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2. 2. 15.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계속 중이다.
피고인은 2018. 1. 5.경 안양시 만안구 B건물, 3층에서 피해자 C에게 “공기청정기 사업과 체온기 사업을 하는데 사업비를 빌려주면 2018. 2. 28.까지 갚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으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즉석에서 30,000,000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9. 2. 14.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총 3회에 걸쳐 합계 360,000,000원(이하 ‘이 사건 차용금’이라고 한다)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판단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당시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할 능력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 이후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추진한 사업이 무산되어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당시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차용금 채무 이외에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2017. 6. 22.자 차용금 채무 1억 5,000만 원, 피고인의 기업은행에 대한 채무 약 1억 원 이외에는 별다른 채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다. 게다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위 2017. 6. 22.자 차용금 채무 1억 5,000만 원에 관하여는 채권최고액 1억 8,0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피고인이 2021. 7. 28. 피해자에게 위 2017. 6. 22.자 1억 5,000만 원 채무 중 1억 3,000만 원을 변제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인 주식회사 D 또는 E(이하 통틀어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차용 당시 내지 그 이후인 2018. 2. 28.부터 2019. 6. 28.까지 주식회사 F에게 인덕션렌지 부품을 납품하고 그 납품대금으로 합계액 437,291,110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 달리 영업이익이 감소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제출되어 있지 않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한 이유로 이 사건 차용 당시 추진하던 공기청정기 사업이 그 이후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무산되었고, 그 무렵 주거래처인 주식회사 F도 피고인 회사로부터 납품받던 부품을 자체생산하겠다고 통보하여 피고인 회사의 매출이 감소되었다고 주장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당시 공기청정기 사업을 추진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G도 피고인과 함께 공기청정기를 공동 개발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피해자도 피고인으로부터 위 공기청정기 사업에 관한 설명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위 공기청정기 사업이 이 사건 차용 당시 성공가능성이 없었다고 볼만한 증거는 제출되어 있지 않다.
증인 H은 경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하는 사업이 차용 당시에는 잘 되고 있었으니까 피해자도 돈을 빌려주었을 것이다.”, “피고인, 피해자와 함께 셋이서 맨날 만나서 친하게 밥을 먹었고, 그러던 중에 피고인 운영 회사의 자금 사정도 들어서 알고 있다.”라고 진술하였고, 피해자는 2018. 1.경부터 2022. 4.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직원으로 등록되기도 하였는바, 피해자는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의 채무, 영업이익, 신용상태, 위 공기청정기 사업추진상황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피고인 회사가 근로자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피고인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 회사의 임금 체불시기 및 퇴직금 발생시기는 이 사건 최종 차용일로부터 약 1년 이후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박정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