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증인 C 사무소 2023. 2. 17. 작성 2023년 증서 제47호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23. 2. 15. 피고와 사이에 피고 소유의 휴대폰 판매점을 원고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그 판매이익을 일정부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아래 내용 중 ‘갑’은 피고, ‘을’은 원고이고, 피고가 원고가 제공한 매장을 이하 ‘이 사건 매장’이라고 한다).
원고는 2023. 2. 17. 이 사건 계약 제5조에 따라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피고에게 차용금을 1억 원으로 하여 공증인 C 사무소 작성의 2023년 증서 제47호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를 작성해 주었다.
원고는 2023. 2. 20.경 피고에 대하여 건강상의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위 의사표시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은 위탁계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계약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계약상 발생할 수 있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모든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작성된 이 사건 공정증서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정한 위약금 약정금지를 위반하여 작성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관련 법리 및 법령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0조<1>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각 증거, 을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은 근로계약 내지 고용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공정증서는 근로계약 관계에서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근지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피고는 이 사건 2023. 8. 8.자 준비서면을 통해 이 사건 계약이 위탁계약뿐만 아니라 고용계약적 성격도 함께 가진 계약임을 자인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에는 매장운영시간(오전 10시 이전 개점하여 21시 이후 마감)이 정해져 있고 이를 어길 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 등 복무상황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공정증서의 효력에 관한 계약서(을 제2호증)에는 명시적으로 ‘무단퇴사’라는 고용계약을 전제로 한 용어가 명시되어 있고, 피고는 매장관리라는 명목으로 언제든지 이 사건 매장에 방문하여 보안점검을 할 수 있고 원고는 그러한 점검에 응해야 한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하고 ‘회사’ 안에서의 상위 직원의 지시 및 영업방침 등의 조언에 따르지 않으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계약 내용 자체로 피고가 원고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원고가 위탁받은 매장의 모든 영업방침(제품 단가 및 판매 가격, 고객에 대한 지원금 지급 방식, 판매목표, 매장운영시간 등)은 위탁자인 피고가 정해서 원고에게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 원고는 그 방침에 따라 매장을 운영하여야 한다. 원고가 그 방침에서 벗어나 이 사건 매장을 운영할 경우 계약위반의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바, 이 사건 매장 운영에 있어 원고의 자율성이나 독립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 매장 운영에 따른 정산금은 원고가 매출의 70%, 피고가 30%를 분배받도록 되어 있으나, 이 사건 매장의 처분권 및 영업권은 피고에게 있고 그곳에 보관된 단말기 역시 원고가 피고의 동의 없이 처분할 수 없고, 피고는 전체 매출의 30%를 온전히 수익으로 챙길 수 있는 반면 원고는 위 70%에서 매장운영에 필요한 각종 경비(직원 월급, 공과금 등) 외에 피고에게 별도의 임대료(피고가 매장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임대료와 별개이다)까지 부담하여야 하는 구조여서 실질적으로 원고의 수입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는 월급 수준을 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이성은
각주1)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