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4. 1. 15. 선고 2022고정958 판결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A는 C 주식회사(이하 주식회사 표기를 생략하여 'C'으로 약칭한다)의 대표이고, 피고인 B은 2016. 4. 1.경 C과 지사계약을 체결한 독립사업주로서 피고인 B은 위 계약 내용에 따라 안산 등지에 소재한 'D빌딩', 'E빌딩', 'F빌딩' 등을 관리하여왔다.

피고인 B은 2021. 1. 11.경 안산시 상록구 G에 있는 위 'D빌딩'의 지하 1층에서 천장 누수 점검을 하던 중 천장재의 낙하로 인하여 2미터 높이의 사다리에서 낙상하였다(이하 '이 사건 낙상 사고'라 한다).

피고인들은 피고인 B이 독립사업주로서 C의 근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피고인 B이 C의 근로자인 것처럼 허위의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피해자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건 낙상 사고에 대한 산재요양신청을 한 후 보험급여를 편취하기로 공모하고, 2021. 1. 15.경 불상의 장소에서 2021. 1. 2.자로 피고인 B이 C의 안산 총괄 지사장으로서 C로부터 임금 250만 원을 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후 같은 날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 요양급여신청을 하면서 위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증빙 자료로 제출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1. 2. 9.경 1,744,000원의 휴업급여를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21. 7. 14.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합계 12,835,840원의 휴업급여를 지급받고, 2021. 2. 15.경부터 2021. 8. 13.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합계 16,509,630원의 요양급여를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합계 29,345,470원의 보험급여를 교부받은 것과 동시에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교부받았다.

2.

판 단

가.

피고인들의 주장 요지

피고인 B은 실질적으로 C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보험급여를 편취하였거나 부정수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 ·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 · 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다.

쟁점에 관한 판단

(1)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 B과 C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A는 2016. 3. 29.경 계약기간을 2016. 4. 1.부터 2021. 3. 31.까지 60개월로 정하여 지사관리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위 지사관리계약에는 '피고인 B은 C의 명의로 활동하고, 독립성을 부여받아 본사의 급여가 아닌 지사의 운영수익에 따른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고 그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③ 피고인 B이 2016. 12.경 그 배우자 명의로 'H'라는 상호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설비 또는 건물 관리업을 영위한 사실, ④ 이 사건 낙상 사고 발생 후인 2021. 2. 25.경 'C과 피고인 B 사이의 지사관리계약을 해제하고, 지사에서 운영관리하는 건물을 본사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지사계약해제확인서가 작성된 사실, ⑤ 이 사건 낙상 사고 후에 '피고인 B이 C의 지사장으로서 일하고 C으로부터 임금을 받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작성일자가 2021. 1. 2.로 표기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고, 위 근로계약서가 요양급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다.

(2)

그러나 기록을 통하여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B은 C과 지사관리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계속 C에 고용된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되고, 나아가 피고인들은 '피고인 B이 C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공통된 인식 하에 요양급여 신청 절차를 진행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가)

피고인 A는 2000년경 C을 설립하여 빌딩, 상가 등 관리업을 영위하면서 20년 가까이 사업을 경영해온 사람으로, 근로자를 위하여 산재사고로 인한 요양급여를 신청하게 되면 고용주에게 불이익이나 번거로움이 뒤따를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한 피고인 A가 근로자 지위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위하여 허위 신청의 위험까지 무릅쓸 만한 정황이 드러난 바 없고, 피고인 A에게 피고인 B과 관련된 특별한 동기가 발견되지도 아니한다.

(나)

원래 피고인 B은 C의 근로자로서 고정적 급여를 받으며 C이 관리하는 안산 지역 소재 건물의 관리업무를 하다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C과 지사관리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는데, 그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 B은 수사 과정 및 이 법정에서 그 경위에 관하여 일관된 주장을 하여 왔는바, 위 주장을 정리하여 보면 '피고인 B이 업무 과중으로 피고인 A에게 인력 충원을 요청하였는데, 피고인 A는 피고인 B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님을 알면서도 인력 충원을 해주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A가 대신 제안한 지사관리계약 체결 후 C으로부터 받는 보수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 사람을 채용할 정도의 돈은 아니어서 하는 수 없이 임금이 인상되었다고 생각하고 그 전처럼 피고인 B 혼자 일하였다.'는 취지인바, 이를 감안하면 지사관리계약의 체결로 피고인 B의 지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피고인 A의 입장에서 지사관리계약은 신규 인력 채용 없이 가장 적은 추가 비용 부담으로 계속 같은 양의 일을 시킬 수 있는 손쉬운 방편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1>

(다)

지사관리계약 체결 이후에도 피고인 B은 C으로부터 피고인 A가 정한 금액을 보수로 받았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 B이 관리하는 빌딩에서 나오는 수입은 모두C으로 들어가 비용, 조세 등의 정산을 거쳐 그 중 일정 비율이 피고인 B에게 보수로 지급되었는바, 지사관리계약 체결 이전보다 금액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보수는 사실상정액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라)

지사관리계약 체결 이후에도 피고인 B은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C이 관리하는 안산 지역 소재 건물의 관리 업무를 하였을 뿐이고, 관리 대상 건물에 관한 계약이나 관리 업무 수행에 있어서 피고인 B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영역이 존재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

(마)

피고인 B이 지사관리계약 체결 이후 그 배우자 명의로 'H'라는 상호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개인적으로 수주받아 한 업무<2>는 피고인 B이 지사관리계약 체결 이전

부터 계속해온 안산 지역 소재 건물 관리 업무와는 별개의 것으로 판단되고, 위 두 업무 영역이 겹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바)

피고인 B이 안산 지역 소재 건물 관리 업무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채용하였던 경리직원의 4대 보험을 H 명의로 가입하여 준 일이 있기는 하였으나, 이에 관하여 피고인 B은 '위 경리직원의 급여 역시 C에서 급여 몫으로 내려준 돈으로 지급하였고, 위 경리직원은 원래 C에서 일했던 직원인데 C에 고용되는 것은 싫다고 하여 부득이 H 명의로 4대 보험을 가입해주었을 뿐이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고, 이에 배치되는 정황이 발견되지 아니한다.

(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들이 거짓으로 산재요양신청을 하여 보험급여를 수급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3>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강건우

각주1) 이 사건이 수사 및 공소제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사실상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꼼수'에 가까운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각주2) 피고인 B이 위와 같이 별도로 개인 사업을 하였던 사정 역시 이 사건이 수사 및 공소제기에까지 이르게 된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사정을 알게 된 피고인 A는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여러 차례 피고인 B에게 심한 분노와 적대감을 표출하였다.

각주3) 피고인이 이 사건 낙상 사고 이후 C으로부터 수익금 명목의 돈을 타인 명의 계좌를 통하여 지급받은사실이 있기는 하나, 이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 B의 근로자에 해당 여부에 관한 기망'과 관련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무죄 판단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