같은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의 마지막 근무일인 2014. 6. 20. 10:30경부터 13:50경 사이에 자살하였는데,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이하 '이 사건 유서'라고 한다)에는 "말, 사람 너무 어렵다. 죄송합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기재되어 있다.
망인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고, 사망 전 우울증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적은 없었으며, 망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은 아래와 같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는 2015. 2. 9. 망인에 대하여 "망인은 사망 직전에 착하고 여린 성격에 맞지 않는 업무에 적응을 못해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우울이 심했던 상태로 추정됨"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관련 사건의 W병원장에 대한 의료사안감정촉탁 결과
"망인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의하면 2014. 2. 18.부터 2014. 5. 20.까지 불안감, 무기력감, 불면을 호소하고 있음. 이 사건 엑셀 파일에 의하면 불안감, 무기력감, 의욕저하, 우유부단 및 판단력 저하를 보고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업무와 대인관계 어려움, 사회활동 감소 등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장해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음. 이는 모두 우울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임. 스트레스만으로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우울장애의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우울증상이 나타나게 하고, 증상의 재발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분명히 우울증의 증상 발현에 영향을 미침.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러한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작용하여 우울증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음. 우울증의 유발요인을 파악하고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고, 자살 시도 당시 망인의 정신상태를 평가할 만한 근거자료가 없어 망인이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되는지에 관한 판단을 하기 어려움."
관련 사건의 X협회장에 대한 의료사안감정촉탁 결과
"망인에게 우울증세가 있었다고 판단할 충분한 자료가 없다. 우울증은 유전 등 생물학적 요인,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이 유발되는데, 스트레스로 발생한 반응성 우울증과 심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뇌세포의 기능저하로 생기는 내인성 우울증으로 나눌 경우에는 사고와의 인과관계 규명이 용이하다. 설령 망인의 상태가 우울증이라고 판단되더라도, 우울증을 사고(업무상 스트레스)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려면 우울증이 발생할 만한 불구상태가 생겼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된 하자보수 관련 업무, 이라크 파견 등의 걱정과 고민은 망인 이외에도 피고 직원 다수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어서 그것과 망인의 우울증의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우울증의 원인을 볼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스트레스 이외에도 생물학적 내인성 원인이 기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 엑셀 파일의 내용과 이 사건 유서의 내용이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 엑셀 파일 작성 시점과 이 사건 유서 작성 시점의 인식능력 차이는 없다. 따라서 사망 직전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로 판단되지 않고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21호증, 을 제1호증, 제3호증, 제7호증 내지 제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위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관련 업무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자로서 피용자인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이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망인, K와 함께 하자접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던 N, H, Q가 하자접수 관련 업무 개시일로부터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다른 현장으로 전출하였으므로 1만 여건에 달하는 하자접수 건수의 상당 부분은 망인과 K가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망인의 업무량은 그 자체로 과중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망인이 신입사원으로서 동종의 업무를 경험하였던 적이 없었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였던 탓에 입주민을 직접 대면하고 응대하여야 하는 하자보수 관련 업무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며,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거의 상주하면서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하였다고 보인다.
망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직장상사의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술자리에서까지 직장상사의 질책이 이어졌던 탓에 망인은 대인관계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입주자들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야간에도 하자보수 업무, 입주청소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등으로 중압감에 시달렸고, 직장상사로부터도 인정받고 싶어 하였으나 열심히 하려고 했던 일들로 오히려 질책을 받게 되는 등 좌절감을 느끼게 되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이하여 그 이전까지 별다른 우울증이 없던 망인에게 우울증 관련 증상이 발현되었다고 보이고, 망인이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망인은 하자보수 관련 업무가 거의 마무리 된 이 사건 공사현장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다시 지방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됨에 따라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망인으로서는 상당한 압박감과 절망감을 느껴 위 우울증세는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서 본 과도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 직장 선배와의 관계에 대한 갈등과 스트레스, 회식문화에 대한 스트레스, 이라크 파견에 관한 스트레스 등이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 시간, 망인이 담당한 업무가 일정 부분 감정노동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로서는 그 업무특성에 비추어 피용자인 원고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것이다.
책임의 제한
다만 자살의 경우 개인의 다양한 요인, 즉 내인적 요인, 성격, 기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고라고 판단되는 점, 망인으로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되는 점 등 앞서 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양한 사정을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하되, 망인의 과실을 45%로 보고, 피고의 책임을 55%로 제한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아래에서 별도로 설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각 해당 항목과 같고,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그리고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것은 배척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