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9. 2. 20. 선고 2018가합10091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C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C자치단체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2009. 2. 26. 설립된 문화예술재단인바, 원고는 2017. 7. 3. 피고의 대표이사직에 취임하였다(법인등기부상으로는 이사직에 취임하였다).

나.

원고는 2017. 8. 21. 원고의 사무실에서 피고의 직원 D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5급 공채 채용과 관련하여 업무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자, D에게 '우리 춤추러 갈까', '그럼 노래?' '그럼 잘 하는게 뭐야, 잘 하는게', '잘 하는 걸 얘기해야지', '얼굴도 이쁘면 좋지'라는 말을 하였다(이하 위 발언을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다.

D은 2017. 11. 10.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원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진정을 하였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2018. 1. 31.경 피고에게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원고가 성적 언동을 통해 근로자의 수치심을 유발토록 한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직장 내 성희롱 발생시 조치)에 따라 징계 등 조치하라'는 내용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시정지시' 공문을 발송하였다.

라.

피고는 2018. 2. 21. 이사회를 개최하여(이하 '이 사건 이사회'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발언으로 D을 성희롱하여 노동관계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피고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해임결의'라 한다)를 한 후, 그 다음날 원고에게 이 사건 해임결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5, 17, 18, 34호증, 을 제2, 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이 사건 해임결의에는 다음과 같은 하자가 있으므로 이 사건 해임결의는 무효이다.

(1)

절차적 하자

피고는 이 사건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원고의 해임 안건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할 것으로 보이는 특정 이사에게 이사회에 출석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해임사유 존부 등에 관한 자체조사를 하지 않고 별다른 회의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채 원고를 해임하는 이사회 결의를 한 것은 부당하다. 피고의 등기이사는 원고와 C자치단체장 뿐이므로 등기이사가 아닌 자로 이루어진 이 사건 이사회가 한 이 사건 해임결의는 결의 자체가 무효이다.

(2)

실체적 하자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대표이사로서 품위유지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바 없으므로 원고에게 해임사유가 없다. 설령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고 피고 재단의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를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

나.

예비적 청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가 위임관계여서 원고에 대한 해임이 자유롭다 하더라도 이 사건 결의는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689조에 따라 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의 대표이사 임기는 3년인바 원고는 2020. 7. 2.까지 근무할 수 있었으므로 2018. 2. 22.부터 2020. 7. 2.까지의 급여액은 189,560,000원(=월평균급여 6,770,000원 × 28개월)이고, 원고의 정신적 손해로서 위자료 액수는 500,000,000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689,560,000원(=189,560,000원 + 5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20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특정 이사에게 이사회에 출석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해임결의는 찬성 8표, 반대 2표, 불참 2명으로 가결되었고 피고 정관 규정상 이사회는 재적이사 2/3 이상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설령 원고의 해임 안건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할 것으로 보이는 특정 이사에게 이사회에 출석하지 말 것을 종용하여 그가 이사회에 불출석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해임결의의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해임결의 전에 별도로 해임사유 존부 등에 관한 자체조사를 하지 않고 별다른 회의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채 원고를 해임하는 이사회 결의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4, 15호증, 을 제5,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이사회에 출석하여 이 사건 발언의 상황이나 해임사유에 관하여 구두로 소명하고 소명자료를 제출한 사실, 이 사건 이사회가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결의를 무효로 볼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또한, 피고의 등기이사는 원고와 C자치단체장 뿐이므로 등기이사가 아닌 자로 이루어진 이사회가 한 이 사건 해임결의는 결의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을 제3,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정관 및 이사회 운영규정상 피고 법인에 이사회를 두고 이사회는 이사장, 대표이사 및 이사로 구성하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의 선출 및 해임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도록 하고, 피고 재단에 15명 이내의 이사를 둔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달리 이사를 등기이사만으로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12명의 이사를 두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해임결의는 피고 정관과 이사회 운영규정에 따라 이사회가 적법하게 결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실체적 하자 주장에 관하여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임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타방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임의해지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의 법률관계는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고, 피고는 언제든지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원고가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는 이 사건 해임결의 및 그 통보로써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이상 이 사건 해임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원고가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민법 제689조 제2항),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에 한한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의 대표이사 임기 종료 전에 위 임계약을 해지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불리한 시기에 관하여 특약을 하는 등 원고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임결의가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이루어져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정(재판장) 장민석 강윤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