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3. 1. 31. 선고 2022가단60168 판결

주문

1.

피고와 C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2021. 6. 9. 체결된 매매계약을 132,027,811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32,027,811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20%는 원고가, 나머지 8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전자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C은 전자부품 제조를 위한 자동화 장비 제조업을 하는 개인 업체인 ‘D’를 운영한 사람이다. 또한, C은 자동화설비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E’의 대표자(사내이사)이자, 기계부품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F’의 사내이사이다.

3)

피고는 주식회사 E 및 주식회사 F의 감사로 재직 중이고, 2021. 5.경까지는 C의 개인 업체인 ‘D’의 부사장이었다.

나.

원고의 C에 대한 판결 확정

1)

원고는 2020. 7.경 C을 상대로 이 법원 2020가단79151 용역비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주식회사 E 명의로 체결된 기술개발 및 분배계약의 실질적 당사자가 ‘D’를 운영하는 C이라고 주장한 반면, C은 그 계약의 당사자는 자신이 아니라 주식회사 E이라고 주장하였다.

2)

이 법원은 2021. 4. 23. 계약당사자가 C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C은 원고에게 146,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2021. 5. 8.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판결’이라 한다).

다.

이 사건 부동산 이전 경위

1)

피고는 2021. 6. 7. 별지 ‘채권자 목록표’ 기재와 같이 C에게 임금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G 등 17인과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채권양도, 양수 계약(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피고는 2021. 6. 9. C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 489,781,493원(2021. 6. 9. 매매대금 전액 지급)으로 정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3)

이 사건 부동산은 2020. 10. 14. H 주식회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후 같은 날 주식회사 I에게 2020. 10. 13.자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다. 이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21. 6. 23. ① H 주식회사가 2021. 6. 7.자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② 이어서 C이 2017. 8. 21.자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③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4)

피고는 2021. 7. 21. J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21. 7. 17.자 매매(거래가액 590,000,000원)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J는 2021. 7. 2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최고액 468,000,000원, 근저당권자 K조합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등기를 마쳤다.

5)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일인 2021. 6. 9. 기준으로 593,000,000원이고, 이 사건 변론종결시점에 가까운 2022. 11. 15. 기준으로 441,000,000원이다.

라.

C의 자력 등

1)

C은 개인사업체인 D를 2021. 5. 3. 폐업하였다.

2)

C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 당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감정인 L의 감정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 요지

가.

원고

C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명의를 이전한 후 즉시 재매각을 하여 수익금을 은닉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실질이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자들에 대한 대물변제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허위 임금채권을 계상한 점, 이 사건 부동산을 부당하게 염가로 평가한 점, 매매수익 중 일부를 은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이 사건 부동산은 사해행위 이후 재차 매각되고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원물 반환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의 C에 대한 피보전채권인 173,160,290원(이 사건 소제기일 전날인 2020. 1. 4.까지의 관련 판결에 따른 채권원리금)의 범위 내에서 취소되어야 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액을 가액배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C은 D를 폐업한 2021. 5. 3. 당시 별지 채권자 목록표 기재와 같이 피고를 비롯한 D의 근로자 총 18명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채무 합계 747,090,257원을 부담하고 있었다. 그러자 C은 피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미지급임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피고가 C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되 매매대금을 당시 시세에 맞게 미지급 임금채권 총액 747,090,257원에서 체당금 신청금액을 공제한 489,781,493원으로 정하고, 매매대금 지급에 갈음하여 피고가 나머지 임금채권자 17인의 임금채권 382,630,248원을 양수하되, 이 사건 부동산 처분 이후 피고의 책임 하에 그 임금채권들을 정산하기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피고는 2021. 7. 17. 이 사건 부동산을 590,000,000원에 매각하고 피고의 계좌로 매매대금을 모두 수령한 후 2021. 7. 21. 그 매매대금 전액을 임금채무 변제와 각종 세금 및 중개수수료 등으로 지출하였다.

그렇다면 피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은 C에 대하여 합계 489,781,493원의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사건 매매계약은 그러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을 변제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상당한 가격으로 평가하여 체결된 것이므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이 사건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채무자의 재산이 채무의 전부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경우 채무자가 그의 유일한 재산을 어느 특정 채권자에게 대물변제로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된다. 하지만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되는 채무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채권자는 처음부터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환가절차에서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러므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 등 채권자에 대한 대물변제의 제공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한다고 볼 수 없어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33357 판결 등 참조).

