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번역, 통역,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2016. 10. 12.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 당시 원고가 담당하기로 한 업무는 독일어 번역 리뷰로서, 프로젝트 메인 담당자로부터 작업을 할당받아 리뷰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일이었고, 구체적으로 담당한 업무는 ‘C 프로젝트 번역 리뷰’였다.
위 근로계약 시 작성된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근무지는 피고 소재지(성남시 분당구 D)로 기재되어 있었지만, 피고는 원고의 업무 특성과 통근 거리(피고 소재지에서 원고 거주지인 ‘고양시 덕양구 E’까지는 약 40~45km, 차량 이용 시 약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를 고려하여 원고에게 재택근무를 허락하여, 원고는 2016. 11.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였다. 한편 피고는 원고로 하여금 격주로 진행되는 팀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였으나, 원고는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2017. 2.말부터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였다.
피고는 원고 담당 업무의 고객인 C로부터 이의 제기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2018. 7. 중순경 원고에게 다른 업무를 맡으라고 제안하여, 원고는 2018. 7. 26. 위 C 프로젝트 리뷰 업무를 종료하고, F이 담당하던 고객 및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하게 되었다.
피고는 2018. 10. 5. 회사의 재정 악화, 사무실 내근 직원과의 형평성, 팀원 사이의 불화, 원고의 회의 참석 회피 등의 문제와 원고가 내근을 꺼리는 점을 고려하여 원고에게 프리랜서로의 전환을 제안하였고, 원고는 이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번복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8. 11. 2. 원고에게 2018. 11. 7.에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라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내근할 것을 다시 지시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
피고는 2018. 11. 14. 원고의 요청으로 원고에게 재택근무를 허락할지 여부를 두고 원고, 피고 대표자, 피고의 직원들(G, H, F, I)이 참석한 회의를 개최하였는데,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 직원들 사이에 재택근무를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하였지만 원고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2018. 11. 21.까지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지 아니하며 근로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출근명령을 하였다.
원고가 2018. 11. 21.에도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지 아니하자,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2018. 11. 30.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내용증명과 징계위원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고, 원고는 다음날인 2018. 11. 22. ‘출근 지시의 구체적 이유’, ‘지시불이행과 업무태만의 구체적 사례’, ‘징계위원장의 자격’을 알려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으며, 징계위원회 개최 하루 전인 2018. 11. 29.자 내용증명을 통해 서면진술서를 제출하여 2019. 11. 30.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피고는 2018. 11. 30. 징계위원회 거쳐, 2018. 12. 3.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사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를 하였다.
위 2개월의 정직 기간이 끝나기 전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여러 차례 다시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는 2019. 2. 15. 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경우 계속근로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겠다고 통보하면서, 2019. 2. 18.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하였으나, 원고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피고는 2019. 2. 18. 징계위원회를 거쳐 2019. 2. 19.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고를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 6, 7, 9, 14, 21, 31, 32, 33호증, 을 제4, 6 내지 12, 14, 19,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징계 및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 청구
절차상 위법
피고가 제시한 징계사유가 불분명하여 원고는 징계사유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적절히 소명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실체상 위법
원고는 피고와 합의하여 재택근무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피고 주장처럼 원고를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도록 하려면 원고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원고는 이에 동의한 적이 없고, 피고가 원고의 무단결근이라고 주장하는 일시에는 피고와 원고 사이에 재택근무 여부에 관한 합의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이 기간 중 원고가 무단결근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2018. 11.경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2019. 1. 1.자로 시행하였고, 이 사건 해고는 위 변경된 취업규칙 제18조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는데, 위 변경된 취업규칙은 징계사유를 추가하는 등 원고에게 불이익한 내용으로 변경되었음에도,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이고, 이에 따른 이 사건 해고도 무효이다.
금전지급청구
임금 청구
위와 같이 이 사건 징계 및 해고가 모두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정직기간 2개월 동안의 임금 6,050,000원 및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9. 7. 23.부터 다 갚는 날 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해고 효력 발생일인 2019. 2. 19.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급여 3,025,000원의 비율에 의한 임금의 각 지급을 구한다.
