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주 장
원고는, 피고가 당시 의료업계의 관행이었던 매월 퇴직금을 포함한 임금을 지급받는 대신 퇴직금을 퇴직할 때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소위 ‘네트(net)방식’ 연봉계약(이하 ‘원고 주장 퇴직금포함 연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자신이 원장으로 운영하는 ‘C병원’의 내과과장직으로 근무하던 중 퇴직하였는데, 피고의 근무기간 중 발생한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법원 2017가단116065호로 구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하자, 피고도 반소(이 법원 2018가단103394)로 원고를 상대로 퇴직금 등을 구하여 결국 피고의 반소청구가 받아들여졌는바[항소심 수원지방법원 2019나68787, 68794, 확정 2020. 9. 10. 이하 ‘선행 확정판결 사건’이라 한다], 만약 원고 주장 퇴직금포함 연봉계약이 무효라고 한다면, 피고로서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무기간 34개월 동안 매월 1,168,500원 합계 39,729,000원(=1,168,500원×34)의 이득을 얻고, 자신은 그 만큼 손해를 입은 결과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39,729,00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① 자신과 원고 사이의 연봉계약상 매월 지급받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기로 한 일이 없고, ② 더구나 이미 선행 확정판결 사건에서 원고가 원고 주장 퇴직금포함 연봉계약을 주장하면서 더 나아가 이 사건 청구원인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자신의 퇴직금채권에 대한 상계(相計) 주장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는바, 이 사건 소는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이 정하는 기판력(旣判力)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고 다툰다.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법 리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제1항에서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판결이유 중의 판단에는 원칙적으로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한편, 그 유일한 예외로서 제2항에서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고자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판결이유 중의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상계 주장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는, 만일 이에 대하여 기판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고의 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분쟁이 나중에 다른 소송으로 제기되는 반대채권(또는 자동채권)의 존부에 대한 분쟁으로 변형됨으로써 상계 주장의 상대방은 상계를 주장한 자가 그 반대채권을 이중으로 행사하는 것에 의하여 불이익을 입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이루어진 원고의 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전소의 판결이 결과적으로 무의미하게 될 우려가 있게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함이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6다46338, 46345 판결 참조). 상계항변을 배척한 경우에는 반대채권의 불성립이 확정된다.
이 사건의 경우
선행 확정판결 사건 중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결문 중 판결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 (2) 원고 : 원고는 피고의 근무기간 동안 연차수당과 퇴직급여 등을 모두 포함한 연봉제로 급여를 지급하였으므로, 연차수당과 퇴직금 미지급액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설령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한 퇴직금의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위와 같이 근무기간 동안 연차수당과 퇴직급여를 포함한 연봉제로 급여를 지급받았고, 그 중에는 합계 11,554,940원 상당의 연차수당 명목 지급액과 합계 45,284,430원 상당의 퇴직급여 명목 지급액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고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연차수당 및 퇴직금 채권과 상계하고자 한다. 나. 판단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 원고가 피고의 근무기간 동안 연차수당과 퇴직급여 등을 포함한 연봉제로 급여를 지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소의 청구원인 및 선행 확정판결 사건의 판결내용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소는 선행 확정판결 사건의 상계항변과 동일한 권리관계를 소송물로 하는 소로서, 선행 확정판결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상계항변의 자동채권인 퇴직급여 명목 45,284,430원을 포함한 부당이득반환채권 부분이 모두 배척되어 그 판결이 확정된 이상, 이와 같이 배척된 퇴직급여 명목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범위에서는 그 불성립이 확정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고,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중호
각주1) D, “제216조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주석 민사소송법 (III) (제8판), 한국사법행정학회(2018), 423쪽 ; E, “상계항변이 배척된 경우에 반대채권 또는 자동채권이 부존재 한다는 판결 이유 중의 판단에 관하여 기판력이 발생하는 범위”, 대법원판례해설 제117호, 법원도서관(2019), 258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