채무초과의 상태에 빠져 있는 채무자가 그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채권자에게 대물변제로 양도하는 경우에 그 대물변제는, 그것이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액의 범위 내에서 목적물의 가액을 상당한 가격으로 평가하여 이루어진 것인 한,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0. 27. 선고 2005다3594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이 얼마였는지

1)

M, N이 C에 대하여 임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여부

별지 채권자 목록표에 기재된 근로자들 중 M, N이 C의 개인 업체인 ‘D’가 아니라 ‘주식회사 E’ 소속 직원으로 등재되어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주식회사 E이 C의 개인사업체 D와 사업장 소재지가 같고 실질적으로 C의 개인 기업에 지나지 않았던 점, M, N이 C의 지휘, 감독 하에 D의 업무를 수행해 온 점, 관련 판결에서도 주식회사 E 명의로 체결된 계약 당사자를 C으로 판단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주식회사 E의 직원으로 등재되었던 M, N도 C에 대하여 임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 즉 ① C 개인과 법인인 주식회사 E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법인격이고, 주식회사 E은 현재까지도 폐업하지 않은 채 존속 중인 점, ② 관련 판결은 당해 계약에 한정하여 그 계약 당사자가 C인지 주식회사 E인지 판단한 것일 뿐, 주식회사 E이 실질적으로 C의 개인 기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니었던 점, ③ 피고는 사건에 따라서 자신의 편의대로 주식회사 E의 법인격을 달리 주장하고 있는바 이러한 주장의 진위는 엄격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E이 보유한 자산이 아예 없다거나 M, N이 주식회사 E과는 무관하게 C 개인의 지휘·감독에 따라 D만의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등의 사정에 대한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M, N은 C 개인에 대하여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별지 채권자 목록표 중 M, N 관련 미지급급여액 합계 9,672,237원은 이 사건 사해행위 판단에서 고려되는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2)

O이 C에 대하여 임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여부

O은 1943년생으로 C의 부친인 사실, O이 D에서 C에게 근로를 제공한 사실이 없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별지 채권자 목록표 중 O의 미지급급여액 19,137,067원은 사해행위 판단에서 고려되는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3)

피고가 제외한 ‘체당금’까지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여부

피고는 다른 근로자들로부터 임금채권을 양수하면서 근로복지공단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체당금산정액’은 대상에서 제외하였고,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대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체당금산정액을 제외하였는바, 그 금액까지 사해행위 여부 판단에서 고려해야 할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살피건대, 임금채권의 우선변제권은 물적 우선권이 아닌 인적 우선권으로서 임금채무자인 사용자의 전체 재산에 미치는바, 그 우선변제권을 사용자의 재산 중 어느 재산에 대하여 행사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임금채권자들의 의사에 달려 있고, 그 결과는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 금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임금채권자들이 사용자의 특정 부동산에 관하여 임금채권 중 일부만 행사하고자 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고 실제로 일부 임금채권만 실행한 경우, 해당 부동산에 대한 사해행위 성립 여부 및 공동담보 금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은 실제 행사한 해당 금액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사해행위 여부 판단에서 피고와 근로자들이 임의로 제외한 ‘체당금산정액’ 부분은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에서 제외된다.

4)

기타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 관련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건강보험료 환급 및 2020년 소득 관련

(1)

원고는 2021. 4. 1. D에서 퇴직한 G 등 7인의 근로자들에 대한 10개월 분임금 295,779,429원에 관한 건강보험료가 C에게 환급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처럼 건강보험료가 환급되려면 해당 기간 동안의 소득이 부정되어야 하므로 그 기간 임금채권은 진정한 임금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환급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통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금액 역시 임금채권자들이 아니라 납부의무자인 사용자(이 사건에서 C)에게 환급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건강보험료 환급 사정만으로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이 급여명세서 등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하여 작성한 체불 임금등·사업주확인서(을 제2호증) 및 근로자들에게 발급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제20호증)에 기한 임금채권액의 사실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원고는, 위 건강보험료 환급 근로자들 관련 ‘직장가입자보수총액통보서’에 의하면 위 근로자들이 2020년 소득을 축소하여 신고하면서 그보다 많은 금액을 부당하게 더 받아간 것이 확인된다면서 해당 금액이 총 임금채권에서 상계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근거로 드는 ‘직장가입자보수총액통보서’는 사업자가 연말정산을 위해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통보하는 서류일 뿐이어서 근로자들의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바, 앞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원고가 드는 사정만으로는 임금채권액의 사실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그 밖의 금품 관련

원고는 을 제2호증(체불 임금등 사업주 확인서) 중 ‘그 밖의 금품’ 부분은 실비 변상적 급여로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금 등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체불 임금등 사업주확인서에 기재된 ‘그 밖의 금품’ 금액 중 일부가 소득세 등 환급 내역과 일치함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그 밖의 금품’이란 환급세액으로 볼 여지가 있는바 이러한 환급금 역시 근로자 퇴직 시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권액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9도2357 판결 등 참조), 이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금 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채권양도에 기한 임금채권 청구의 위법성 관련

