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환송 전 당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 C, D, E, F, G, H, I, J, K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근로자 L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위 L가 공소제기 후인 2021. 7. 9.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L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이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을 파기·환송하였고, ‘근로자 B, C, D, E, F, G, H, I, J, K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위 무죄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L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된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안산시 상록구 M 소재 ‘N’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24명을 사용하여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8. 10. 30.경부터 2019. 11. 15.경까지 위 회사에서 근로하다 퇴사한 L의 퇴직금 2,440,099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1. 12. 13. 선고 91다24250 판결,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1995. 12. 22. 선고 95누2050 판결, 1996. 4. 26. 선고 95다20348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도732 판결 참조).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L가 피고인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근로자 L를 포함하여 위 N(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근무하는 상담원(이하 ‘상담원’이라 한다)들은 피고인과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유치 등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위탁계약에 따르면, 상담원들은 처음 3개월 동안에는 한시적으로 기본보장금액을 지급받고(월 140만 원), 근로기간이 3개월이 경과한 경우 본인의 영업수익 중 일정 비율(30~35%)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받았다. 3개월 이후에는 상담원들의 성과가 부족하여 기본보장금액 이하가 되더라도 비율에 따라 보수를 수령하였고, 지급받는 보수의 상한선은 없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상담원들은 매달 지급받는 수입도 달랐으며 별다른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상담원들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회사도 상담원들의 수입에 대하여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한 채 상담원들의 사업소득세만을 납부하여왔다. 상담원들에 대한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도 가입되지 아니하였다.
위촉계약에는 계약기간 외에 별다른 근로시간 등이 정해져 있지 아니하였다. 내부적으로는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늦게 출근한 상담원들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고객 정보를 일부 배정받지 못하였으나 이는 고객 정보 분배 시점까지 출근한 상담원들에게 고객 정보를 나눠주어, 그 이후 출근한 상담원들에게 분배할 고객정보가 부족한 탓으로 보이고, 늦은 출근에 대한 제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결국 내부적인 출근 시간의 정함과 무관하게 상담원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담원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상담원들이 출근하지 않더라도 3~5일 출근하지 않는 팀장 직책의 상담원들이 시혜적으로 지급받는 팀장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담원들의 출퇴근을 관리하였다거나 상담원들이 피고인이 정한 근무시간에 구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상담원들은 새로 들어오거나 실적이 부진할 경우 스크립트를 제공받는 등 업무 매뉴얼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새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 상담원들이나 실적이 부진한 상담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의 안내로 보이고, 구체적인 업무 수행에 관해서는 별다른 지시나 간섭 없이 상담원들의 재량에 맡겨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는 팀장, 일반 상담원 등 직급이 있었으나, 직급에 따른 업무 내용, 보수지급 방법 등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결국 팀장 등의 직급은 피고인이 업무실적이 뛰어난 사람에게 팀장수당 등 지급을 위하여 시혜적으로 마련한 지위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2017년경 이 사건 회사에서 실장으로 근무한 R는 환송 전 당심 법정에서 “실장들이 피고인과 무관하게 임의로 사내규정을 만들어 게시판에 붙여 놓았는데, 얼마 안 되어서 피고인이 폐지하라고 해서 바로 내렸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조정익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