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9. 5. 22. 선고 2018가단54708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피고는 2013. 7. 17.경 캄보디아 국적 항공사인 원고와, 조종사 채용 조건으로 500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우고 교육비로 미화 50,000달러를 자비 부담하고 비행시간을 채우는 동안 무급으로 일하기로 하고 원고 회사에 입사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2년 동안 500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우자 피고를 부기장으로 채용하기로 하고 2015. 7. 10. 아래와 같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 4. 1.조 계약기간 : 2015. 8. 1.부터 2018. 7. 31.까지 3년

• 6. 1.조 급여 : 매달 말일 정기적으로 미화 2,400달러를 지급

초과 근무 : 구간 시간의 40시간을 초과한 1시간당 미화 50달러

일일 경비 :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의 비행 승무원들의 스케줄에 따라 1박당 미화 50달러(한국에서부터 1박당)

• 10. 4.조 아무런 이유 없이 피고용인은 고용인에게 30일 이전에 서면통지를 함으로써 계약을 종결할 수 있다...... 피고용인이 계약 3년의 중간에 사임을 원하거나 3년이 안 되어 사직하는 경우 피고용인은 고용인에게 미화 50,000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하여야 한다.

• 12. 7.조 준거법 : 본 계약의 형식, 유효성, 시행, 수행은 캄보디아 법에 따른다.

나.

원고는 계약기간 동안 매달 말일에 지급하기로 한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연하였는데, 급여가 지급된 날짜를 보면 2016년에는 1. 5. / 2. 1. / 3. 7. / 4. 11. / 6. 9. / 7. 18. / 8. 2. / 9. 2. / 9. 21. / 9. 26. / 12. 12.이고, 2017년에는 1. 10. / 1. 23. / 2. 9. / 5. 5. / 6. 8. / 6. 30. / 7. 13. / 7. 31. / 8. 18. / 9. 4.이다(일일 경비 등은 급여보다 며칠씩 늦게 지급됨).

다.

원고는 계약기간 중 두 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하였는데, 2016. 4.경 50시간 비행 기준으로 2,900달러의 급여를 지급하고 일일 경비는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였고, 2017. 7. 20.경 80시간 비행 기준으로 4,300달러의 급여를 지급하고 일일 경비는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라.

피고는 2017. 10. 초순경 원고에게 계약해지 의사를 밝히고 10. 17.경부터 근무지를 이탈하였다. 원고는 2017. 10. 18. 피고에게 겨울성수기인 2018. 2.까지 근무 후 위약금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자는 제안을 하였으나 피고가 거부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를 포함해 2017. 10. 운항 편성표를 만들었다가 피고가 이탈하자 10. 15.부터는 피고를 비번으로 처리하고 11월부터는 피고를 운항 편성표에서 삭제하였다.

바.

원고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본사가 있고, 씨엠립에 지사를 두고 씨엠립 국제공항을 기점(Hub)으로 캄보디아, 중국, 일본, 한국 등을 취항지역으로 하여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호증, 을 1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가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 이전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근로 제공을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계약서 10.4.조에 따라 위약금으로 미화 50,000달러에 해당하는 53,67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

원고는 캄보디아 국적 항공사로 캄보디아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근로계약에 따른 위약금을 구하는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하여 국제사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당사자 자치를 존중하여 계약은 당사자가 선택한 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원고와 피고가 근로계약의 준거법을 캄보디아 법으로 정한 것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은 캄보디아 법이다.

다.

근로기준법 제20조가 적용되는지 여부

피고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위약금 약정이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므로, 준거법 문제와 별개로 대한민국 법인 근로기준법 제20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본다(국제사법의 관련 규정은 별지와 같다).

1)

국제사법 제28조 제1항, 제2항은 근로계약의 경우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더라도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근로자가 일상적으로 어느 한 국가 안에서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고용한 영업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정한 강행규정에 의해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박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먼저 원고는 캄보디아 국적 항공사로 피고는 캄보디아 씨엠립 국제공항을 기점으로 하여 캄보디아, 중국, 일본, 한국 등을 왕복하는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운항 스케줄이 없는 때는 씨엠립에서 대기의무를 부담하였으므로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가 한국이 될 수는 없다.

다음으로 원고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본사를 두고 씨엠립에 지사를 두고 있을 뿐 한국 내에 별도의 법인이나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근로계약서 작성이 서울 사무소에서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 원고가 피고를 고용한 영업소가 한국에 있다고 볼 수 없다(을 7호증, 8호증의 1, 2, 9호증의 1, 2만으로는 서울 사무소를 영업소로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국제사법 제28조 제1항, 제2항에 의해 근로기준법 제20조가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국제사법 제7조는 "입법목적에 비추어 준거법에 관계없이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강행규정은 이 법에 의하여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는 경우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이러한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본다.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그 중에서도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취지는 위와 같은데, 근로관계에 관한 규율은 각 나라마다 처한 사정이 달라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보편적 기준을 설정하기도 어려운 점, 우리의 근로기준법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편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국제사법은 제28조에서 근로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는 점, 원고 회사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근로자들이 소속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데, 단체적 성격을 가진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기준이 근로자의 국적별로 달라진다면 경영에 부담을 주게 되고 근로자 사이의 형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 이 경우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각 나라의 노동관계법령을 확인하여 위험부담을 줄이려 할 것이므로 오히려 특정 국가 출신자의 고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이 국제사법 제7조에서 정하는 국제적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국제사법 제10조는 "외국법에 의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 규정의 적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행법규 위반이라고 하여 바로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닌바,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규정으로 위약금 규정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위약금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

원고가 급여 지급을 제때 못하고 계속해서 지연한 사실과 계약기간 중에 근로조건을 피고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앞서 본 것과 같다. 피고는 이러한 사정 때문에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한 것이고, 위약금 발생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1)

캄보디아 노동법의 규정

이 사건에 관련된 규정은 아래와 같다.