원고는, 근로자들로부터 임금채권을 양도받은 피고가 사용자인 C에게 직접 임금채권을 청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직접지급 원칙 위반으로 위법하고, 그러한 임금채권양도에 기하여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이전받았다가 바로 매각한 것은 부동산 매매 목적의 명의신탁 약정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해행위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양수한 임금채권에 기하여서는 우선변제권을 주장하거나 사해행위 해당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살피건대, 근로자가 그 임금채권을 양도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임금의 지급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항에 정한 임금 직접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 사용자는 직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안 되고, 그 결과 비록 적법 유효한 양수인이라도 스스로 사용자에 대하여 임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는 근로자로부터 임금채권을 양도받았거나 그의 추심을 위임받은 자가 사용자의 집행 재산에 대하여 배당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263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피고가 다른 근로자들로부터 임금채권을 유효하게 양수하였더라도 스스로 사용자인 C에 대하여 그 임금지급을 청구할 수 없고, 그 당연한 귀결로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 ① 피고 자신도 C의 근로자들 한 명이었는바, 피고와 근로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채권양도 계약의 실질은 피고가 근로자들의 위임을 받은 대표로서 사용자인 C으로부터 대물변제를 받고 이를 처분하여 각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정산해주기로 하는 약정으로 보이는 점, ② 근로자들로서는 C이 직접 이 사건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그 대가를 C이 임의로 처분할 우려가 있고, 근로자들 모두의 명의로 대물변제를 받을 경우 이를 처분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약정의 실익이 있었던 점, ③ 피고는 실제로 진정한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 처분대가로 그들의 임금 상당액을 정산해준 점 등을 종합하면, ‘임금채권 양도’ 형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에서 그 임금채권에 기한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다만 피고가 근로자들 대표로 이 사건 부동산을 대물변제 받고 이를 처분하여 그 대가를 분배한 일련의 과정을 사해행위의 근거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아래에서 따로 살펴본다).

5)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 등 근로자들이 C에 대하여 보유한 우선 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은 별지 채권자 목록표 기재 ‘미지급급여액’ 489,781,493원 중 15번 O(19,137,067원), 17번 M(8,000,000원), 18번 N(1,672,237원)을 제외한 나머지 460,972,189원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이 사건 매매계약의 사해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C과 피고가 통모하여 원고를 비롯한 다른 일반채권자들을 해할 의사로 체결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593,000,000원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와 C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이 사건 부동산 가액을 그보다 1억 원 이상 못 미치는 489,781,493원으로 평가하여 그 대금 지급을 489,781,493원 상당의 임금채권으로 갈음하였고, 피고는 그로부터 불과 약 1개월 만에 이 사건 부동산을 실제 시가에 가까운 590,000,000원으로 매각하였다. 더욱이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실제 C에 대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은 460,972,189원이었는바 이는 실제 시가와 1억 3,000만 원 이상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대물변제의 실질을 가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목적물 가액을 상당한 가격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2)

이 사건 채권양도 계약 3항은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지체 없이 매각할 것, 제3자에 대한 매매대금은 모든 공과금과 법무사수수료 등 일체의 금액을 포함한 금액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매매계약 과정에서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제세공과금 88,486,320원이 발생한 것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C은 이 사건 부동산을 바로 처분할 것을 예정하고 의도적으로 부동산 가액을 낮게 평가한 다음 그 차익으로 제세공과금과 법무사수수료 등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제세공과금 등은 피고와 C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공적 처분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물변제에 만족하지 않은 채 신속하게 부동산을 환가하고자 했던 과정에서 발생한 불필요한 비용이었다. 따라서 부당한 가액 산정을 통하여 위와 같은 비용을 충당한 것은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부족을 초래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3)

피고는 앞서 본 제세공과금, 임금채권자들에 대한 정산금을 제외하고도 이 사건 매매계약을 통하여 11,732,187원의 차익을 얻었는데 이는 2021. 7. 21. 피고의 계좌에서 출금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돈을 현금으로 출금하여 D의 직원 P에게 교부하였다면서, 이 사건 매매대금의 결정 및 그 매매대금의 구체적 사용계획은 P이 주도 및 제안하고 C이 이를 수용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피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 피고와 C이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임금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차익을 C이 가져가기로 하는 내용의 통모’를 하였음을 강하게 추정하게 하는 사정이다. 더욱이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매매대금에는 C의 부친 O을 비롯한 일부 허위 임금채권이 계상되었는바 이 역시 C의 이익으로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C과 피고의 일련의 거래는 실질적으로 “C과 피고가 통모하여 일반채권자를 배제하고 피고를 매개체로 C이 보유한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꾼 행위”와 실질적으로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다.