위자료 청구
피고의 대표자 J은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업무능력 및 고객 응대 미비, 사회능력 저하 등을 지적하는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문건을 사전에 작성하여, 2018. 11. 14. 11:00경 피고 회사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원고의 직장 동료인 G, H, F, I가 있는 자리에서 낭독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의 대표자 J이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를 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의하여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구체적으로 위자료 10,000,000원 및 불법행위시인 2018. 11. 14.부터 2019. 11. 2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인 2019. 11. 20.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징계 및 해고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절차상 위법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기초사실과 갑 제4, 5, 6호증, 을 제7, 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 즉 피고는 2018. 11. 14. 원고를 위한 회의까지 개최하여 재택근무 허용 여부를 논의하였고, 이 때 피고는 원고에게 내근하도록 계속하여 요구 및 명령한 점, 그럼에도 원고는 2018. 11. 14. 회의에서 자신이 출근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하였던 점,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서면으로 2018. 11. 21. 징계회부사실 및 출석통지서를 발송하면서 징계회부 사유를 명확하게 공지(갑 제5호증 3~5쪽)한 점, 원고가 2018. 11. 22. 징계회부 사유가 분명하지 않다며 ‘징계회부 사유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알려줄 것’을 요구하자, 피고는 2018. 11. 23. 이에 대한 답변을 이메일로 발송하였고, 원고가 그 메일을 읽고 회신까지 하였던 점, 피고는 원고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면서 ‘사정에 의하여 서면진술을 하고자 할 때에는 징계위원회 개최일 전일까지 도착하도록 할 것’이라고 하여 서면진술 기회도 부여하였고, 원고가 이에 따라 2018. 11. 29. 원고가 서면진술서를 제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징계심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해고의 경우 위와 같은 절차에 따른 이 사건 징계로 원고가 징계사유 및 해고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정직기간 만료 전부터 다시 재차 출근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피고가 다시 징계위원회 개최통보,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고를 결정하였으며, 해고장에도 구체적으로 징계사유가 적시되어 있는 점(을 제7호증 3쪽)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규정에 따라 절차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였고, 원고도 징계사유 및 해고사유를 충분히 인식한 채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 주장과 같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실체상 위법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 및 해고사유로 삼은 것은 ‘피고의 내근 지시에도 원고가 재택근무를 주장하며 피고 소재지로 출근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고, 위 가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징계 및 해고사유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내근 지시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하는데, 기초사실과 앞서 본 증거들, 갑 제3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내근 지시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 및 해고사유가 넉넉히 인정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근무지가 피고 소재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가 근로계약 시 원고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한 것은 원고의 편의를 배려한 것에 불과할 뿐, 원고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원고에게 내근을 지시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사용자의 인사명령에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2018. 7. 26. 원고가 C 업무를 종료하고 다른 고객들에 관한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맡게 되자, 피고의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내근하면서 업무를 수행할 것을 원고에게 여러 차례 지시하였는데, 프로젝트 관리자는 ① 담당 고객 작업량 추세를 팀원들과 공유할 필요성, ② 작업량이 많을 경우 팀원들과 업무를 분담할 필요성, ③ 팀원 부재 시 공백 없이 업무대리가 원활하도록 타 팀원의 업무도 파악하고 있을 필요성, ④ 프리랜서 번역사의 번역 품질 의견을 원활하게 공유할 필요성이 커 피고의 모든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내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가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원고에게 내근을 지시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는 내근을 지시하는 출근명령을 할 때까지 원고와 2018. 10. 이후부터 한 달 이상 여러 가능성(내근 수행, 프리랜서로의 계약 전환, 임금 인하를 조건으로 한 재택근무, 권고사직을 통해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도록 제안한 점 등)을 열어두고 협의를 거쳤음에도, 원고는 재택근무만을 주장하면서 내근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이 사건 해고장에 적시된 피고의 취업규칙 제18조가 원고의 동의 없이 신설된 규정이라 하더라도, 이는 직원의 결근에 관한 규정으로서 개정 전 취업규칙의 제9조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여,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개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개정된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보더라도,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반드시 징계결의서나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징계규정 소정의 징계근거 사유만으로 징계사유가 한정되는 것은 아닌바(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피고의 정당한 내근 지시를 거부한 원고의 행위는 개정 전 취업규칙 제9조, 제16조, 제8조 제4호(갑 제36호증 참조)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충분히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징계 및 해고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금전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 및 해고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갑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대표자 J이 2018. 11. 14. 11:00경 피고 회사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원고의 직장 동료인 G, H, F, I가 있는 자리에서, 원고에 대하여 “오타, 누락 등 기본적인 오류가 지속적으로 나와 고객 컴플레인을 받았고, 고객 피드백을 잘 순응하지 못해서 고객의 불만을 불러 일으켰으며, 사안을 중대히 여기지 않고 개선도 미비하여 이후에도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켰으며, 회의 참석도 하지 않고 출근에 불응하고 비협조적이며 소통이 어려워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다”는 내용의 문건을 낭독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갑 제2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의 대표자 J이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J은 위 문건을 작성하기 전 원고의 재택근무에 관한 회의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관련 팀인 독일어팀 팀원들에게 알리면서, ‘원고와 문제가 있었던 점을 알려주면 회의 때 대신 전달하겠다’고 하여 의견 수렴을 하였던 점, J은 회의에서 위 문건을 낭독한 후 독일어팀 팀원들과 위 문건에 적시된 갈등 상황에 대하여 논의하였던 점, 당시 회의실에는 문제된 독일어팀 팀원들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J은 회사의 대표로서 회사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팀원들이 있는 가운데 원고에게 전달한 것에 불과할 뿐 J의 위 낭독행위를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김주식 성재준
각주1)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원고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