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망 D(E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6. 1. 1.부터 F사회복지관(이하 ‘이 사건 복지관’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사람으로, 2017년도부터 복지관의 운영지원부 과장으로 재직하며 운영지원부 업무 총괄 및 계약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B은 망인의 자녀로서 원고들은 망인의 상속인이고, 피고는 성남시로부터 이 사건 복지관의 운영을 위탁받은 법인이다.
망인의 사망경위
망인은 2019. 3. 28. 주거지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TV를 시청하다가 거실에서 잠들었고, 원고 A이 다음날인 2019. 3. 29. 05:00경 망인이 의식이 없는 상태임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하였다. 출동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후 망인을 G병원으로 이송하였으나, 같은 날 06:42 최종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미상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망인의 사망원인이 ‘고도의 심장동맥경화(급성심근경색 포함)’라고 판단하였다.
유족급여 등 부지급 결정 및 그에 관한 취소소송의 경과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20. 2. 4. 망인의 상병과 업무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원고들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 A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62921호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21. 12. 24. ‘근로복지공단은 원고 A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위 처분을 취소한 뒤 원고 A이 소를 취하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조정권고를 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위 조정권고를 수용하여 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 다음 2022. 2. 8. 원고들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나 제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망인은 피고의 과도한 업무지시로 인하여 과로 및 스트레스가 지속되었고, 결국 이로 인하여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바,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인 망인에 대하여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 또는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망인 및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관련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경우 사용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다25844 판결 참조).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회보장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과실책임주의에 따라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손해배상은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과는 법적 요건 및 사회적 기능을 달리 하고 있다.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20183 판결 등 참조).
판단
관련 행정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이 법원의 조정권고에 따라 원고 A에 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결정을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9 내지 23호증, 을나 제2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 및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망인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건강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거나 또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망인에게 심장동맥경화로 인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정한 망인의 사망 전 1주간의 업무시간은 50시간 10분, 사망 전 4주 동안의 주 평균 업무시간은 43시간 27분, 발병 전 12주 동안 주 평균 업무시간은 42시간 43분이다. 원고들이 일부 누락되었다고 주장하며 제출한 전자결재 접속기록 및 재택 초과근무 접속기록 등에 의하면 망인의 초과근무시간이 실제보다는 다소 적게 산정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주당 업무시간이 비교적 젊은 보통의 남성에게 신체상 위험 발생이 예상될 정도로 과중한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련 행정소송에서 이루어진 망인의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결과, 감정의는 ‘망인의 사망 전 근로시간 중 연장근로시간을 보더라도, 업무시간 및 담당 업무 내용이 단기간 동안의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부담이 유발되었다는 것을 확정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감정의견을 밝혔다.
망인이 입사한 2016년도부터 사망한 이후인 2022년도까지의 이 사건 복지관의 업무분장표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소속된 운영지원부의 업무분장(재무회계, 인사관리, 계약업무, 시설 및 위생, 총무, 직원역량강화사업)에 별다른 변동이 없고, 이 사건 복지관이 망인의 사망 이후인 2019년도 업무분장을 조정하면서 운영지원팀의 업무 중 비품관리, 정수기 점검, 차량 관리, 주차장 관리, 소방교육, 유지보수를 시설관리팀으로 이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의 특성에 맞게 재조정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위 이관된 업무 자체를 망인이 직접 담당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원고들은 피고가 망인에게 세미나 참석 및 후원금 모집 업무 등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각 업무가 복지관의 운영지원 업무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망인이 위 업무처리를 위하여 상당 기간 과로하였다는 등의 자료가 없는 이상 망인의 사망 사이와의 인과관계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망인은 2019. 3.경부터 충청도 천안에 위치한 H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I’과 ‘J’ 수업에 출강하였는데, 각 과목의 주당 수업시간이 3시간으로 총 6시간의 강의였으므로 망인이 개강 전부터 강의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소요하였을 것이고, 특히 매주 특정 요일에 개인 연차를 내고 출강하기 위하여 이 사건 복지관에서의 담당업무를 4일 이내에 수행하여야 했으므로 당연히 이에 대한 업무강도도 높아졌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이 망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망인의 근태기록에 의하면 근무기간 동안 연가 등의 사용이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망인이 사망 전에 급성심근경색의 전조 증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연가 또는 휴게시간 등을 이용하여 병원진료를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에게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의정
각주1) 원고들 소송대리인이 2024. 7. 1.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원고 A의 청구금액을 294,354,376원, 원고 B의 청구금액을 265,749,470원으로 각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위와 같은 내용의 청구취지 변경신청서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종전의 2022. 11. 18.자 청구취지변경 신청서에 따른 청구금액을 청구취지로 특정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