라.

소결

결국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일부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에 대한 대물변제라는 측면이 있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사해행위의 객관적 요건이 구비된 경우 수익자 자신에게 선의라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데(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다237192 판결 등 참조), 앞서 사해행위 판단에서 살펴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드는 사정들, 즉 이 사건 부동산 처분행위가 책임재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거나 매매대금 대부분이 우선변제권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 등 정산에 사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선의가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4.

취소 및 가액배상의 범위

가.

채권자취소 범위

1)

관련 법리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에 대하여 최우선변제권을 갖는 임금채권이 성립되어 있고 실제로 임금채권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경우, 취소채권자의 피보전채권 중 사해행위 당시 기준으로 목적물 가액에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액에 대하여만 채권자취소권이 인정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6다26335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사해행위인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시가가 593,000,000원이었고, 채무자에 대한 진정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이 460,972,189원이었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공동담보로 제공되지 않았던 132,027,811원(= 593,000,000원 – 460,972,189원)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취소권이 인정된다. 한편 원고의 C에 대한 피보전채권은 관련 판결에 기한 ‘146,600,000원 및 이에 대한 2020. 7. 2.부터의 지연손해금 채권’이므로 위 금액을 초과함이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행사할 수 있는 채권자취소 범위는 ‘132,027,811원’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원상회복의 방법 및 가액배상의 범위

1)

원상회복의 방법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이 제3자에게 처분되었고 근저당권까지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여 가액배상을 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등 참조)

2)

가액배상의 범위

가)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이 제3자에게 처분되었고 근저당권까지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서 가액배상을 명하여야 한다. 이러한 배상액에서는 사해행위 이후 제3자가 취득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할 것은 아니고, 수익자인 피고가 부담한 제세공과금을 공제하여 산정할 것도 아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0286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부동산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되어 취소되고 수익자에게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물반환이 아닌 가액배상을 명하는 경우, 그 부동산에 대한 가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다28819, 28826 판결). 그런데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사해행위 당시 593,000,000원이었는데 이 사건 변론종결시에 가까운 2022. 11. 15. 기준 시가는 441,000,000원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여 앞서 본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액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는바, 이러한 사정을 가액배상액 산정에서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다)

보건대 사해행위 가액배상 산정을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법리적 근거로는, ① 가액배상이란 본래 원물반환에 갈음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물반환과 동일한 이익을 부여하여야 하고, 그렇다면 사해행위 취소의 효과로 수익자가 원물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시점과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점, ② 수익자가 스스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목적물을 처분할 경우 그 불이익은 수익자가 감수하는 것이 타당한 점, ③ 사해행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하여 가액배상을 명하는 경우 사해행위 이후의 시가 상승 이익을 수익자가 누리게 되어 부당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라)

그러나 한편 이 사건 사실관계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경우에는 부동산 가액을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사해행위 당시의 이 사건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가액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와 C 사이 거래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이 사건 매매계약을 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를 매개체로 이를 곧바로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부동산을 처분하기 쉬운 금전으로 환가하고 그 금전에서 일부 진정한 임금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을 C이 취하고자 함에 있었다. 즉 이 사건에서 피고와 C 사이에 체결된 약정은 일반적인 매매와는 달리 부동산 환가 및 배분까지 포함하는 것이었으므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회복되어야 할 책임재산 역시 일반적인 매매와는 달리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환가된 금원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피고와 C이 이 사건 부동산을 환가하고 그 금원을 나눠가짐으로써 거래의 목적을 달성한 이상 이후의 부동산 가치 등락은 그들이 얻은 이익이나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 액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만약 이와 달리 사해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동산 가액이 사해행위 시점보다 변론종결 시점에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가액배상의무가 없다고 본다면, 사해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을 제외하고 원래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제공되었어야 할 부분에 상응하는 금전 상당의 이익을 채무자 C이 일반채권자들을 배제하고 취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그러한 수익을 방치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3)

반대로 설령 이 사건 부동산 가액이 변론종결 시점에 큰 폭으로 상승했더라도, 그 시가 상승분을 수익자인 피고에게 가액으로 배상하라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부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사해행위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환가하는 것에 본질적인 목적이 있었으므로 수익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환가 시점에 확정되는 것이고, 환가 이후에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익을 수익자가 누릴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132,027,811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되어야 하고, 피고는 가액배상으로서 원고에게 132,027,811원(= 사해행위 당시 시가 593,000,000원 -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 460,972,189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민법에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재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