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B, C호에 있는 D(주)(이하 'D'이라고 한다) 대표이사로서 상시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E에 있는 F 요양병원 신축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2020. 1. 28.부터 2020. 1. 29.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G의 2020. 1월 임금 260,00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내역과 같이 퇴직근로자 23명의 임금 합계 11,44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8도20188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운영하는 D과 퇴직근로자들 사이에 근로계약서 등 객관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고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D이 직상수급인으로서 퇴직근로자들에 대하여 민사상 임금 지급채무를 질 수 있음으로 논외로 하고 퇴직근로자들의 사용자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설령 피고인이 사용자라고 하여도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퇴직근로자들은 이 사건 현장에서 H에게 고용된 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H을 진정하였다.
H은 I이라는 상호로 골조공사를 하는 개인사업자로 J가 운영하는 K을 통해 6개월 정도 인력을 공급받은 바 있는데, L는 H의 요청으로 이 사건 현장에 퇴직근로자들을 보내주었고 매일매일 노임 미지불 작업 확인서에 H이 서명하였으며 이전 현장도그렇게 거래를 하였다고 위 진정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하였다. D에서 이 사건 현장에 파견 나온 직원 증인 M도 H이 퇴직근로자들을 관리하고 지시하였다고 증언하였다.
H은 D과는 현장소장인 N을 통해 기존 O 골조공사 계약을 하도급받아 진행하던 상태에서 N에게 이 사건 현장의 골조공사에 대한 견적서를 제출하였으며 퇴직근로자들이 한 업무는 골조공사나 그와 관련된 일로 H이 계약체결 전에 N의 요청으로 미리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N이 2020. 5.경 퇴직근로자들의 임금까지 포함하여 D에 이 사건 현장에 대한 정산서를 보냈다고 하여도 위 정산서는 공사중단 후 요양병원측에 공사대금에 대한 정산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퇴직근로자들의 사용자라는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D은 요양병원측에 위 정산서대로 청구한 사실도 없다. 또한 D이 2020. 2. 6. 요양병원 대표자인 P으로부터 현장개설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3천만 원의 사용처에는 퇴직근로자들이 한 공사에 지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내역은 없다.
N은 피고인의 지시 없이 요양병원측의 요청으로 2020. 2. 3. 타워크레인으로 건설자재 하역작업을 하였다는 건설기술진흥법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 P은 이 법원 2023. 10. 24.자 사실조회회신에서 'D은 실질적인 시공을 하지 않았고, 철근 콘크리트 옥탑 부분 골조 공사(8층 기계실 해당)를 래미콘 직불, 하도급 지불을 통해 마무리하였다'라고 답변하였으며(9항), P은 D에 현장개설비 명목으로 2020. 2. 6. 지급한 위 3천만 원 이외에 N 개인에게 2020. 1. 31. 현금 2천만 원과 법인카드를 지급한 사실이 있다. P은 2022. 8. 12. N에게 '노임을 받아서 인부들에게 지급을 안했냐'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기도 하였다.
H측은 D을 상대로 퇴직근로자들의 임금을 포함하여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수원지방법원 2021가단513746)하였는데 H 자신도 퇴직근로자들의 사용자임을 전제로 일응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H이 N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청구 사건{수원지방법원 2022머718(2022가단527612)}의 조정조서 중 제3조에 '퇴직근로자들이 H을 상대로 제기한 위 고양지청 진정사건에 관하여 퇴직근로자들이 위 진정을 취하하도록 N은 협력하고, 만일 퇴직근로자들이 2023. 1. 31.까지 취하하지 않으면 N이H이 퇴직근로자들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할 돈을 H을 대신하여 지급하기로 한다'라는 조정조항이 있는데, H 자신도 퇴직근로자들에게 임금지급의무가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장수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