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0. 10. 7. 선고 2019가단11822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의왕시 C, 1층에서 'D'라는 상호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렉카 운수업을 운영하였고, 원고는 2014. 12. 10.부터 2015. 3. 3.0까지, 2015. 4. 13.부터 2015. 5. 10.까지, 2015. 6. 11.부터 2015. 9. 30.까지 각 피고에게 고용되어 견인기사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D 소속 견인기사들과 1년 단위로 근로조건에 대해 협상하고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원고와 관련하여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표의 '기 지급액'란 기재 금액을 급여로 지급하였고, 원고는 피고 소속 다른 견인기사인 E, F, G(이하 통틀어 '원고 등'이라 한다)과 함께 피고가 같은 표의 '차액(체불액)'란 기재 금액 상당의 법정임금을 체불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진정하였다.

라.

피고는 2019. 6. 24. 원고 등의 진정으로 개시된 형사사건(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의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18노7193)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법정임금 체불에 관하여 보건대, 별지 표상의 체불액은 원고 등의 근무형태(2일 근무, 1일 휴무)상 근무일인 48시간 중 6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간이 근로시간임을 전제로 산정되었으나, 원고 등의 견인·출동업무는 근로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 근로가 당연히 예정되어 있고 실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점(피고의 근로자들은 장기간의 대기시간 동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설령 근로자들이 차 안의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는 등으로 제때 출동을 못하더라도 피고가 구두로 질책하는 것 외에 감봉 등의 불이익을 가한 사실이 없으며, 근로자들의 대기시간 중 근태에 대해 감독하거나 단속한 정황이 없다), 48시간 중 6시간이라는 휴게시간은 원고 등과 피고 사이에 의견이 불일치한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이 3시간을 언급하여 정해지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48시간 중 6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갑 제1, 2, 3호증, 을 제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원고는 2014. 12.부터 2015. 3.까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였고, 휴게시간은 하루 2시간씩 주어졌다. 2015. 4.부터는 2일 근무, 1일 휴무의 근무형태로 근무하였고, 근무시간인 48시간 중 6시간(점심·저녁 식사시간 각 1시간씩 두 번, 취침시간 1시간씩 두 번)을 제외한 나머지 42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별지 표의 '법정임금 차액(체불액)'은 정당한 근로시간을 전제로 산정된 것이다. 다만,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급여조로 지급 내지 부담한 식대 월 10만 원과 사고차량 신고 수수료 월 20만 원을 합산한 월 30만 원씩을 공제하여 청구금액을 산정하였다.

나.

피고

1)

포괄임금제 약정

피고 소속 견인기사들은 견인·출동업무를 담당하는데, 업무 특성상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어렵고 연장·야간·휴일 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과 '2일 근무, 1일 휴무' 또는 '3일 근무, 1일 휴무' 등의 형태로 형식적인 근로조건을 정한 후 시간외 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 근로수당 및 연차수당 등을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산정한 일괄 금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하고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법정임금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2)

청구금액 산정의 부당성

원고의 법정임금 청구는 원고가 근무하는 48시간 중 식사시간 4시간과 수면시간 2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42시간을 연속하여 근무한 것을 전제로 산정된 것인데, 이는 그 자체로 불가능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원고를 비롯한 견인기사들은 48시간 중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 특히 심야시간대에는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도 하였으므로, 이를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급여 외에도 피고의 허락 내지 용인 하에 배터리 판매수당(대당 4만 원), 사고 제보비, 렌트 알선비, 타이어 펑크 수리비(건당 5,000원 ~ 10,000원), 대물 알선비 등의 부수입을 얻었고, 피고는 원고의 4대 보험료를 100% 부담하는 한편, 식비로 2일 근무 기준 2만 원씩을 지급하여 왔는바, 원고의 청구금액에는 이러한 금액들이 공제되지 아니하였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 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2)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0. 2. 6. 선고 2015다233579, 233586 판결 등 참조).

3)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1060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을 제2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제 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약정이 체결되었고, 이러한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근로자인 원고에게 불이익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가 받은 임금에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따른 임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1)

원고를 비롯한 D 소속 견인기사들은 견인, 구난, 시동, 잠금, 타이어 교체 등의 업무(이하 통틀어 '이 사건 견인·출동 업무'라 한다)를 수행하고, 업무 처리에는 1건당 통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사건 견인·출동업무는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견인기사의 출동건수는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2일 근무, 1일 휴무하는 경우, 근무일에 해당하는 48시간 중에는 이 사건 견인·출동 업무시간 외의 대기시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D 소속 견인기사들은 대기시간 동안 차 안에 설치된 간이침대 등에서 잠을 자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휴대폰 게임을 하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특히 퇴근시간 후부터 출근시간 전까지는 출동건수가 드물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또한 피고는 출동요청을 받은 근로자가 잠이 들거나 하여 제때 출동하지 못할 경우 다른 근로자에게 일을 배정하였고, 출동요청에 제때 응답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감봉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할 때, 원고의 대기시간에는 휴게시간의 성격을 가지는 시간과 근로시간의 성격을 가지는 시간이 불가분적으로 혼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를 구분하여 실근로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고 할 것이다.

2)

원고의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의 취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①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직후 피고와 통화할 당시 피고가 '근로계약서 작성할 때 연장, 야간, 휴일, 연차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는 금액으로 월급을 책정하기로 협의했고, 그 때 네가 140 ~ 150만 원을 이야기해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 아니냐'고 묻자, '네'라고 답변하였을 뿐, 피고의 진술을 정정하거나 반박하지 아니하였고, 관련 형사사건의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와 급여를 결정할 당시 토탈해서 얼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금액을 정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② 원고와 동일한 기간 동안 D 소속 견인기사로 근무한 H와 I도 관련 형사사건의 1심에서 '이 사건 견인·출동 업무의 특성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고 연장·야간·휴일 근로가 당연히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 외 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수당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일괄 급여로 월 급여를 정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③ 피고가 고용했던 다수의 전직(前職) D 견인기사들도 '각종 수당을 모두 포함하는 월 급여로 합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한 점, ④ 원고와 마찬가지로 피고를 상대로 임금 청구의 소[이 법원 2017가단10778, 125144(병합)]를 제기한 E이 D 소속 견인기사로 9년 넘게 일하면서도 이 사건 관련 형사사건 이전에 피고에게 야간·휴일 근로수당의 지급을 요구하거나 근로시간에 따라 산정한 법정임금의 지급을 요청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와 원고 사이에는 정액의 월급여 외에 추가로 연장, 야간, 휴일, 연차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원고는 피고로부터 고정적으로 받는 월급여 외에도 출동한 현장에서 자동차 배터리를 판매할 경우 판매금액에서 매입금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수익금으로 취득하였고,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던 중 사고를 인지하여 제보한 것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매월 20만 원 정도의 사고 제보비를 추가로 지급받는 등 출동 기회를 활용하여 각종 부수입을 얻었고, 이러한 부수입의 가능성까지 감안하여 피고와 월급여를 협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

또한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D 외에 다른 업체에서 견인기사로 일할 때에도 월급과 부수입을 받았고, 시간외, 야간, 휴일, 연차 등의 수당은 지급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I도 'D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J에서, D에서 퇴직한 이후에는 K에서 각 견인 기사로 근무하였는데, 그 곳에서 근무할 때에도 급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하는 금액으로 정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외에 렉카 운수업을 영위하는 다른 사용자들도 소속 근로자들에게 제 수당을 포함하는 포괄임금제 약정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따라서 근로시간에 따라 산정한 법정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나머지 점들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