A. 기간이 특정된 근로계약

제73조

특정기간 근로계약은 통상적으로 지정된 종료일에 종료한다. 다만, 근로계약은 양당사자가 근로감독관 면전에서 서면으로 합의하여 서명한 경우에는 종료일 이전에 해지할 수 있다.

양당사자가 합의하지 않는 경우, 특정기간 계약은 종료일까지 취소할 수 없다. 다만, 중대한 부정행위(serious misconduct) 또는 천재지변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용자가 제1항 및 제2항에서 정하는 이외의 사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 근로자는 계약의 통상적 해지 시까지 수령할 수 있었던 보수에 상당하는 금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근로자가 제1항 및 제2항에서 정하는 이외의 사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 사용자는 실제 손해에 상당하는 금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이하 생략)

B. 근로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

제74조 근로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은 계약 당사자가 자유로이 해지할 수 있다.

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그 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제82조 계약 당사자는 다음의 경우 사전통지의무를 면한다.

1.

계약에서 수습 또는 인턴쉽으로 정하는 경우

2.

상대방이 중대한 위반행위를 범하는 경우

3.

당사자 일방이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있는 경우

제83조 다음은 중대한 위반행위(serious offense)로 본다.

A. 사용자의 경우

1.

근로자를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행위(기망이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경우)

2.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거절하는 행위

3.

임금을 반복적으로 체불하는 행위

4.

폭력적 언어, 협박, 폭행 또는 상해

5.

삯일 근로자에게 충분한 일감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

6.

법률에 따라 작업장 내에서 보건 및 안전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행위

B 근로자의 경우 (이하 생략)

제84조

전조에서 행하는 행위 이외에 위반행위의 정도에 관한 판단은 노동법원이 설치될 때까지 일반법원이 한다.

D. 손해배상

제91조 당사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상대방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은 사전통지에 대한 보상 또는 해고로 인한 손해배상과는 다르다.

2)

위약금 약정이 무효인지

캄보디아 노동법 제73조와 제91조는 계약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의 예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원고는 제73조(당사자 사이의 합의나 중대한 부정행위 외의 사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 사용자가 실제 손해 상당 금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의 반대해석으로 근로자가 위 사유(제1항, 제2항의 사유, 즉 합의나 중대한 부정행위를 말함)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의 손해배상 예정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나 중대한 부정행위는 기간이 특정된 근로계약을 그 만기 전에 해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이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제91조에서 당사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상대방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일반규정을 두면서도 기간이 특정된 근로계약과 관련해 제73조에서 근로자가 제1항 및 제2항에서 정하는 이외의 사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 사용자가 '실제 손해에 상당하는 금액'의 배상을 청구하도록 한 것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금하는 취지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의 예정 자체는 적법하고 유효한 법률행위이므로, 캄보디아 법률이 우리의 근로기준법과 같이 이러한 행위를 금하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지 않은 이상 위약금 약정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항공여객 운송이 불특정 다수의 생명이나 신체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크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어서 대체인력을 적시에 구하기 쉽지 않은 특징이 있어 운송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송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위약금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현실적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이다. 따라서 위약금 약정 자체는 캄보디아 법률에 따라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피고가 위약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

원고가 피고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적은 없으나 계약기간 내내 반복적으로 급여를 늦게 지급하였는데, 급여가 규칙적으로 지급되지 않는다면 수입과 지출계획을 세우기 어려워 근로자의 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밖에 없으므로 정기적인 급여의 지급은 근로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원고는 또한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기도 하였는데 기본급여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초과근무의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이 늘어난 데다 일일 경비(피고가 비행을 위해 한국에서 출발해 다른 나라에 가 있는 동안 지급되는 경비)를 없앴기 때문에 피고에게는 근무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함께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캄보디아 노동법 제73조에서 정한 중대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의 근로계약 해지는 위 조항에 따른 적법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캄보디아 노동법은 중대한 부정행위와 중대한 위반행위를 구별하여 전자는 기간이 특정된 계약을 기간 만료 전에 종료할 수 있는 사유로, 후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서 사전통지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행위가 중대한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캄보디아 노동법은 제83조에서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사유만을 열거하고 있을 뿐 중대한 부정행위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으나, 그 사유들은 중대한 부정행위를 판단하는 데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금 일부 지급을 거절하고 반복적으로 임금 지급을 지연하는 행위는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중대한 부정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캄보디아 노동법은 임금에 관해 여러 조항을 두고 임금 지급을 부당하게 지연한 경우의 조치에 대해서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제117조 등). 비록 피고가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하도록 한 근로계약을 지키지 않았고, 피고의 일방적인 이탈로 원고가 운항 편성표를 다시 작성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급여 지연 등이 중대한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신용무 [별지]<생략>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